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돈 공부 - 나를 잃고 싶지 않아 처음 시작한
이지영 지음 / 다산3.0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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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집 계약과 맞물린 이런 저런 상황 속에서 '이번 기회에 독립하고 싶다(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청약해서 대출 끼고 집을 살 생각까지 하면서 이런 저런 정보를 탐색하려다 보니 돈 안 모으고 뭐했냐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라도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와중에 다산북스 나나흰 4기 선택도서로 이 책이 올라와서 신청했다. 아직 '엄마'가 아니라서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불로소득인 임대 수익이 자동으로 돈을 벌어오게 만드는 길만이 경제적 자유이자 우리 모두의 꿈이 되어버린 헬조선에서 참 많은 사람을 설득하고 동기부여할 만한 책이 아닌가 싶었다. 

 

책 전체에는 저자가 일생 동안 이루어 왔고 이루고 싶은 꿈들을 체크리스트'들'로 만들어 수록했고,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시간을 쪼개 각종 세미나들에 따라다니고 공부해서 스크랩북을 만들거나 각종 일기를 쓰는 등 한 시도 본인을 가만히 두지 못한 기록들이 남아 있다(이런 분이기에 '저자'가 될 수 있으셨겠지 싶다). 그런데 정작 그가 살고 싶은 삶은 아래와 같은 삶이라고 말한다.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던 수많은 생각들을 깨끗하게 비울 때, 비로소 우리의 내면이 온전하게 채워지기 시작한다. 주변을 가득 메운 수많은 소음, 더 많은 것을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감,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해 느끼는 죄책감, 내 삶이 마치 체크리스트에 적한 목록을 채우기 위한 과정처럼 느껴지는 무기력함... 이 모든 감정들이 잠시라도 사라질 때, 비로소 나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가 욕망하는 그 많은 것을 초월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얻게 된다." 169쪽.

 

 

일단 이 책은 신혼 때 남편 학원에서 빌려주는 빌라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20억 자산가가 된 저자 본인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재산을 만들어왔는지를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겠다. '마음가짐'이라고 쓴 이유는 자산을 불릴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얻으리라던 기대가 무색하게도 책 중반에는 '엄마들!! 아이들을 생각해서 독하게 마음 먹으세요~ 자기 자신의 삶도 잃지 마세요'와 같은 추상적인 '동기부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초반과 후반, 특히 저자가 표로 정리한 내용들 속에는 나 같은 투자 초짜가 참고할 만한 경제 관련 서적(자기계발서에 가까운??)들과 정보들을 나열하고 있어 쏠쏠하다. 이를 테면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다. 굳이 '엄마'가 아니라도 실천하면 좋을 내용이다. 나야 '532 법칙'이 무색하게 나를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책 한 권을 읽었는데 '아파트를 사려면 환승 역세권에서 사서 리모델링을 잘해라'라는 조언이 남았다.

 

"수입의 50퍼센트는 저축하고, 30퍼센트는 생활비로 쓰고, 20퍼센트는 나를 위해 쓰는 '532 시크릿 머니 법칙'의 핵심은 시간과 돈을 나를 위해 우선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인 내가 나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나 자신을 돌볼 수 있을 때, 나와 나의 가족 또한 더욱 행복해진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드시 수입의 20퍼센트는 본인을 위해 적립할 것을 권한다.

엄마의 돈 공부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 나 자신을 삶의 중심에 두고 나만의 세계를 굳건히 만들어갈 때 스스로 더욱 당당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 

따라서 '엄마의 돈 공부'는 시간과 돈의 일부를 반드시 나를 위해 씀으로써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를 성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시간을 내어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때 빛을 발한다." 127-128쪽.

 

