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 뽑은 입보리행론송 - 삶의 지혜와 마음의 평화를 주는 명상시
산티데바 지음, 원인 옮김 / 민족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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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쩌렁쩌렁 울립니다. 도대체 누구이길래 이렇게 영혼을 울리는 건가 찾아보니 인도 중기의 샨티데바, 적천 스님입니다.
샨티데바는 왕자로 태어나 왕위 계승 전날 문수보살을 꿈에 뵙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 12년간 수행을 합니다.

이 경이 나오게 된 이유가 전설로 내려옵니다. 나란다 대학의 사람들이 게으르고 무능하다고 판단하여 망신주기 위해 설법을 요청합니다. 그 자리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한문장 한문장이 암송하기에 적합합니다. 게다가 전문에서 원인스님이 핵심만 ‘골라 뽑은‘ 정수입니다.
슬슬 읽어보면 20분이면 다 읽을 분량인데 내용이 깊이가 있어 자꾸 멈추고 생각하게 합니다.

모두 374구의 게송이 들어있습니다. 보통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을 표시해놓고 두번 읽을 때에 와닿는 부분을 적어둡니다. 그러나 십여페이지를 읽다가 드디어 포스트잇을 더 붙일 수 없다고 느껴 전부 떼어버렸습니다.

10개의 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1장은 보리심을 찬탄합니다. 부처님 법은 만나기도 어려운데 이런 기회에 정진하여야 한다는 좋은 말씀입니다.

우리에게 선한 기운은 약하고
악업의 힘은 너무나 강렬하다.
여기 위대한 보리심이 아니라면
어떤 선도 악을 조복 받지 못한다.
15p,
선악의 개념이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둘다 치우진 것으로 봅니다.

2장은 죄업을 참회합니다. 정성, 내가 가진 것, 악업, 죄업, 마음, 향락, 사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회를 합니다.

3장은 보리심을 가지는 방법입니다. 중생을 위하는 마음을 일으킵니다. 안락함, 고달픔, 배고픔, 아픔, 불신, 비방, 조롱, 모함, 악담, 모든 것을 다 받아서 베푸는 큰 마읍을 일으킵니다.

4장은 보리심을 닦는 법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주술에 걸려 정신이 혼미하면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잃게 되어
누가 나를 이렇게 한 줄 모르고
끝없는 고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53p,
내가 흐리멍텅한 것을 주술에 걸렸다고 위로해줍니다. 살면서 의지와 생각을 잃고 정신없는 적이 많이 있습니다. 모든 상황이 고뇌의 연속입니다.

사랑과 미움이라는 나의 원수는 손발도 없고 용맹하지도 않으며, 지혜롭거나 자비롭지도 않은데 그들은 나를 몸종으로 부린다.
54p,
사랑과 미움을 한묶음으로 엮은 것이 대단합니다. 숱한 인생의 장면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5장은 계율입니다. 파괴하는 무기, 괴롭히는 행동, 모함하는 악담, 악인과 어울림 등은 쉽게 빠지는 함정이지요. 육체의 병이 있으면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것처럼 정법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길을 바로 갈 수가 없습니다.

6장은 고행에 대한 인욕입니다. 분노, 성냄을 경계하고 인욕합니다.

모든 것은 연을 따라 움직이기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이처럼 허깨비 같은 허상에 대해 분노함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허상에 분노할 의미는 없지만 분노가 일어나면 억제해야 한다.
만법의 본질은 지을 것 없으나 괴로움을 멈추는 노력은 인정된다.
104p,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연에서 보고 일어난 일을 허상적 경계로 바라봅니다. 참 멋진 관점입니다.

7장은 위없는 도를 정진합니다. 탐진치에 대해서는 인욕하고 도를 위해서는 정진해야 합니다. 지극한 선을 실행하는 것인데 반대는 게으름, 오만, 애착, 방일, 낙심입니다. 쉽게 보기 어려운 경계입니다.

8장은 미혹을 소멸하는 선정입니다. 지止를 통해 마음을 고요히 하고, 관觀의 힘으로 번뇌를 끊어야 합니다. 그헐게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하는데 명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마치 벌이 꽃에서 꿀만 모으듯 바른길에 필요한 것만 수용하라.
저 하늘 고고하게 빛나는 달처럼 세상에 처하더라도 물들지 말라.
154p,
세상에 집착하면 만족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선악을 넘어선 곳에 깨달음이 자리하나 봅니다.

9장은 깨달음으로 가는 지혜입니다. 그러고보니 6바라밀을 이야기합니다. 읽다보니 이해가 됩니다. 그 시절에 이미 육바라밀이 형성되어 있었네요.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학창시절 외웠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10장은 보리심을 회향합니다. 역시 불경의 마무리는 회향이죠. ˝누구나 이 법문 듣고 해탈하여라!˝ 멋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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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 대한민국을 뒤흔든 10·26, 12·12 현장 기록
이재천 지음 / 인사이드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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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 대한민국을 뒤흔든 10·26, 12·12 현장 기록
이재천 (지은이) 인사이드북스 2024-10-30

대한민국을 뒤흔든 1026, 1212의 현장에 저자가 있었습니다. 저자 이재천 선생은 김신조가 내려올 때 육사에 입대하여 험난한 4년을 보냈습니다. 그후 1026 사건에 있었고, 1212 사태에도 연관되어 곤혹을 치렀습니다. 인생에서 이런 엄청난 일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그런 기록이 평상시 일기를 써왔길래 남아있을 수가 있습니다. 45년 전의 일기장을 펼치는 작업입니다. (시작부터 잡으면 56년전입니다!)

