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장
팡팡 지음, 문현선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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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은 줄곧 자기 스스로와 투쟁을 벌여왔다.

첫문장

중국 작가 중 아는 작가는 <위화>,<모옌>, <쑤퉁>이 전부다. 그들은 민초들의 삶을 다룬 소설을 주로 썼고 소설 속 민중들의 삶은 같은 동양권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럴까? 싶을 만큼 어찌 보면 야만적이고 거칠었고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란 말이 딱 어울릴 듯싶은 게 그동안 중국 소설에 대한 내 느낌이다.

삶은 척박했으며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은 본능대로 사는 밑바닥의 삶을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내 어찌 사람이 이럴 수 있지?라는 의문으로 남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토지개혁이란>

1940~1952년 사이 중국공산당의 주도하에 지주들의 토지를 몰수하여 농민들에게 나눠준다는 취지하에 실행한 정책으로 중국의 사화, 역사, 경제 구조를 바꿔놨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이 과정에서 수많은 폭력으로 다수의 사람들이 희생되었던 아픈 역사로 기록됨.

혁명적 성격을 띠었으며 사회주의 체제를 수립하는데 중요한 토대가 됨.

이 소설의 주요 배경이 바로 토지개혁이다.

대지주로 마을에서 영향력 꽤나 있는 집안인 루씨 집안도 토지혁명의 규탄대회를 면하지 못해 내일이면 모진 고초를 겪어야 하는데 그들이 택한 건 수모 대신 집단 자살이었다.

대저택 안마당에 본인이 묻힐 구덩이를 파고 관도 없이 묻히는 연매장을 주인공인 다아윈(며느리) 혼자 흙을 덮는 뒷수습을 하고 대를 이을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간다.

다음날 들이닥친 자들은 망연자실 아무도 남지 않은 빈집에 무덤만 발견하게 되고 충격으로 공개재판은 취소되며 빈집은 누구에게도 재분배되지 않은 채 귀신의 집으로 불리게 된다.

루씨는 아편을 팔아 부를 축적했고 왕 씨 가문과 정자를 짓기 위한 땅을 두고 다투다 원수가 되고 몰락한 왕 씨 가문의 살아남은 진텐을 거두어 키웠으나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조용히 사라졌다가 토지개혁에 돌아와 루씨 가문을 규탄대회에 세우는데 앞장서게 된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다아윈은 기억을 잃은 채로 딩쯔타오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그녀의 삶과 그녀를 구한 우씨 성을 가진 의사는 과거를 철저히 숨기며 살아가게 된다.


시간이 흘러 장성해 성공한 아들의 집으로 가 모처럼 행복한 날이 될 거 같았지만 그녀는 쓰러지며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어 그동안의 삶을 꿈속에서 보게 된다. 아들 칭린은 아버지가 남겨 놓은 일기를 통해 충격적인 부모의 과거를 알게 되지만 기억에서 꺼내지 않고 아버지가 원했던 대로 존엄을 잃었던 시간과 상처투성이 개인사를 가슴에 묻어 두려고 한다.

실제 작가가 지인을 통해 듣게 된 이야기가 모티브가 되어 탄생한 <연매장>은 스토리도 굉장하지만 삶과 역사에 대한 깊은 울림이 있어 더 대단하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하다.

지인의 이모의 큰언니에 대한 이야기도 곧 나올 듯 작가가 언급했는데 되도록 빨리 읽어 보고 싶다.

이 소설 하나로 그녀의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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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망각을 배신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망각은 살아남기 위해서 일 때가 많다. - P17

그녀 혼자만의 세상에서 걷고 앉고 눕는 듯했다. 거기에서 뭐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는 그녀 세상 속의 사람만 알 수 있었다. 칭린은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었지만, 그녀의 세상 밖에 있는 존재였다. - P265

그 시절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어떤 입장이었느냐에 따라 판정도 다른 거 같아. - P399

칭린은 알기 싫은 일을 알려 하지 않는 것도 강함의 또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긴 시간이 진실의 모든 것을 연매장했다. 설령 안다고 해도, 그게 진실의 모든 것이라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 P437

누군가는 망각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기록을 선택해. 우리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살아가면 되는 거야.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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