제목에 '공부'가 들어 있다. 최근 진로 단원 나가면서 '공부를 왜 하는가?' 소단원을 나가고 있어서 그런지 책 좋아하는 저자가 공부 이야기를 할 때 공감했다. 학생들 역시 '경제' 과목을 왜 배운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회에 속지 않고 돈을 잘 벌고 잘 쓰면서 살기 위해서'와 같은 답을 적었다.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강조한다. 공부=삶이라고, 지금 배우는 모든 내용을 커서 쓰지 못할 수도 있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라고,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죽을 때까지 공부는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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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라이프 1
다카기 나오코 지음 / artePOP(아르테팝)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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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시리즈물 신간 중 첫번째 편을 선물해주는 행위는 출판사 고도의 전략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전주 다녀오는 동안 21세기북스(아르테팝)에서 보내준 이 만화를 집에 오자 마자 훌훌 읽으면서 '아, 2권을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꿈을 좇아 별다른 준비도 없이 도쿄로 상경한 이 젊은 처자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가 너무 궁금해서. 이미 아르테팝에서 잊어버릴 때 쯤 줄지어 출간하고 있는 다카기 나오코 전작을 몇 권 읽은 바 있다. "30점짜리 엄마"나 "효도할 수 있을까"에서 보이는 이 작가의 만화는 스토리는 착하고 훈훈하며 그림은 현란하게 아름답지 않지만 단순하고 솔직하고 귀여운 구석이 있다. 어떤 면에서는 마스다 미리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한다. 다카기 나오코 쪽이 마스다 미리 그림보다 한 컷 한 컷 배경은 꽉 차 있다.

 

전작에서도 볼 수 있었던 부모님의 걱정은 이 책에서도 자주 보인다. 툭하면 전화하셔서 '돈은 떨어지지 않았니, 그림은 돌아와서도 그릴 수 있잖니'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일러스트 외주 작업은 커녕 스펙 없던 저자로서는 알바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안 들어가던 생활비가 현찰 박치기로 꼬박꼬박 들어가니 돈에 쪼들리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했던 다양한 알바, 그 때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기억은 모르긴 몰라도 지금 그가 만화를 그리는데 좋은 자산이 되고 있을 테다. 작가가 알바 구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 일본 청년 세대 알바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작가가 일러스트 학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중에도 그림 그리고 싶다는 열정으로 도쿄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중 N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진 돈으로 생활하며 열심히 그림 그리기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그림을 많이 그려오고 공모전 출품이나 투고를 위해 발빠르게 뛰어다니는 N씨를 보며 이 작가도 더 열심히 해야지 마음을 다지는 장면이 1편에 나온다. 작가가 잘되는 모습을 보고 독서를 마무리 해야하는데 싶어 마음이 찜찜하다. 당장 2권을 주문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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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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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 나나흰에서 안겨준 이 책을 이야기하려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전작 "오베라는 남자"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출간 소식을 접하고 '아, 미션도서겠구나' 예감하면서 속으로 좀 환영했다. 소설을 일부러 찾아 읽는 사람이 아닌데 전작 "오베라는 남자"에서 느껴졌던 북유럽(사회 민주주의) 특유의 '함께 살자'는 가치관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치관을 배우고픈 한 외국 작가가 쓴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을 문학적으로 잘 보여준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내심 이번 신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도 그런 이야기이기를 바랐다. 현실이 팍팍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훈훈한 이야기가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대를 충족한 독서였다.

 

* 동화: 이야기로 비유하기

 

"'싫다고 말할 줄 알았던 소녀'는 엘사가 맨 첨으로 들은 깰락말락나라의 이야기 중 한 편이었다. 여섯 개 왕국에 속하는 미아우다카스 왕국의 여왕에 얽힌 이야기였다. 처음에 여왕은 만인의 사랑을 받는 용감하고 정의로운 공주였는데 안타깝게도 어른들이 그렇듯 나이가 들면서 겁이 많아졌다. 그래서 어른들이 그렇듯 효율성을 사랑하고 갈등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에는 미아우다카스 안에서 모든 갈등을 금지시켜버렸다. 모두들 언제나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 했다. 거의 모든 갈등이 누군가가 내뱉은 '싫다'는 말에서 비롯되기에 여왕은 이 단어마저 법으로 금지시켰다. 누구든 이 법을 어기면 당장 거대한 '반대론자들의 감옥'으로 끌려갔고, '찬성론자'라고 불리는 검은 갑옷을 입은 수백 명의 병사들이 수시로 순찰하며 어디에서도 싸움이 벌어지지 않도록 단속했다. 하지만 여왕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싫다'뿐 아니라 '아니다' '아마' '어쩌면'까지 이내 추방했다. 이런 단어들을 쓴 사람은 당장 감옥에 갇혀서 평생 두 번 다시 빛을 볼 수 없었다." 179쪽.

