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결혼식 - 작지만 로맨틱한 스몰웨딩의 모든 것
김민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1세기북스 서평단 활동 중이라 조금이라도 관심 가는 신간이 올라오면 신청하곤 한다. '읽고 서평 올려야만 하는 책'이 있으면 어떻게든 덜 놀고 TV 덜 보고 덜 자고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할 생각은 커녕 남친도 없는 내가 이 책을 신청한 이유는 언젠가 결혼한다면 에코 웨딩, 스몰 웨딩을 하고 싶다는 어렴풋한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손이 곰손이라 여기 저자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셀프 웨딩은 어렵겠지만 허례허식을 걷어낸 작은 결혼식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혼기 찬 주변 지인들과 가끔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여기 저자도 말했듯 젊은이들은 이렇게 하고 싶어도 결국 가장 큰 난관은 부모님 설득하기라고 이야기한다. 그 과정을 성공하고 나면 자잘한 귀찮음과 고생들이야 배우자 될 사람과 대화하며 잘 준비하면 될 일이다.

 

부모님을 설득했다는 가정 하에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가 마치 여행 가이드북을 들고 여행하듯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셀프 웨딩을 손쉽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은 여백과 예쁜 사진이 많아 가독성이 좋다. 저자 글솜씨 때문인지 책장이 금방 잘 넘어간다. 실용서라 어려운 부분이 없다. 실용서의 미덕은 직접 고민하며 뛰어다니고 시행 착오를 겪고 자기 손으로 해보고 성공과 만족을 맛본 사람이 들려주는 노하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 미덕에 매우 충실하다. 독자는 그 노하우들 중 자신에게 맞는 부분을 취사 선택, 변용하면 된다.

 

* 스몰 웨딩, 셀프 웨딩의 장점

저자는 자신의 작은 결혼식을 책 한 권을 통해 오롯이 보여주며 독자를 설득하고 있다. 독특하고 예쁘고 알찬 이 결혼 과정을 보고 있으려니 작은 결혼식으로 더욱 마음이 간다. 저자는 책 말미에 작은 결혼식의 장점을 열거하고 있다. 보편적인 결혼식 자체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가가 대화하고 맞춰가면서 정말 결혼을 해도 괜찮을지 검증하고 배우자 간 함께 살 준비를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다. 저자는 결혼 준비를 완전히 셀프로 하면서 남편될 사람과 엄청 대화를 많이 했다고 한다. 연애 시절 아무리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어도 결혼하면 또 다르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연애-> 결혼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고 한다. 이들이 세 번 만나고 결혼을 결심했고 만난지 몇 달 만에 결혼식을 치렀는데도 말이다.

 

허례허식을 걷어내니 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도 엄청났다. 각각 500만원씩 내서 뉴욕으로 신혼여행(자유여행)비 500만원을 쓰고 나머지는 셀프 웨딩 비용으로 썼다. 웨딩플래너나 업체가 해줄 일들을 모두 자기 손발로 해야했고 특히 레스토랑을 빌려 식장을 꾸밀 때는 친구들을 동원해야 하는 등 비용을 아끼는 효과를 보려면 그 만큼 노고가 들어가긴 했지만. 저자처럼 자기 입맛에 맞는 행사를 원하는 신부라면 이러한 방식이 굉장히 만족스럽게 느껴졌을 테다.

 

