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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미술관 -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20년 10월
평점 :

명화를 감상하고 이해하는 것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전반적인 것을 알아가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문학, 예술, 역사,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미술작품을 접해본적이 있으나 정작 의학과 관련된 명화들을 통해 인문학을 이해하는 일은 상당히 신선하고 흥미로운 접근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작 <미술관에 간 의학자>에 이어 박광현님은 내과의사로서 20여년 넘는 시간동안을 전세계 미술관 순례를 하면서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을 논한 <히포크라테스 미술관>을 이번에 출간한다는 소식이 반가운 것은 그러한 연유 때문이었다.
작가가 말씀하신 '그림 역시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강조한 것처럼 그림의 내면에 담긴 의미를 알고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다르지 않을까한다. 의학적 지식 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과 정신이 주는 메세지 때문에 히포크라테스는 의사의 이미지하면 첫번째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라는 것은 이견을 없을 것이다. 작가의 직업 역시 의사이다보니 그림을 보더라도 의학의 시선으로 해석을 하게 되었고, 다소 무겁고 어려운 이미지의 의학의 이미지를 벗어나 좀 더 쉽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나가려는 의도에서 <히포크라테스 미술관>이라는 제목을 사용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삶과 문학 속 의학이야기, 미술과 문학 속의 의학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총 15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고흐의 '영원의 문'을 통해 보는 차이코프스키의 운명에 관한 이야기, '어머니의 의무'라는 명화를 통해 보는 17세기중반의 사회모습을 통해 보는 머릿니와 관련된 진화생물학적 이야기,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 도난사건, 이발사와 외과의사 역할을 동시에 했다는 고대와 중세의 의사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돈키호테가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는 의학자들에게 필독서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 카인과 아벨에 얽힌 형제간의 경쟁과 살인이야기, 루이 14세나 16세에 비해 인지도면에서 떨어지긴 해도 루이 15세의 애첩 퐁파투르의 숨겨진 이야기 역시 너무도 유익했었다.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채호프와 히포크라테스와 얽힌 그림 이야기도 작가님의 문학적 깊이감을 더해주는 설명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하나의 인물과 관련된 여러 그림들을 통해 관련 사실을 알려주고, 그와 관련된 삶과 죽음을 의학적인 부분과 연계하여 풀어내는 부분이 상당히 흥미롭고 유용하게 느껴졌다. 또한 그 작품이 작가의 흥미를 끌게 된 이유와 미술관에서의 관람포인트에 대한 설명들도 역시 다뤄주고 있다. 의사로서 단순히 병과 관련된 의학적 내용만을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상황을 함께 풀어가는 깊이있는 내용들을 접하면서 작가의 예술적 소양에 감탄을 절로하게 되기도 했다. 화려한 색감의 예술작품들로 눈과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