 

 

문법을 좋아하는 아버지 딸인 엘사는 '고품격 문학(판타지 슈퍼히어로 물)'을 매우 즐겨 읽는다. 그런 엘사에게 정서적으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할머니는 상황을 비유로 풀어 엘사가 용기 내어 싸울 수 있게 돕는 '깰락말락나라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판타지가 아니라 사실 실존 인물들일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엘사는 아주 나중에 깨닫는다. 기사가 용과 싸우면서 나라를 지키는 이 이야기는 스칸디나비아 신화 같다. 언어에 흥미 있는 엘사에게 나라 이름부터 의미가 있는 이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미시 권력, 세밀한 통치 하에서 눈치 보지 않고 고통을 말할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는 요즘이다. 이 와중에 읽은 인용한 부분이 사이다처럼 상쾌했다. 비유이지만 현실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어날 수밖에 없는 갈등을 죄악 시 해서 오히려 갈등이 곪아 터지게 하거나 을은 고통 받고 갑만 편안하기, 반대하면 갈등이 생긴다며 아예 '싫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만들기와 같은 방책은 우습기까지 하다. 누군가의 마음속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하지마'라는 단속이 늘어날 때 공동체는 고통 받는다.

 

 

* 세대 차이

"할머니는 효율성이나 경제성에 열광하지 않았지만 혼란이 벌어지면 모두들 할머니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다른 의사들은 멀쩡한 날에 죽어라고 할머니를 멀리하다가도 세상이 와르르 무너지면 군대처럼 할머니의 지휘를 따랐다. 있음직하지 않은 비극은 있음직하지 않은 슈퍼 히어로를 낳기 때문이다." 201쪽."

오베라는 남자"처럼 여기 등장하는 할머니 역시 효율성이나 경제성을 경멸하고 인간이 더불어 살며 훈훈했던 옛날을 그리워한다. 이 시대가 잃어버린 점들을 일깨워준다. 이 이야기는 보물(편지)찾기를 통해 엘사에게 옛날 더불어 살고 서로 도와 생존하던 생활 방식을 가르쳐 주는 이야기이다. 책을 아이패드로 읽는 똘망똘망한 'M세대' 엘사는 자주 할머니와 세대 차이를 겪고 싸우지만 엄마, 아빠 세대를 넘어서는 할머니의 밀어붙이는 언행을 좋아하기도 한다. 개인주의를 신봉해 서로 너무 조심하는 분위기인 현대 사회에 할머니는 마구 오지랖 부리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 왔다. 그리고 엘사에게 슈퍼히어로로 남았다. 할머니가 그 시대 드물었던 여성 의사였고, 쓰나미 같은 자연 재해가 왔을 때 몸 사리지 않고 사람들을 구했다는 사실을 엘사는 뒤늦게 알게 된다.

 

 

*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유쾌한 혁명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에서 우라지게 많은 것들을 하면 안 된다고 했겠지. 그래도 너희 할머니는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너희 할머니가 태어나고 몇 년 뒤에도 사람들은 여자들이 무슨 빌어먹을 투표냐고 했지만 지금은 여자들도 투표를 하잖냐. 너더러 이건 된다, 저건 안 된다 하는 개자식이 있으면 그런 식으로 맞서 싸우는 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오지게 밀어붙이는 거야." 414-415쪽.

 

할머니 언행을 따라오다 보면 '오베' 만큼이나 웃겨서 빵빵 터진다.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다소 짜증나기도 하겠지만 적당히 거리를 둔 제3자 입장에서 문학 작품을 통해 만나는 할머니는 참 매력적인 캐릭터다.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에서 창의적인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주변 사람들과 줄창 싸웠는데, 오래 지나 되돌아보니 어그러진 면을 바로 잡기도 했고 웃긴 추억이 되기도 했던 사건 사고였다. 할머니를 알던 사람들은 알프가 말한 위 대사처럼 할머니를 기억한다. 절대 악처럼 그려지는 '샘'마저도 살리는 결과도 할머니의 치밀한 계산 하에 있었을까?? 이 보물찾기를 겪으며 엘사네 아파트 사람들은 서로의 고통을 돌아보고 말을 걸고 알아가고 함께 살 수 있게 된다. 과정이 웃기고 결말이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저의 주력 블로그는 예스이십사입니다.

