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채널 × 1인용 인생 계획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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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지식채널ⓔ는 단편적인 지식을 입체적으로 조명해서 시청자들이 알고 싶어하거나 알아야 할 이야기를 엮은 '살아있는 지식'프로그램으로, 2005년 이후 현재까지 15년간 총 2500여 편의 방송으로 인문, 사회, 과학, 예술 등 우리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 주제들을 감각적이고 에리하게 담아내 큰 호응을 얻어오고 있다. 그간의 방송들을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시리즈로 엮어나가는 계획 아래 얼마전 <지식채널 × 기억하는 인간> 출간이후 이번에는 점차 우리 사회에 증가하는 1인가구에 대한 이야기 <지식채널 × 1인용 인생 계획>이 새롭게 출간이 되었다.

1인가구 600만 시대가 도래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는 대한민국 가구수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놀랄만한 수치라고 한다. 도시화와 개인주의 팽배, 늦어진 사회활동 등 다양한 이유에서 사회전반에 비혼과 만혼이 형성이 되어있고, 이혼율의 증가와 인구감소에 따른 고령화 등으로 이제 우리 주변에서 1인가구를 어디서나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대가족제도에서 핵가족제도로 바뀐지도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1인 가구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하니 다가올 미래를 설계함에 있어서 <지식채널 × 1인용 인생 계획>을 진지하게 읽어야 할 당위성을 갖게 된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기까지 했다.

이 책 <지식채널 × 1인용 인생 계획>은 크게 PART3로 나눠 총 21개의 주제들로 Single Life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PART 1 '싱글의 이유'에서는 1인가구의 증가이유와 그에 따른 장단점, 선진국 사례들을 통한 다양한 가족제도를 인정하는 사회정책과 법적지원에 관한 현실적인 대책방안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PART2 '싱글의 생존법'에서는 1인가구로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지극히 현실적인 주제들로 엮어놓았다. 1인 가구에 너무도 유용한 편의점과 포장용품 쓰레기줄이기, 혼밥족에게 유용한 의식주생활과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이나 혼자살아가는 데 있어서 너무도 중요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자기만의 취미를 갖는다거나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가 병행이 되어 가장 행복하고 나다운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N잡러 이야기 등으로 꾸며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 PART3 '싱글의 마음챙김'에서는 부모님보다 더 가난해지기 시작하는 요즘의 20-30대를 가리키는 에코붐 세대의 현실적인 문제들과 인생의 노년기를 맞아 삶의 가치와 중요한 것들을 알아보고,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거나 알아야 할 여러가지 문제와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뤄진다.

아직은 1인 가구는 아니지만, 언제가는 나 혹은 우리 아이, 우리 가족의 일이 될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들이라 읽는 내내 조금은 더 진지하고 깊이있는 생각을 하게 하었다. 혼자여도 괜찮은 시대에 살아가면 좋겠지만, 아직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너무도 많이 산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비혼부부나 동거, 이혼이나 사별에 따른 싱글맘이나 싱글대디 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은 물론이거니와 이들에 대한 법적 혹은 제도적 보호는 여전히 제대로 받을 수 없는게 현실이다. 또한 연금 등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노년층의 빈곤은 고독사로 이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더불어 1인가구의 사회적 돌봄은 한 개인이 아니라 우리 사회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제대로 만들어가야 할 우리의 당면 과제임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인용된 찰리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중에서 인용된 글이 개인적으로는 인상적이라 남겨본다.

"우리에게는 기계보다는 인류애가 더욱 절실하고, 지식보다는 친절과 관용이 더욱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비참해지고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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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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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를 감상하고 이해하는 것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전반적인 것을 알아가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문학, 예술, 역사,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미술작품을 접해본적이 있으나 정작 의학과 관련된 명화들을 통해 인문학을 이해하는 일은 상당히 신선하고 흥미로운 접근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 <미술관에 간 의학자>에 이어 박광현님은 내과의사로서 20여년 넘는 시간동안을 전세계 미술관 순례를 하면서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을 논한 <히포크라테스 미술관>을 이번에 출간한다는 소식이 반가운 것은 그러한 연유 때문이었다.

