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 - 누구에게나 대인불안이 있다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조경자 옮김 / 상상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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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뒤풀이를 하면서 2시간 정도 수다를 떤 적이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어딘가 불편했어요. 말이 끊겨서 침묵이 흐르면 불안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집에 가면서는 "내가 2시간 동안 뭘 한 거지?" 같은 생각이 계속 들면서 허무한 느낌이 밀려왔어요. 분명 즐거웠던 대화였는데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모르겠어서 혼란스러웠습니다.

이런 경험이 있다 보니 <나는 왜 친구와 있어도 불편할까> 라는 제목이 크게 와닿았어요. 심리학자인 저자는 친한 사람과 있어도 불편한 느낌인 '대인불안' 이 누구에게나 있고, 나쁜 일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상대를 배려하기 때문에 이것저것 신경쓰이는 거라고요.



전에는 저 혼자 너무 민감해서 모임 자리가 불편한 거라는 생각에 괴로웠는데, 누구나 이런 느낌이 들고, 나쁜 일도 아니라고 하니 굳이 괴로워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고 많이 홀가분해졌어요.

기분이 가라앉고 피곤한 날에도, 책을 읽을 의욕이 떨어지는 날에도 비교적 술술 읽히는 책입니다. 인간관계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많다고 느끼는 분들께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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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 전곡선사박물관장이 알려주는 인류 진화의 34가지 흥미로운 비밀
이한용 지음 / 채륜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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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 하면 야만스럽고 미개한 원시인들이 살았던 시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창작물에서도 원시인은 항상 동굴에 살면서 '우가우가' 같은 말을 하고 넝마 같은 가죽옷을 걸치고 있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고고학자인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이 쓴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는 사람들이 은근히 깔보는 구석기 시대와 구석기인을 다시 보게 해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방향으로도 다시 보게 해 주지만 부정적인 방향으로 돌아보게도 해준다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자면 구석기 시대의 현생 인류는 혁신가 집단이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보다 신체조건에서 밀렸지만 기술력을 통해 생존했기 때문입니다. 그 기술력을 보여주는 예시가 바로 바늘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인류의 발명품 중에서 역할에 비해 저평가되는 발명품을 꼽으라면 단연 바늘을 첫손에 꼽고 싶다고 말합니다. 바늘로 꿰멘 따뜻한 옷이 우리 모두의 조상인 현생 인류가 빙하기를 날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바늘은 물고기를 잡는 어망이나 물건을 나르는 가방처럼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데도 꼭 필요합니다. 현재까지의 고고학적 증거로 볼 떄 현생 인류에게는 있었던 바늘이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바늘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빙하기를 견뎌낸 현생 인류와 그렇지 못한 네안데르탈인의 차이로까지 커진 것입니다.

바늘은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사실 얇은 막대에 구멍을 뚫으려면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보다 신체 조건도 좋고 뇌용량도 컸지만 기술력의 차이 때문에 멸종했다고 말합니다. 조건이 좋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쪽이 잘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죠.

하지만 구석기인들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구석기 현생 인류는 학살자이기도 했습니다.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마구 죽여 멸종시켰다는 설은 의견이 분분하므로 제쳐둔다고 해도, 매머드를 남획해서 멸종시킨 것은 확실하다고 합니다. 멸종될 때까지 죽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아도 현생 인류만이 만들 수 있었던 무기로 네안데르탈인을 죽였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현생 인류가 '문명화된' 후에도 사람들은 많은 동물과 식물들을 남획해서 멸종시키고 환경을 파괴했습니다. 지금도 파괴하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나라가 되었든 민족이 되었든 강한 집단이 만만한 집단에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명의 틀 안에서 벌어진다고는 해도 골자는 구석기 시대와 달리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술과 혁신으로 얻은 힘을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인류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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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키우는 고양이 - 유튜버 haha ha와 공생하는 고양이, 길막이의 자서전
하하하(haha ha) 원작, 길막이와 삼색이 감수 / 다독임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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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고양이 관련 책에 관심이 갑니다. 당연히 저와 가족들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을 키우는 고양이' 라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고양이는 도도하고 자존심이 세서 반려인을 주인이 아닌 집사로 인식한다는데, 제목이 그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이 책은 양어장에 살게 된 전직 길고양이 길막이의 자서전입니다. 물론 길막이가 직접 쓴 건 아니고 양어장 주인이기도 한 유튜버 haha ha 님이 길막이에게 붕어와 잉어를 '조공' 해 가면서 쓰셨다고 합니다.

