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 한국은 없다 -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한민국 민낯 보고서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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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십일 서포터즈여서 잘 모르고 신청해서 받아보았다. 서평을 써야하기에 꾸역꾸역 다 읽었는데 내용이 어렵지 않음에도 저자와 나의 정치적 성향이 전혀 달라 매우 화나고 고통스러운 독서였다. 구매해서 쓰는 서평이라면 훨씬 솔직하게 혹평하고 싶은데, 아무튼 수위 조절을 해가며 정리해야겠다.

 

저자 공병호를 잘 몰랐다. 그저 책 많이 읽고 자기계발서를 많이 출간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큰 출판사에서 그의 책을 출간할 때마다 저돌적인 마케팅 때문인지 읽기 쉽기 때문인지 베스트셀러에 오르거나 많은 블로그 친구들이 읽고 있었기에 저자 이름만큼은 익숙했다. 그러나 힘겨웠던 이 독서 이후 그의 책을 자발적으로 다시 찾아 읽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책이나 매체에서건 sns에서건 자기와 맞는 사람 이야기만 골라 듣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의지를 내어 다른 목소리를 들어보자고 생각하고 끝까지 읽어냈지만 역시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만 두고 말하자면 한국 우파 입장에서 신자유주의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저자가 시장 중심 자유지상주의적 개혁을 설파하는 내용이다. 풍부한 역사적 사례를 들어 독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언어를 골라가며 쓴 책인데, 거기 숨어 있는 나쁜 가치관을 엿보고 있으려니 화가 났다. 나와 저자 모두의 문제는 읽고 싶은 내용을 읽고 싶은 대로 읽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의 생각만 보고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더 공고히 해나가는 지점 그 자체에 있는지도 모른다.  

 

"안상훈 교수(서울대 복지학과)는 노년층의 증가가 가져올 또 하나의 큰 변화를 엄중하게 경고한다. 노년층의 증가가 정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 하면 경제적 부양 문제부터 떠올리지만, 이는 나라의 정치 지형을 바꾼다는 면에서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복병이다. 노인들은 대체로 복지국가의 개혁 과정에서 꼭 필요한 변화에도 저항하는 경향이 크다..."

장덕진 교수(서울대 사회학과)는 장기적으로 더욱 우울한 전망을 내린다. "장기적으로 젊은 층이 노인들을 부양해야 하는 부양률이 100%에 육박하는 사회가 되면 이때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민을 포함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상황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세대 갈등은 세대 전쟁이 될 것이고, 정책 수단은 무력화될 것이다. 잊우화, 고령화, 민주주의의 문제, 그것들의 상호 억제가 향후 한국사회의 중층적 난제인 이유다."(안상훈 외 4인, "복지 정치의 두 얼굴", 21세기북스)" 123-124쪽.

 

 

책은 비관론자가 되지 말라며 마무리하지만, 전체적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은 망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경영 전문가가 풍부한 데이터를 가공하고 전문 용어를 사용해가며 한국에 닥친 위기를 보여주고 있고 일정 부분 일리가 있는 분석도 있을 테다. 그러나 현상을 비슷하게 분석한다 하더라도 추구하는 가치관에 따라 대안은 매우 상반될 수 있다. 저자는 일리 있어보이는 주장에 자기 편 가치관에 입각한 대안을 제시한다. 1. 한국 구석 구석에 비효율과 부패가 만연해 있어 국채가 늘었고 저성장시대가 닥쳤으니 그대로 두면 망한다-> 규제를 최대한 철폐하고 기업에 최대한 자유를 주어 경제 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하자, 최대한 작은 정부를 만들어 복지를 줄이고 시장 경쟁에 맡기자. 개발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개발하자. 2. 고령화 시대가 왔다-> 환경 보호, 인구 증가 우려 등의 이유로 묶여 있던 지역 개발 규제를 최대한 풀고 일부를 임대 주택 등으로 풀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 3. 중국이 이미 치고 올라왔다-> 서비스업을 육성한다고 제조업을 등한시하지 말자, 우리가 원래 잘하던 제조업을 보호해야 한다. 등등.