작가가 말씀하신 '그림 역시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강조한 것처럼 그림의 내면에 담긴 의미를 알고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다르지 않을까한다. 의학적 지식 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과 정신이 주는 메세지 때문에 히포크라테스는 의사의 이미지하면 첫번째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라는 것은 이견을 없을 것이다. 작가의 직업 역시 의사이다보니 그림을 보더라도 의학의 시선으로 해석을 하게 되었고, 다소 무겁고 어려운 이미지의 의학의 이미지를 벗어나 좀 더 쉽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나가려는 의도에서 <히포크라테스 미술관>이라는 제목을 사용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삶과 문학 속 의학이야기, 미술과 문학 속의 의학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총 15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고흐의 '영원의 문'을 통해 보는 차이코프스키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 '어머니의 의무'라는 명화를 통해 보는 17세기중반의 사회모습을 통해 보는 머릿니와 관련된 진화생물학적 이야기,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 도난사건, 이발사와 외과의사 역할을 동시에 했다는 고대와 중세의 의사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돈키호테가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는 의학자들에게 필독서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카인과 아벨에 얽힌 형제간의 경쟁과 살인이야기, 루이 14세나 16세에 비해 인지도면에서 떨어지긴 해도 루이 15세의 애첩 퐁파투르의 숨겨진 이야기 역시 너무도 유익했었다.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채호프와 히포크라테스와 얽힌 그림 이야기도 작가님의 문학적 깊이감을 더해주는 설명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하나의 인물과 관련된 여러 그림들을 통해 관련 사실을 알려주고, 그와 관련된 삶과 죽음을 의학적인 부분과 연계하여 풀어내는 부분이 상당히 흥미롭고 유용하게 느껴졌다. 또한 그 작품이 작가의 흥미를 끌게 된 이유와 미술관에서의 관람포인트에 대한 설명들도 역시 다뤄주고 있다. 의사로서 단순히 병과 관련된 의학적 내용만을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함께 풀어가는 깊이있는 내용들을 접하면서 작가의 예술적 소양에 감탄을 절로하게 되기도 했다. 화려한 색감의 예술작품들로 눈과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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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찰스 부코스키 지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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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이란 제목이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져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표지에서의 정제되지 않은 모습의 늙은 노인이 담배하나를 삐딱하게 꼬나물고 뭔가 불만이 가득한채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모습에서 삶의 고뇌와 번민이 머리 속에 떠오르며 그려졌다. 그래서 책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이 작품을 만났다.

이 책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은 발표하는 작품마다 거센 비난을 받으며 미국 주류문학의 이단이이자 아웃사이더로 불리우는 작가 찰스 부코스키의 작품이다. 평생 60여편이 넘는 시, 소설, 산문, 시나리오를 썼으며,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예술가들의 예술가이면서, 문단에서는 비주류로 각종 비난을 받아왔을지언정 미국 서점에서는 정작 가장 많이 도난당난 작가이자 전세계 독자들로부터 열광적으로 추종되는 인기작가라는 타이틀을 당당히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은 1969년 존 브라이언이 창간한 지하신문 <오픈 시티>에 14개월 동안 연재한 칼럼을 엮은 산문집으로 술에 취해 내뱉는 음탕하고 거친 언어 뒤에 숨은 깊은 사유, 밑바닥을 전전하며 깨닫는 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 어느 작가에서도 볼수 없는 유머와 재치를 겸비한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찰스 부코스키식 글쓰기의 진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국내에는 이번에 처음 소개되었다고 한다.

