세계문학 필사 100일 - 손으로 쓰며 만나는 명문장
윤서진 엮음 / 달먹는토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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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를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습관을 다시 처음부터 돌아보게 만들었어요.

책 뒤표지에 적힌 한 줄이 먼저 마음을 잡아끌었습니다. 완주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하루에 한 문장을 써도 좋고, 며칠에 한 페이지를 넘겨도 괜찮다고. 중간에 멈추어도, 다시 돌아와도 괜찮다고. 이상하게 그 말이 위로가 됐어요. 뭔가를 꾸준히 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그냥 문장 앞에 오래 앉아있어도 된다는 허락처럼 느껴졌거든요.

제인 오스틴, 헤르만 헤세, 톨스토이, 다자이 오사무, 알베르 카뮈. 이름은 익숙한데 정작 그 문장 앞에 오래 머물러본 적이 없었던 작가들의 글을 손으로 천천히 옮기다 보면, 빠르게 읽을 때는 미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어떤 문장은 한 글자씩 쓰다 보면 갑자기 내 감정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그 순간이 필사의 가장 큰 선물인 것 같아요.

얼마나 썼느냐보다 그 문장 앞에 얼마나 진득하게 머물렀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 마음에 남았습니다. 빠른 것이 미덕인 시대에 한 문장 앞에 천천히 앉아보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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