 

그러나 세계에 '저성장시대' 현실은 이미 와 있다. 근현대에 고공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필요하지도 않은 부분에 대한 개발+ 자본주의적 소비에 의한 낭비+ 전쟁+  금융권이 만들어낸 거품 같은 부분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쁘고 불필요했던 소비를 줄이면 전과 같은 성장은 멈춘다. 저자가 책에서 비판하고 있는 좌파? 지식인, 민중주의?를 부추기는 정치인, 일부 불만 많은 강성? 시민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이다. 이미 온 현실에 맞는 대안은 오히려 기본적인 생존이 불안하지 않도록 빈부격차를 줄이고 복지를 보장하는 일이다. 일반인 증세 혹은 부자 증세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경제적 약자가 적어도 굶거나 추위에 떨지 않도록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복지를 요구하는 시민을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민중주의자'('민중'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쓰는 방식도 마땅치 않다)라고 부르며 무시하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젊은이가 결혼과 출산을 굳이 하려고 하지 않고 이민을 꿈꾸는 이유는 이 나라의 불안정한 복지 그 자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빈부격차를 줄이고 공존하는 방향으로 복지 제도를 갖추는 일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나도 개신교인이지만 저자가 청교도 정신을 가져와 개발, 성공, 번영을 강조하는 면이 부끄럽고 불편하다. 요즘 너무나도 미국적인 그러한 주장을 한국교회 안에서도 다시 성찰해보며 자정하려고 노력하는 움직임이 있다(옥성호 저자의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 "복음과 상황"에서 다루는 논의들...). 내가 번영하면 누군가는 고통에 빠질 수 있는 경쟁 시스템은 성경적이지 않다. 저자가 구약 성경을 다시 읽어보았으면 한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배려하라고 요청했는지. 책, "현대를 위한 구약윤리": http://blog.yes24.com/document/8408854

 

"반면에 공공부문과 공공기관이 팽창하는 데에는 강력한 동인이 있다... 예를 들어, 일반 국민들은 저렴한 전기료와 물값 등으로 이익을 누릴 수 있다면 그 부담은 다음 세대로 넘길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공공기관의 조직 축소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 결국 경제주체 가운데 어느 누구도 공공기관의 팽창을 제어해야 할 동기를 갖지 못하게 된다..." 183쪽.

 

작은 정부, 민영화를 염두에 둔 주장이어보인다. 공공기관에 부패와 소모적인 관행이 있다면 투명하게 혁신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사례로 든 전기료와 물값 같은 지점에 대한 대안이 결국 민영화에 있는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다큐멘터리 "블랙딜"을 보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공재를 민영화하면서 오히려 부패가 심해지고 사적 이득을 취하는 일이 많아져 시민은 시민대로 형편 없는 서비스를 비싸게 이용하고 나라 차원의 소모는 더 심해지며 심지어 안전까지 위협 받는 사례가 많다. 다시 한 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처럼 시장에 맡겨서는 안 되는 분야는 분명히 있다고 말하고 싶다. 공공기관은 이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일본과의 껄끄러운 과거사 문제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역사관 차이를 볼 때 가까운 장래에 깔끔하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절대로 그 선까지 사죄를 할 수 없다"고 완강하게 버티는 일본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거듭 사과를 요구해봐야 서로 얼굴 붉히는 일만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어느 정도 양보를 하고 일본도 양보를 하는 선에서 타협을 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시원한 선택이 아니긴 하지만 이처럼 냉랭한 관계로 한일관계를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은 일본을 대함에 있어서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 더 이상 과거에 뒷덜미를 잡혀 있어선 안 된다. 자꾸 과거를 보자고 촉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우리 사회가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고, 살아 있는 사람 또한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254-255쪽.