원글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854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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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결혼식 - 작지만 로맨틱한 스몰웨딩의 모든 것
김민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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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서평단 활동 중이라 조금이라도 관심 가는 신간이 올라오면 신청하곤 한다. '읽고 서평 올려야만 하는 책'이 있으면 어떻게든 덜 놀고 TV 덜 보고 덜 자고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할 생각은 커녕 남친도 없는 내가 이 책을 신청한 이유는 언젠가 결혼한다면 에코 웨딩, 스몰 웨딩을 하고 싶다는 어렴풋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이 곰손이라 여기 저자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셀프 웨딩은 어렵겠지만 허례허식을 걷어낸 작은 결혼식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혼기 찬 주변 지인들과 가끔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기 저자도 말했듯 젊은이들은 이렇게 하고 싶어도 결국 가장 큰 난관은 부모님 설득하기라고 이야기한다. 그 과정을 성공하고 나면 자잘한 귀찮음과 고생들이야 배우자 될 사람과 대화하며 잘 준비하면 될 일이다.

 

부모님을 설득했다는 가정 하에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가 마치 여행 가이드북을 들고 여행하듯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셀프 웨딩을 손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은 여백과 예쁜 사진이 많아 가독성이 좋다. 저자 글솜씨 때문인지 책장이 금방 잘 넘어간다. 실용서라 어려운 부분이 없다. 실용서의 미덕은 직접 고민하며 뛰어다니고 시행 착오를 겪고 자기 손으로 해보고 성공과 만족을 맛본 사람이 들려주는 노하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 미덕에 매우 충실하다. 독자는 그 노하우들 중 자신에게 맞는 부분을 취사 선택, 변용하면 된다.

 

* 스몰 웨딩, 셀프 웨딩의 장점

저자는 자신의 작은 결혼식을 책 한 권을 통해 오롯이 보여주며 독자를 설득하고 있다. 독특하고 예쁘고 알찬 이 결혼 과정을 보고 있으려니 작은 결혼식으로 더욱 마음이 간다. 저자는 책 말미에 작은 결혼식의 장점을 열거하고 있다. 보편적인 결혼식 자체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가가 대화하고 맞춰가면서 정말 결혼을 해도 괜찮을지 검증하고 배우자 간 함께 살 준비를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저자는 결혼 준비를 완전히 셀프로 하면서 남편될 사람과 엄청 대화를 많이 했다고 한다. 연애 시절 아무리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어도 결혼하면 또 다르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애-> 결혼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이들이 세 번 만나고 결혼을 결심했고 만난지 몇 달 만에 결혼식을 치렀는데도 말이다.

 

허례허식을 걷어내니 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도 엄청났다. 각각 500만원씩 내서 뉴욕으로 신혼여행(자유여행)비 500만원을 쓰고 나머지는 셀프 웨딩 비용으로 썼다. 웨딩플래너나 업체가 해줄 일들을 모두 자기 손발로 해야했고 특히 레스토랑을 빌려 식장을 꾸밀 때는 친구들을 동원해야 하는 등 비용을 아끼는 효과를 보려면 그 만큼 노고가 들어가긴 했지만. 저자처럼 자기 입맛에 맞는 행사를 원하는 신부라면 이러한 방식이 굉장히 만족스럽게 느껴졌을 테다.

 

