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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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이 설립한 출판사 ‘무제’의 첫 프로젝트로 오디오북으로 먼저 선보였고, 이후 종이책으로도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시각장애인인 아버지를 생각해서 기획하게 됐다고... (멋진 아드님을 두셨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소설이다.

후텁지근하지만 모든 만물이 푸르르게 생생한 여름이 배경이고, 한적한 버스를 타고 내린 곳에 위치한 시골 점포에 다양하고 재밌는 인간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삶의 다양한 장면들, 판타지 같기도 하고 힐링 소설 같기도 한, 짧은 중단편이다.

인간에 대한 배신감과 관계에 대한 불안으로 목소리마저 떨려 더 이상 본업인 성무일도 할 수 없어 생계가 막막해진 주인공은 채무자의 고향인 완평에 내려와 채무자의 엄마가 운영하는 매점 겸 장의사 집에 알바로 눌러 앉게 된다.

이 장면도 너무 좋다. 찾아온 목적 달성도 못하고 버스 끊긴 시골을 다시 빠져나가야 하는 열매에게 저녁밥같이 먹자고 무심한 듯 여기 머물러도 된다고 말하는 채무자의 엄마, 그렇게 둘은 서로 의지하고 공생하며 살아가게 된다.

어저귀(강동경)는 가장 미스터리한 인물로 신비하고 멋진 인물로 나온다. 드라마 도깨비의 그 도깨비를 연상하게 하는데, 본인이 나무에서 왔다고 하며 나무들과 대화를 하는 자연 전체를 상징하는 인물이면서 주인공 열매에게 위로와 평안을 주는 인물이다.

꿈속은 삶의 두 번째 층과 같이 않을까. 일상처럼 리드미컬한 리듬이면서도 꿈결을 걷는 듯한 몽환적인 음악도 가능할 것이다. 이 지문이 이 책 전체의 분위기를 잘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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