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 죽음의 미학, 개정판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이문열 엮음, 김석희 외 옮김 / 무블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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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 넘쳐나고 있지만 막상 읽을 책을 선정하는 일은 너무도 어렵디. 이는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시간의 할애가 필요할 뿐 아니라 정신적인 노동 역시 상당한 작업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대한민국의 최고의 작가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은 그러한 나의 수고로움을 덜어줄 책으로 더할 나위없어 보였다. 이 책은 작가가 읽었던 현대문학 중 비교적 시대별 정리가 잘 되어있지 못한 세계문학 작품들 가운데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던 최고의 중단편 101개의 작품을 골라 총 10개의 주제로 묶어서 10권의 책으로 20여년만에 전면개정판으로 재출간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2003년의 초반이후 2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작가의 기호나 지향도 변화가 생겨 100편 가운데 12편은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였고, 20여년전의 낡은 번역도 이번에 새롭게 바꾸고 더해져 총 3할이 바뀌게 되었다고 덧붙여 소개하고 있다.

사실 각 주제별 단편의 정리는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소설이나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나 학업 중인 청소년들에게도 유익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실제적 효용가치로 따지면 단순한 교양으로 접근하는 나같은 사람들이 주제별 여러 작품들을 여러 각도로 비교하고 분석하며 읽고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여겨졌다. 이번에 내가 읽은 책은 그 중<이문열 세계명작산책 - 죽음의 미학>으로 총 9편의 죽음에 관한 주제의 작품이 수록이 되어 있다.

사실 '죽음'이라함은 우리의 삶과 상반되는 것으로,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닥치게 되는 운명같은 것으로,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두번씩은 관심을 갖게되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인지 혹은 대비하고 준비해나가야 할 대상인지는 각자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문학작품으로서 대하는 이 주제의 특별함은 대개는 감동과 눈물샘을 자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기대로 펼쳤지만, 기대와 비슷한 작품보다는 사실 전혀 다른 전개의 작품들을 대하게 되면서 다소 의아하기도 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성찰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갖게 되는 시간이었다.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는 죽음에 임박해올수록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인 고통이 심해져가는 이반 일리치의 묘사가 압권이었으며,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구명정 속에서 파도와의 사투를 표현한 '구명정'에서도 죽음을 예견하고 있는 표현들은 경이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 그는 게라심이 옆방으로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어린애처럼 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무력함, 끔찍한 고독, 인간의 잔인함 그리고 신의 부재를 한탄하며 흐느껴 울었다. (p.115 '이반 일리치의 죽음'중에서)

- 사람이 정말로 지치게 되면, 물에 빠져 죽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바다와의 싸움이 중지되는 휴전이 이루어지고, 이어서 엄청난 안도감이 찾아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의 마음이 놓였다. (p.187 '구명정'중에서)

최악의 추위 속에서 개를 보자 느끼는 야만적인 생각 역시 공감이 갈 정도로 죽음에 대한 중압적인 공포와 두려움이 압권이었던 잭 런던의 '불지피기'와 13살 알렉시스와 발다사르 자신의 입장으로 각기 달리 보이는 죽음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일생을 되돌아보고 추억을 배경으로 삶을 바라보며 마지막을 준비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던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운 나체와 소녀의 모습으로 표현되긴 했으나 사실은 너무도 불행하고 외롭게 죽어간 한 노파의 죽음을 그린 '숲 속의 죽음'에서는 죽음 후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은 고사하고 노파의 시체 주변을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개들의 모습을 통해 잔인하고 불행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듯해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을 뒤로한 채 머물곳 없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와 애착을 가졌던 세상과 원치않는 이별을 해야하며 죽음에 순응하게 되는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서도 시간과 배경만 다소 다를 뿐이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작품이었으며 세계적인 작가라고 칭하는 그들의 작품들은 만날때마다 존경심이 더해지게 된다. 그런 가운데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의 웅장함이 마치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한 묘사는 상당히 생생하고 사실적이게 느껴졌다.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세상 전체를 합친 것 만큼이나 드넓은 그리고 거대하고 드높은, 햇빛을 받아 믿을 수 없을 만큼 하얗게 빛나는 킬리만자로의 네모진 정상이었다. 순간 그는 자기가 향해 가고 있는 곳이 바로 저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p.464 '킬리만자로의 눈'중에서)

다소 독특하면서도 상당히 인상적인 질투와 독점욕을 그린 '앨리스'와 삶에 대한 애착을 통한 죽음의 관계를 표현한 '마차'도 함께 엮여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에는 매 작품마다 작가소개, 작품, 번역가소개, 이문열 작가의 작품해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문학을 통해 보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치관은 종교적인 이유나 동서양의 문화차이로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있는 동안 죽음을 논하고 있는 것은 살아가는 시간의 소중함을 통해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야 함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반면에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다가오는 운명의 죽음을 통해 삶의 덧없음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많은 생각을 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문열 세계명작산책>의 다른 주제의 작품들도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시리즈전체를 이번 독서기회를 통해 제대로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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