* 내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과 따르고 싶지 않은 부분

위에 썼듯이 곰손인데다가 웨딩 촬영을 그렇게 큰 돈과 노력을 들여서 찍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인지라 저자처럼 세밀한 취향을 결혼식에 반영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취향이 뚜렷하지 않다면 결혼 준비 과정에서 때마다 결정장애 가진 사람처럼 고민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으느라 매우 힘들었다'고 토로했듯 숨어 있는 좋은 업체와 상품을 찾는 일도 쉽지 않을 듯해보인다. 현대는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결혼'식'에서 허례허식을 걷어낼 수 있는 지점들을 세밀하게 소개한 점 자체가 좋았다. 저자는 작은 결혼식을 준비할 때 철저히 '한 번만 쓸 물건은 만들지 않는다, 만들었다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원칙을 따랐다. 예를 들어 여행 가듯 셀프 웨딩 촬영을 하고 그 사진들로 결혼식장을 현수막, 액자 등으로 소박하게 꾸민 후 당일 사용한 현수막으로 캔버스 액자를 만들어 신혼 집을 장식한다. 웨딩 드레스도 치렁치렁하고 불편한 드레스가 아니라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 같은 빈티지 웨딩드레스를 구입해서(웨딩촬영, 본식 등 여러 번 입으려면 대여나 구입이나 비용이 비슷) 결혼식 때도 입고, 해마다 결혼기념일이 올 때마다 그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어 기록에 남겨둘 생각이라고 한다. 판에 박힌 결혼식장을 잡지 않고 부산에서 뷰가 좋고 결혼식장 만큼 예쁘고 음식이 맛있는 레스토랑을 잡아 하객에게 코스 요리를 제공했는데, 딱 맞는 장소를 구하기 쉽지 않았지만 새로 개업했기에 입소문이 필요한 레스토랑을 잘 컨텍해서 윈윈하는 전략을 세웠다. 결혼 반지는 주얼리를 잘 잃어버리는 저자인지라 저렴한 커플링으로 대체했다. 앞에는 셀프 웨딩 촬영한 사진을 담고 뒤에는 정보를 담은 청첩엽서, 본식 순서, 음식 코스, 하객 네임 카드, 방명록 쓰는 종이 등도 거의 자기 손으로 편집해 인쇄 업체에서 저렴하게 찍었다. 결정장애가 있거나 나처럼 취향이 불투명한 사람도 매뉴얼 보고 따라하듯이 책을 따라 한다면 만족할 만한 작은 결혼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천편일률적인 청첩장이 아니라 정성을 담은 자신들만의 청첩 엽서는 참 좋은 아이디어였다. 이들 작은 결혼식 처음부터 끝까지 담긴 허례허식 걷어낸 실용성과 낭비하지 않으려는 자세는 이 청첩 엽서를 만든 이유에서도 읽을 수 있다.

 

 

"한 면에는 우리가 찍은 웨딩 사진을 커다랗게 넣고, 다른 면에는 짤막하게 정보들을 적어 넣는 거야. 최소한의 종이만 사용하니 우리는 지구에게 덜 미안하고, 떡하니 사진이 박혀 있어 휴지통으로 직행하기 어려우니까 하객들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미안할 일이 없지. 게다가 디테일이 없으니 직접 디자인하기도 어렵지 않을 걸. 그럼 덩달아 예산도 굳을 테고. 어때? 완전 괜찮지?" 143쪽.

 

211쪽에 소개한 "포토그래퍼 매칭 플랫폼, 스냅퍼" 같은 사이트는 결혼식 뿐 아니라 일반적인 행사를 추진하는 이들이 참고해도 좋을 꿀팁이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작가를 비싼 수수료 없이 중개해주는 온라인 사이트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작은 결혼식에서 하객들에게 휴대폰으로 결혼식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해두기는 했지만, 만약을 대비해 사진 잘 찍는 작가를 이 사이트에서 섭외했다. 지인에게 부탁할 수도 있지만 결혼식 당일 만큼은 지인도 파티를 온전히 즐기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은 결혼식이 성공해 단행본으로까지 출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치밀하고 고집스러운 신부의 노고도 있었겠지만, "하고 싶은대로 해보자"고 받아주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함께 수습해나가 주던 신랑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테다. 이렇게 가치관이 맞으면서도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해줄 수 있는 관계란 멋지다.

 

[저는 예스이십사 블로그를 주로 사용합니다. 원문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8505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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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보장 - 5천만 결정장애 국민들의 속 시원한 고민 해결 상담소
송은이.김숙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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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 책 물건이다. 강력 추천한다.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 김어준이 MBC 라디오에서 전문가들을 요일 별로 불러서 해주었던 "색다른 상담소"가 떠올랐다. 유쾌하면서 현실적이다. 책으로 읽어도 이렇게 웃긴데 팟캐스트로 직접 들은 사람들은 얼마나 웃겼을까. 빠져들 만하다. 이 팟캐스트 덕분에 이제 공중파에서 "언니네 라디오"도 진행하게 되었다니. 책만 읽어도 공중파에 진출할 만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팟캐스트에 이런 저런 상담 프로그램들이 많을 텐데 이들 방송이 잘 될 수 있었고 그를 바탕으로 만든 이 책이 잘 될 듯한 강점 몇 가지가 보였다.