처음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다소 난해하고 황당하다 였다. 매일 술에 취해있고 수많은 여자들과의 자유분방한 관계들과 그들과 내뱉는 퇴폐적인 언어들, 서민들의 삶이라고도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하류민들의 처참한 일상들의 표현들은 절로 인상이 쓰여졌고,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표현들은 신경이 거슬릴 정도였으니 그가 작품마다 거센 비난을 받고 주류문학의 이단아이자 아웃사이더라고 불리우는 이유를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문장의 표현만을 들여다보지 않고 그가 말하고 싶어하는 내용들을 가만히 숨죽여 들여다보면 삶의 밑바닥을 전전하는 그와 그 주변의 삶을 통해 깨닫게 되는 사회의 차가운 현실세계에 냉정한 관찰과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이면을 다시금 들여다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 최근에 지성인을 너무 많이 봐왔다. 입을 열 때마다 주옥같은 말을 내뱉는 소중한 지성인들에게 진짜 신물이 났다. 신경쓰지 않으려고 속으로 계속 숨 쉴 자리를 만드는 데 이골이 난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들과 떨어져 지냈으며 지금 사람을 만나보고 다시 내 동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p.40)

- 지성인이란 단순한 것을 어렵게 말하는 사람이다. 예술가란 어려운 것을 단순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p.245)

- 누군가는 혁명을 꿈꾸지만 반란을 일으키고 새로운 정부를 세워도 자신의 새 정부가 여전히 기존의 정부와 같고 기존의 정부도 마분지를 쓴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린다. (p.90)

- 알겠지만 혁명은 낭만적으로 들린다. 물론 그렇지 않다. 피와 창자와 광기만 있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죽어나는 건 청년들이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 못하는 것도 청년들이다. (p.93)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경마장의 말들을 통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 어쩌면 다음번에 우리가 1위 말을 차지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연습과 약간의 웃음 그리고 운이 조금 필요하다.(p. 65)

또한 사랑에 대한 그의 생각도 오묘하지만 매력적이게 들렸다.

- 어머니가 자네를 사랑했나?/자신의 연장선상으로서만 그랬습니다.

그것 말고 사랑이 또 뭐 뭐가 있겠어?/아주 좋은 무언가를 아주 조심스럽게 보살피는 것입니다. 꼭 인간관계일 필요가 없습니다. 빨간색 비치볼이나 버터 바른 토스트도 될 수 있습니다.

자네 말은 버터 바른 토스토도 사랑할 수 있다는 뜻인가?/ 일부는 그렇습니다. 어떤 날 아침에, 어떤 햇살이 들어 올 때 말입니다. 사랑이 찾아오고 말없이 떠납니다.

인간을 사랑할 수는 없나?/물론 있습니다. 그 사람을 잘 모른다면 말입니다. (p.262-263)

작가가 자주 말하는 40대후반과 50대를 향해 가는 나이대를 '냉동인간상태'라 불렀는데 나 역시 점점 더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궁금해하거나 세심하게 살피기보다는 그저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더 좋아하는 걸 보니 점점 냉동인간상태인 그 시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며 일정부분 공감을 하게 되었다.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은 처음 읽을 때 다소 황당함과 당황스러움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읽어내려 갈수록 인간의 기본본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 1960년대라 다소 현재와는 괴리감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현실세계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하는 시선을 갖게 되었다. 가볍게 읽으면 한없이 가벼울 수 있고, 또 그 이면을 들여다보며 읽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무거운 주제의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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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 죽음의 미학, 개정판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이문열 엮음, 김석희 외 옮김 / 무블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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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 넘쳐나고 있지만 막상 읽을 책을 선정하는 일은 너무도 어렵디. 이는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시간의 할애가 필요할 뿐 아니라 정신적인 노동 역시 상당한 작업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대한민국의 최고의 작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은 그러한 나의 수고로움을 덜어줄 책으로 더할 나위없어 보였다. 이 책은 작가가 읽었던 현대문학 중 비교적 시대별 정리가 잘 되어있지 못한 세계문학 작품들 가운데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 최고의 중단편 101개의 작품을 골라 총 10개의 주제로 묶어서 10권의 책으로 20여년만에 전면개정판으로 재출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3년의 초반이후 2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작가의 기호나 지향도 변화가 생겨 100편 가운데 12편은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였고, 20여년전의 낡은 번역도 이번에 새롭게 바꾸고 더해져 총 3할이 바뀌게 되었다고 덧붙여 소개하고 있다.

