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본으로 먼저 받아 읽었는데, 정식 출간 전에 이 책을 만난 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클레오파트라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어요. 스물네 살 영국인 화가 클레오와 마흔 살 뉴욕 광고 대표 프랭크가 파티에서 만나 여섯 달 만에 결혼한다는 설정인데, 어떤 심리학자도 고개를 저을 만한 이 무모한 시작을 작가는 전혀 판단하지 않아요. 그냥 조용히, 집요하게 들여다봅니다.거창한 사건이 없어요. 말 한마디, 스치듯 지나간 순간, 누군가의 작은 선택 하나가 관계를 조금씩 바꿔놓는 방식을 촘촘하게 따라가는데,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이게 클레오와 프랭크 이야기인지 내가 아는 누군가의 이야기인지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살리 루니와 자주 비교되는 작가인데, 루니보다 조금 더 혼란스럽고 조금 더 솔직한 느낌이었어요.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정리되지 않은 채로 보여주는 방식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사랑의 시작과 균열과 소멸을 이렇게 조용하고 섬세하게 담아낸 소설이 오랜만이었어요. 정식 출간되면 분명히 많은 이야기가 오갈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