 

 

1. 송은이&김숙: 편안하고 친밀한 관계, 거침없는 말과 욕

이들이 친하다는 사실은 무도에서 접했다. 팟캐스트 내용을 글로 풀었는데도 이들의 끈끈한 관계, 거침없는 입말과 욕이 살아 있다.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 정도 막말을 해도 사이가 틀어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엿보여 읽는 사람까지 마음이 편했다. 상담을 해줄 때에도 거침 없다. 청취자는 어차피 "비밀보장"의 막말 컨셉을 좋아해서 일부러 찾아 듣는 이들이다. 고민을 보낸 이에게 욕쟁이 할머니처럼 때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현실적인 대답을(아마도 그가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았을) 통쾌하게 말해준다. 그 사람이 상처 받거나 섭섭해할까 주저하지 않는 자세가 이들이 가진 매력이다. 팟캐스트 "비밀보장"은 자유로운 김숙과 성실하고 끈기 있는 송은이가 만나 일으킨 시너지 효과를 잘 보여준다.

 

2. 지인과 전화 상담

발이 참 넓어보인다. 다양한 고민을 다루어줄 지인들이 있다. 고민을 읽고 떠오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데 연예인도 있고 일반인도 있다. 그 분야에 대해서 만큼은 해줄 말이 많은 사람들이다. 고민을 보낸 사람이 새겨들을 수 있을 만큼 납득 되게 상담해준다.

 

3. 짧고 명쾌한 결론

결정 장애 국민들에게 해주는 상담인 만큼 각 고민 끝부분에는 대화 내용을 송은이와 김숙이 서너 줄로 짧고 명쾌하게 요약해주고 있다. 그 긴 대화를 이렇게 핵심만 간추려 요약하는 능력 자체가 놀라웠다. '어떻게 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처방하는데도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4. 책 자체 디자인

자본력 빵빵한 다산북스에서 나온 책이라 그런지 요즘 핫한 폰트들을 사용해 눈이 즐거웠다. 글씨도 큼직하고 중요한 부분은 강조도 잘 해주고 줄간격도 넉넉해서 가독성이 있다. 송은이와 김숙을 그린 일러스트, 고민이나 해결책을 한 눈에 보여주는 컬러풀하고 시원시원한 일러스트들 역시 세련되었다는 느낌이다. 아쉽게도 몇 몇 부분이 19금 고민이라 학급 문고에 비치하기는 어렵겠지만, 학생들도 즐겁게 읽고 인생에 피가 되고 살이 될 만한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 있다.  

 

다산북스 나나흰에서 보내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불금에 받아 들고는 거짓말 안하고 손에 들자 마자 다 읽었다. 누구나 고민하는 내용을 너무나도 쉽고 웃기면서도 도움 되게 다루고 있어서 공감하면서 읽었다. 어쩌면 물어보는 사람 마음 속에 이미 답이 있는지도 모른다. 질문을 읽으면서 나도 나름 대답을 해주어 보았는데 지인들 상담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송은이: 인테리어는 따로 배우신 거예요?

이영자: 처음에는 일본 잡지를 많이 봤지. 그런 잡지만 계속 본 거야. 한 15년 전부터 잡지를 보면서 인테리어 하는 거에 관심을 갖게 됐지.

김숙: 눈높이를 올렸구나. 공부가 필요하네요." 238쪽.

지인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그 어떤 고민이든 해결을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함을 말하거나 보여주고 있다. 김숙의 변호사 친구 박지훈처럼 법적 분쟁 소지가 있는 갈등 상황을 만났을 때 당연히 법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 유리하다. 남친이 강아지를 키워달라고 맡겨서 수 년을 키우다가 헤어질 때 돌려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돌려주기 싫을 때, '맡겼다'면 돌려주어야만 하지만 지금까지 키운 비용을 청구할 수 있고 그 비용이 당연히 강아지 구입 비용보다 어마어마하게 크므로 원래 주인이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돈 모으기와 창업에 대해 상담한 김생민이나 유상무 역시 무작정 창업에 뛰어들기보다는 공부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함을 주장한다. 위에 인용한 이영자도 빈곤했던 어린 시절 기억 때문에 집 만큼은 예쁘게 꾸미고 살고 싶어서 소득의 80%를 투자해가며 집을 꾸미기 전에 15년 동안 인테리어에 대한 자료를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보았다고 한다. 고민을 해결해주는 과정에서 삶을 위해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방향성이 인상 깊었다. 어떤 면에서는 해결 가능 여부는 고민하는 이 스스로 몫이다.   


[저는 예스이십사 블로그를 주로 사용합니다. 원문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848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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