사실 각 주제별 단편의 정리는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소설이나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학업 중인 청소년들에게도 유익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실제적 효용가치로 따지면 단순한 교양으로 접근하는 나같은 사람들이 주제별 여러 작품들을 여러 각도로 비교하고 분석하며 읽고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여겨졌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그 중<이문열 세계명작산책 - 죽음의 미학>으로 총 9편의 죽음에 관한 주제의 작품이 수록이 되어 있다.

사실 '죽음'이라함은 우리의 삶과 상반되는 것으로,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닥치게 되는 운명같은 것으로,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두번씩은 관심을 갖게되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인지 혹은 대비하고 준비해나가야 할 대상인지는 각자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문학작품으로서 대하는 이 주제의 특별함은 대개는 감동과 눈물샘을 자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기대로 펼쳤지만, 기대와 비슷한 작품보다는 사실 전혀 다른 전개의 작품들을 대하게 되면서 다소 의아하기도 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성찰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갖게 되는 시간이었다.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는 죽음에 임박해올수록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고통이 심해져가는 이반 일리치의 묘사가 압권이었으며,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구명정 속에서 파도와의 사투를 표현한 '구명정'에서도 죽음을 예견하고 있는 표현들은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 그는 게라심이 옆방으로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어린애처럼 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무력함, 끔찍한 고독, 인간의 잔인함 그리고 신의 부재를 한탄하며 흐느껴 울었다. (p.115 '이반 일리치의 죽음'중에서)

- 사람이 정말로 지치게 되면, 물에 빠져 죽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바다와의 싸움이 중지되는 휴전이 이루어지고, 이어서 엄청난 안도감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의 마음이 놓였다. (p.187 '구명정'중에서)

최악의 추위 속에서 개를 보자 느끼는 야만적인 생각 역시 공감이 갈 정도로 죽음에 대한 중압적인 공포와 두려움이 압권이었던 잭 런던의 '불지피기'와 13살 알렉시스와 발다사르 자신의 입장으로 각기 달리 보이는 죽음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일생을 되돌아보고 추억을 배경으로 삶을 바라보며 마지막을 준비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던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운 나체와 소녀의 모습으로 표현되긴 했으나 사실은 너무도 불행하고 외롭게 죽어간 한 노파의 죽음을 그린 '숲 속의 죽음'에서는 죽음 후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은 고사하고 노파의 시체 주변을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개들의 모습을 통해 잔인하고 불행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듯해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을 뒤로한 채 머물곳 없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와 애착을 가졌던 세상과 원치않는 이별을 해야하며 죽음에 순응하게 되는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서도 시간과 배경만 다소 다를 뿐이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었으며 세계적인 작가라고 칭하는 그들의 작품들은 만날때마다 존경심이 더해지게 된다. 그런 가운데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의 웅장함이 마치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묘사는 상당히 생생하고 사실적이게 느껴졌다.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세상 전체를 합친 것 만큼이나 드넓은 그리고 거대하고 드높은, 햇빛을 받아 믿을 수 없을 만큼 하얗게 빛나는 킬리만자로의 네모진 정상이었다. 순간 그는 자기가 향해 가고 있는 곳이 바로 저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p.464 '킬리만자로의 눈'중에서)