 

또한 저자는 역사에 대해 소모적으로 옳고 그름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타협을 하라'고 책에서 여러 차례 주장을 하고 있다. 저자의 책을 즐겨 읽는 독자가 그러한 이야기를 듣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일제시대에 대한 민족사관을 비판하며 일본이 우리를 도와주었기 때문에 조선 왕조의 부패나 계급주의를 청산했지 우리 민족 스스로는 불가능했으리라고 주장한다(동학농민운동은?? 이들이 바로 계급을 타파하고자 했던 우리 역사 주인인 '민중'이었다). 책 말미 '민족성'에 대한 이야기 또한 불편했다. 국가 개념이 사라지는 시대에 저자는 사사건건 분노하고 불만을 표출해서 '국'론을 분열시키지 말고 '국'익을 위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분노하고 분열하는 건 한국인의 나쁜 민족성 때문이라고 일반화한다.

 

나는 경제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지만, 저자가 책에서 섣부르게도 교육을 다루고 있어서 그 부분만큼은 특별히 화를 내면서 읽었다. 마이클 센델과 같은 공화주의자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같은 책에서 시장에 자유롭게 맡겨서는 안 될 분야 중 하나로 교육을 들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참사로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규제 철폐나 메르스 사태를 불러왔을지 모르는 의료 민영화와 함께, 공교육을 의무로 보장하면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할지 정하는 지점에 있어서는 시장에 맡길 수 없다. 어떤 착한 가치를 추구하며 교육을 혁신해나갈까 고민하는 시대에 저자가 아직도 mb 정권 때의 영어몰입교육에 찬사를 보내며 '수월성' 교육을 주장하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어서 놀랐다. 세계가 미국발 경제 불황을 겪으며 이제는 경제 분야에 대해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자본주의,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절감하고 사민주의적인 복지를 추구하는 시대에 아직도 매우 근대적이게도 '보이지 않는 손'을 신봉하는 경제경영 전문가는 역시나 교육에서도 똑똑한 몇 명만 잘 키우는 교육을 하자고 주장한다. 어떻게 가르쳐야하는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는 창의성 교육을 말하면서 외국어를 잘 가르치고 '불필요한 과목은 최대한 없애자'고 주장한다(mb 정부 이주호 장관 하에서 실패한 정책 집중이수제!!). 학교에 오라고 했으면 모두에게 밥을 주는 일은 당연한데, 즉 의무교육에서 의무급식을 하기란 당연한데 선별적 복지가 아니어서 불필요한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 정치인이 현찰을 나눠주며 인기에 영합한다'와 같은 표현이 매우 불편했다. 공교육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에 대해서는 십분 양보하고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내 상식으로는 그가 제시하는 해법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교육에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 교육계 안팎에서 공감하고 있고, 경기도 교육청은 앞장서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5.31 교육체제와 같은 경쟁 중심 수월성 교육에서 벗어나 배움의 기쁨 그 자체를 누리도록 도우며 인간을 인간답게 교육하는 4.16 교육체제로 전환하려는 담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분석은 같을 수 있지만 가치관에 따라 대안은 천차 만별이다. 교육에 있어서 만큼은 특별히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저자에게 책 "그 많은 똑똑한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http://blog.yes24.com/document/8237250 를 추천한다.

 

책 읽는 내내 나는 저자가 매우 비판하는 그런 류의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공무원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일종의 기득권으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유리 통장 덕분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열심히 세금을 내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투명하고 건전한 복지제도를 마련하리라는 믿음만 있다면 증세나 연금 개혁에 반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공무원 사회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  더 좋은 사회는 모두가 기득권처럼 사는 사회일 테다. 저자가 책 내내 주장하는 기업 중심 시장 경쟁 체제를 중심으로 한 '구조 조정'에 반대한다. 우리 사회에도 버니 샌더슨 같은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공무원이라서 당원으로 활동할 수는 없지만, 나는 다음과 같은 삶의 방식에 대부분 공감한다.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해서.   

월간 "페이퍼"에 수록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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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6-02-0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것이었군요. ˝우리도 어느 정도 양보를 하고 일본도 양보를 하는 선에서 타협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 양보에 대한 생각이 저와 공병호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해피클라라 2016-02-14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포터즈로 책을 받았던 터라...
저랑 비슷한 생각으로 읽으신듯요.
저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책을 끝까지 읽었는데
후아... 21세기북스 자체는 좋아하지만
이번 책은 아이었네 싶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