* 내가 마음에 들었던 부분과 따르고 싶지 않은 부분

위에 썼듯이 곰손인데다가 웨딩 촬영을 그렇게 큰 돈과 노력을 들여서 찍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인지라 저자처럼 세밀한 취향을 결혼식에 반영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취향이 뚜렷하지 않다면 결혼 준비 과정에서 때마다 결정장애 가진 사람처럼 고민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흩어져 있는 정보를 모으느라 매우 힘들었다'고 토로했듯 숨어 있는 좋은 업체와 상품을 찾는 일도 쉽지 않을 듯해보인다. 현대는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결혼'식'에서 허례허식을 걷어낼 수 있는 지점들을 세밀하게 소개한 점 자체가 좋았다. 저자는 작은 결혼식을 준비할 때 철저히 '한 번만 쓸 물건은 만들지 않는다, 만들었다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원칙을 따랐다. 예를 들어 여행 가듯 셀프 웨딩 촬영을 하고 그 사진들로 결혼식장을 현수막, 액자 등으로 소박하게 꾸민 후 당일 사용한 현수막으로 캔버스 액자를 만들어 신혼 집을 장식한다. 웨딩 드레스도 치렁치렁하고 불편한 드레스가 아니라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 같은 빈티지 웨딩드레스를 구입해서(웨딩촬영, 본식 등 여러 번 입으려면 대여나 구입이나 비용이 비슷) 결혼식 때도 입고, 해마다 결혼기념일이 올 때마다 그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어 기록에 남겨둘 생각이라고 한다. 판에 박힌 결혼식장을 잡지 않고 부산에서 뷰가 좋고 결혼식장 만큼 예쁘고 음식이 맛있는 레스토랑을 잡아 하객에게 코스 요리를 제공했는데, 딱 맞는 장소를 구하기 쉽지 않았지만 새로 개업했기에 입소문이 필요한 레스토랑을 잘 컨텍해서 윈윈하는 전략을 세웠다. 결혼 반지는 주얼리를 잘 잃어버리는 저자인지라 저렴한 커플링으로 대체했다. 앞에는 셀프 웨딩 촬영한 사진을 담고 뒤에는 정보를 담은 청첩엽서, 본식 순서, 음식 코스, 하객 네임 카드, 방명록 쓰는 종이 등도 거의 자기 손으로 편집해 인쇄 업체에서 저렴하게 찍었다. 결정장애가 있거나 나처럼 취향이 불투명한 사람도 매뉴얼 보고 따라하듯이 책을 따라 한다면 만족할 만한 작은 결혼식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천편일률적인 청첩장이 아니라 정성을 담은 자신들만의 청첩 엽서는 참 좋은 아이디어였다. 이들 작은 결혼식 처음부터 끝까지 담긴 허례허식 걷어낸 실용성과 낭비하지 않으려는 자세는 이 청첩 엽서를 만든 이유에서도 읽을 수 있다.

 

 

"한 면에는 우리가 찍은 웨딩 사진을 커다랗게 넣고, 다른 면에는 짤막하게 정보들을 적어 넣는 거야. 최소한의 종이만 사용하니 우리는 지구에게 덜 미안하고, 떡하니 사진이 박혀 있어 휴지통으로 직행하기 어려우니까 하객들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미안할 일이 없지. 게다가 디테일이 없으니 직접 디자인하기도 어렵지 않을 걸. 그럼 덩달아 예산도 굳을 테고. 어때? 완전 괜찮지?" 143쪽.

 

211쪽에 소개한 "포토그래퍼 매칭 플랫폼, 스냅퍼" 같은 사이트는 결혼식 뿐 아니라 일반적인 행사를 추진하는 이들이 참고해도 좋을 꿀팁이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작가를 비싼 수수료 없이 중개해주는 온라인 사이트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작은 결혼식에서 하객들에게 휴대폰으로 결혼식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해두기는 했지만, 만약을 대비해 사진 잘 찍는 작가를 이 사이트에서 섭외했다. 지인에게 부탁할 수도 있지만 결혼식 당일 만큼은 지인도 파티를 온전히 즐기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은 결혼식이 성공해 단행본으로까지 출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치밀하고 고집스러운 신부의 노고도 있었겠지만, "하고 싶은대로 해보자"고 받아주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함께 수습해나가 주던 신랑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테다. 이렇게 가치관이 맞으면서도 서로의 부족함을 보완해줄 수 있는 관계란 멋지다.

 

[저는 예스이십사 블로그를 주로 사용합니다. 원문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85056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