다소 독특하면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질투와 독점욕을 그린 '앨리스'와 삶에 대한 애착을 통한 죽음의 관계를 표현한 '마차'도 함께 엮여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에는 매 작품마다 작가소개, 작품, 번역가소개, 이문열 작가의 작품해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문학을 통해 보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은 종교적인 이유나 동서양의 문화차이로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있는 동안 죽음을 논하고 있는 것은 살아가는 시간의 소중함을 통해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야 함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반면에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다가오는 운명의 죽음을 통해 삶의 덧없음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의 다른 주제의 작품들도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시리즈전체를 이번 독서기회를 통해 제대로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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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 - 전2권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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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출판사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의 소설들을 좋아하는 1인이다. <올드 뉴욕>, <우리의 미스터 렌>, <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등 읽었던 소설마다 한동안 여운이 가슴 속에 깊이 남아있었던 지라 이번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의 출간소식이 누구보다 기뻤었고, 읽고나서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항공업계 엔지니어로 항공기 개발일을 하던 작가는 엔지니어 보호차원에서 네빌 슈트라는 필명으로 여가시간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전쟁 후 호주에서 정착하면서, 1942년 일본이 말레이반도를 함락 후 수마트라를 침공하면서 네델란드 여성과 어린이들을 전쟁포로로 3여년의 시간을 전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희생을 낳게 했으나, 이러한 엄청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유모감각을 잃지 않으며 건강하게 살아남은 게이젤 부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세트, 전2권>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1001권'에 소개된 책으로 러브스토리가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모두 갖춘 작품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으로 말레이에서 싱가포르로 대피를 가려던 과정에 진 패짓은 자신을 포함한 32명의 여성과 아이들로 구성된 외국인들이 일본군의 전쟁포로가 되어 정처없이 떠돌게 된다. 말라리아나 이질과 같은 각종 전염병에 노출이 되어 수많은 이들이 죽음을 당하던 과정에서 만난 호주인 조 하먼은 일본인의 닭을 훔쳐 그들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로 십자가에 못이 박힌 채 그들이 보는 앞에서 죽음을 당하게 되고, 진 패짓은 그와의 인연을 통해 뒤늦게 사랑을 감정을 깨닫게 된다. 3년간의 떠돌이 생활 끝에 그들의 유일한 감시병조차 죽자 쿠안탄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정착생활을 하게 된 것을 인정받게 된다. 종전 후 그녀는 영국으로 다시 돌아가 일상생활을 하게 되고, 얼마 후 외삼촌으로 부터 엄청난 상속을 받게 되며 삶의 변화를 맞게 된다. 받은 유산의 일부를 전쟁 중에 도움을 받았던 쿠안탄 마을에 우물을 건립해주기 위해 말레이로 다시 가게되고, 그 곳에서 조 하먼이 살아있다는 얘기를 엄청난 사실을 전해듣고는 그와 얘기 나눴던 꿈과 환상의 지역인 앨리스를 방문하기 위해 무작정 호주로 향하게 된다. 한편 조 하먼 역시 결혼한 여성으로 알아 현지주민이라는 뜻의 호주말로 '붕여사'라 불렀던 그녀가 미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만나려는 목적하나만을 가지고 영국으로 가게 된다. 둘의 사랑의 결실은 어떠한 결말을 가져올까?....

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실 자체만으로도 너무도 놀라우리만큼 충격적이었다. 백인 여성이 3여년의 시간을 전쟁포로로 끌려다닌 것도 그렇고, 끊임없이 굶주림와 병마와 싸워야 하는 상황도 잔인하리 만큼 처절하게 느껴졌다. 가족 모두를 잃고 우울할 수 밖에 없는 환경임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당당하게 살아남아 척박한 호주의 땅 아웃백에서도 당당하게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는 반전의 모습은 경이롭게까지 느껴졌다. 당시 그녀의 정신적인 의지자였던 프릿부인이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오래 지속된 엄청난 시련 속에서 철저히 새로운 삶으로 내몰린 사람들은 이전 관념과 완전히 단절된 특이한 정신적 특성을 나타내기도 한다.'(1권 p.167)

'사람은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자기만의 장소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앨리스 스프링스 주변 지역이에요.'(1권p.151)

조 하먼에게 듣는 앨리스 스프링스라는 장소는 그녀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했고, 그녀 역시도 언젠가 꼭 한번 들러보리라 마음먹게 하는 환상적인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유산의 존재를 알게 된 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던 그녀는 잠재의식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끊임없이 탐색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그녀의 결심들을 하나씩 실천에 옮기게 되었고, 책의 제목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에서처럼 그녀의 도시 윈스타운을 그녀의 바램과 욕심처럼 당당히 앨리스처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 그 먼 타국으로 떠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당당히 꿈을 이뤄내는 모습이 너무도 멋지게 비춰졌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바로 그거예요. 이 도시를 앨리스처럼 만드는 거예요.' (2권 p.250)라고 말하고 있는 그녀, 진 패짓이 너무도 눈부시게 보였던 장면이었다. 힘들지만 당당하게 맞서 나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뤄가는 모습은 어떤 로맨스소설보다 더 감미롭게 보였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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