고양이의 입장에서 고양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던 책입니다. 저희 집 고양이인 소원이가 저에게 와서 야옹거리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항상알고 싶었어요. 소원이 입장에서는 분명히 뭔가 말하고 있겠지만 제 귀에는 뭐라고 해도 똑같은 '야옹야옹그릉그르릉' 으로 들리니까 소원이가 어떤 마음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어요. 그런데 길막이의 입장에서 서술된 <인간을 키우는 고양이>를 읽으니까 사람이 하는 생각과 고양이가 하는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은 고양이를 예뻐해서 먹이를 준다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인간이 자신에게 먹이를 조공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사람인 haha ha 님의 시각이 어쩔 수 없이 들어간 서술이기는 하겠지만, 책 속에서 길막이는 haha ha 님이 어떻게 그 많은 물고기를 구해서 자신에게 '조공'하는 건지 어리둥절해하더라고요. 길막이의 말을 빌리자면 '민첩하지도 않고 날카로운 발톱도 없고 움직임도 둔하고 쓸데없이 몸집만 큰' 인간이 자신보다 많은 물고기를 저장해두고 산다니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어느 날 길막이는 '자신을 위해 수고하는 인간'에게 피가 뚝뚝 흐르는 쥐를 잡아다 줍니다. haha ha 님은 당연히 놀라자빠지죠. 그런데 길막이는 고마워서 그렇게 반응한다고 생각하고 자랑스러워합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웃기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사람인 제가 보는 세상과 고양이가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제 입장에서만 생각하면 저희 집 고양이 소원이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뜻이죠. 제가 소원이랑 뭔가를 할 때 소원이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들을 아끼고 존중하는 haha ha 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좋아하지 않으면 가까이 관찰하기도 어렵고, 마음을 알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을 키우는 고양이>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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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이 없는 게 아니라 꺼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아우름 42
김경일 지음 / 샘터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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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책이 좋아 앉은 자리에서 시리즈물 한 세트를 다 읽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긴 글을 읽기가 지겨워졌어요. 마감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읽어야 될 상황이 닥쳐서야 간신히 집중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인터넷은 점점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벽돌책을 읽다가 막히면 인터넷에 손이 가고, 복잡한 문제를 풀다 막히면 또 인터넷을 켜고... 언젠가부터는 인터넷에 길들여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만 좋아하면 나중에 곤란해진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 설명을 들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명쾌하게 설명해주더라고요.

컴퓨터는 분명 친절한 정보 제공자이지만 우리가 깊이 사고할 기회를 차단합니다.반면 책은 불친절한 정보 제공자이지만 우리의 뇌를 더 많이 쓰게끔 만들어서 유추적 사고와 같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118p

책을 읽으려면 머릿속에서 글자를 장면으로 바꿔야 합니다. 저자는 이것 자체가 은유라고 말합니다. 은유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영역에서 지식을 끌어다 써야 합니다. 그리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려면 은유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정보를 떠먹여 주면 은유를 할 필요가 없어지고, 소수의 뇌세포만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책(저자는 특히 은유가 많은 시집을 읽으라고 권합니다)을 읽으면 직접 장면을 상상해야 하기 때문에 깊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깊은 생각을 즐기고 싶으면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자기 머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책 #책읽기 #독서 #인지심리학 #심리학 #창의성 #창조성 #창의력


컴퓨터는 분명 친절한 정보 제공자이지만 우리가 깊이 사고할 기회를 차단합니다.반면 책은 불친절한 정보 제공자이지만 우리의 뇌를 더 많이 쓰게끔 만들어서 유추적 사고와 같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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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기자 상담실 - 고민을 해결해 드립니다
가메오카 어린이 신문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정인영 옮김 / 샘터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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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비교적 무거운 책만 소개한 것 같은데 오늘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 제가 소개할 책은 일본 '가메오카 어린이 신문'의 기자들이 쓴 <어린이 기자 상담실>입니다.

어른들이 고민을 이야기하면 어린이 기자들이 해결책을 이야기해 주는 내용인데요, '어른의 사정'에 물들지 않은 어린이만이 던질 수 있는 돌직구와 솔직한 해결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 SNS가 너무 재미있어서 끊을 수가 없어요.


A: 우리에게는 '게임은 하루 두 시간', '유튜브 시청은 숙제를 마친 뒤에' 같은 규칙이 있어요. 그러니까 어른들도 SNS를 하는 시간을 정해 두면 돼요! SNS는 기본적으로 근사하게 사는 척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부러워!' 같은 말을 듣기 위한 쓸데없는 거니까, 휘둘리면 인생의 낭비예요! 94-95p


만약 어른에게 물어봤다면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었을까요? 중고등학생, 아니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눈치를 보느라 본심을 그대로 말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우리는 본심을 그대로 말하면 안 되는 분위기에서 살고 있고, 이 책이 나온 일본은 본심을 숨기라는 압력이 더 심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자기 생각을 여과 없이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어린이 기자의 대답이 솔직하고 통쾌하게 느껴집니다. 저도 유치원생, 초등학생 때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에 껴서 저만의 해결책을 말한 적이 꽤 있었는데요, 아마 저를 보는 어른들의 기분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네요.

처음 이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제 취향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린이 기자들의 사이다 같은 대답을 읽다 보니 술술 넘어가서 놀랐습니다. 일상생활의 고민에 대해서 독특한 대답을 듣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잘 넘어가는 책이라서 무거운 책에 지치신 분들이 읽으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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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SNS를 하는 시간을 정해 두면 돼요! SNS는 기본적으로 근사하게 사는 척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부러워!‘ 같은 말을 듣기 위한 쓸데없는 거니까, 휘둘리면 인생의 낭비예요!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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