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 - 전곡선사박물관장이 알려주는 인류 진화의 34가지 흥미로운 비밀
이한용 지음 / 채륜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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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시대 하면 야만스럽고 미개한 원시인들이 살았던 시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창작물에서도 원시인은 항상 동굴에 살면서 '우가우가' 같은 말을 하고 넝마 같은 가죽옷을 걸치고 있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고고학자인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이 쓴 <왜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는 사람들이 은근히 깔보는 구석기 시대와 구석기인을 다시 보게 해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방향으로도 다시 보게 해 주지만 부정적인 방향으로 돌아보게도 해준다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자면 구석기 시대의 현생 인류는 혁신가 집단이었습니다. 네안데르탈인보다 신체조건에서 밀렸지만 기술력을 통해 생존했기 때문입니다. 그 기술력을 보여주는 예시가 바로 바늘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인류의 발명품 중에서 역할에 비해 저평가되는 발명품을 꼽으라면 단연 바늘을 첫손에 꼽고 싶다고 말합니다. 바늘로 꿰멘 따뜻한 옷이 우리 모두의 조상인 현생 인류가 빙하기를 날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바늘은 물고기를 잡는 어망이나 물건을 나르는 가방처럼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만드는 데도 꼭 필요합니다. 현재까지의 고고학적 증거로 볼 떄 현생 인류에게는 있었던 바늘이 네안데르탈인에게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바늘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빙하기를 견뎌낸 현생 인류와 그렇지 못한 네안데르탈인의 차이로까지 커진 것입니다.

바늘은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사실 얇은 막대에 구멍을 뚫으려면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보다 신체 조건도 좋고 뇌용량도 컸지만 기술력의 차이 때문에 멸종했다고 말합니다. 조건이 좋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쪽이 잘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시죠.

하지만 구석기인들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구석기 현생 인류는 학살자이기도 했습니다.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마구 죽여 멸종시켰다는 설은 의견이 분분하므로 제쳐둔다고 해도, 매머드를 남획해서 멸종시킨 것은 확실하다고 합니다. 멸종될 때까지 죽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아도 현생 인류만이 만들 수 있었던 무기로 네안데르탈인을 죽였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현생 인류가 '문명화된' 후에도 사람들은 많은 동물과 식물들을 남획해서 멸종시키고 환경을 파괴했습니다. 지금도 파괴하고 있고요. 뿐만 아니라 나라가 되었든 민족이 되었든 강한 집단이 만만한 집단에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명의 틀 안에서 벌어진다고는 해도 골자는 구석기 시대와 달리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술과 혁신으로 얻은 힘을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인류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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