1장은 1968년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면서의 기록입니다. 기초훈련 시작 바로 전날 1.21일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합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입니까. (그렇다고 안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죠) 직각식사, 직각보행을 합니다. 안일한 불의의 길이 아닌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기 위한 겁니다. 66년 전투에 참여한 선배는 강연하러 와서 69년 생도들이 불만이 있나 봅니다. 항상 후배들은 나약해보이는 거죠. 천리길 행군도 갑니다. 이렇게 해야 버젓한 군인이 완성되는 겁니다. 험난합니다. 

2장은 유신시대의 기록입니다. 소위로 시작해서 군수장교를 하고 중위로 승진합니다. 아 이 시절에 북괴의 땅굴을 발견하고 있었습니다. 6.25가 끝나고도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적인 남침을 시도했던 거네요. 장교의 인생이 그다지 편해보이지 않습니다. 사명감이 없으면 못할 직업입니다. 그래도 대위로 승진합니다. 

3장은 77년 8월 정승화 육사 교장의 전속부관으로 들어갔다가 77년 12월 1군사령관의 부관, 79년 1월 참모총장의 부관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4장은 드디어 유신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유신이 그다지 길지 않았습니다. 

5장은 유신의 종말입니다. 10.18일에 부산, 마산에 비상계엄령을 내렸었네요. 느닷없이 1026이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조짐이 있었습니다. YS의 의원직 제명이 10월 4일입니다. 이렇게 급박한 사건들 속에서 1026이 일어납니다. 어쩌면 세상이 김재규의 편을 들어 줄 수 있었던 상황이었네요. 참모총장이 9여단과 20사단의 출동 명령을 중지합니다.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입니다. (이리도 긴박한 순간에 어찌 기록을 이렇게 많이 남겼는지 모르겠습니다) 

6장은 드디어 핵심이네요. 역시 중요한 대목은 마지막에 나오지요. 79.10.27 - 80.3.12 까지의 기간입니다. 전두환 소장이 대두됩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실세가 되고 권력을 쟁취하는가를 알지만 당시에는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12월 6일에 최규하 대통령 선출이 됩니다. 이렇게 종결이 되는가 했더니... 12월12일 저녁 7시에 사건이 시작됩니다. 총장은 납치당하고 보좌관(저자)은 피격당하고 입원후에 대공분실에 수감됩니다. 감방생활을 25일 합니다. 25일이 25년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하염없는 세월입니다. 고려시대 무신정변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이 책을 읽고 감동적인 부분은 일기를 써야겠다는 겁니다. 1968년부터 80년까지 불과 12년입니다. 꾸준히 일기를 써왔기에 이렇게 기록으로 남고 책으로 엮을 수가 있는 겁니다. 지금 시점에 과거를 아무리 회상해봐야 이런 기억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거기에 20세 청춘 시절의 기록입니다. (비록 1968년이지만) 같은 20대, 30대의 생각과 걱정을 되돌이켜 볼 수가 있습니다. 좋은 책이 남게 되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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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가 알려주는 어른의 양치질
이토 사이유 지음, 황미숙 옮김 / 시그마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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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가 알려주는 어른의 양치질
이토 사이유 (지은이), 황미숙 (옮긴이) 시그마북스 2024-11-11

실용서적인데 순식간에 다 읽었습니다. 자간을 넓히고 글을 쉽게 쓰고 중간중간 만화로 이해를 돕습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합니다. 읽히기 쉽게 편집해야 눈에,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게다가 제목도 어른의 양치질이라 하니 어른이라면 꼭 읽어야할 것같지 읺나요. 가끔 제목이 참 좋다고 느끼는 책이 있는데 바로 이 책입니다.

저는 잇몸이 안좋아 한해에 치과를 서너번 가서 염증치료를 받습니다. 항상 조심하느라 가글을 종류별로 구비해놓고 유튜브에서 광고하는 꿀을 바르면 만병이 낫는다도 민긴요법도 몇일간(!) 해봤습니다. 전혀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던 차에 ‘어른의 양치질‘이라니 이제야 제대로 된 양치질을 배워보겠구나, 살다보니 이런 좋은 책이 나오는구나 즐겁게 읽었습니다.

1장에서 충치의 구조와 잇몸균의 원리를 배웁니다. 면역력이 잇몸균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2장은 바로 실습입니다. 구강용품부터 정비합니다. 바로 스펀지브러쉬도 주문했습니다.
일단 칫솔을 잡는 자세가 틀렸습니다. 펜을 쥐듯이 섬세하게 잡습니다.
가로닦기, 세로닦기, 바스법. 3가지 양치법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3분 양치가 아니라 10분 양치입니다! 세상에 십분이나 양치를 한다니... 아침저녁이면 20분. 하루의 1/72을 양치에 소비하다니 투덜거리지만 해보니 도움이 됩니다. 십분을 온전히 양치를 해보면 입안에 대한 애정이 생깁니다. 역시 사랑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십분 양치를 하고 나면 얼얼하기도 하지만 입안이 업그레이드되는 기분이 듭니다.

거기에 소금양치편이 압권입니다. 소금양치 역시 양치질에 진심인 저는 진작에 해봤는데 굵은 소금의 까칠한 부분이 거슬려서 몇번 하다가 포기했습니다. 이건 구시대의 유물인거지, 치약이 없던 시절 이야기야 하고 체념했습니다.
하지만 고운 소금으로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거기에 식전 양치(가글)도 가능합니다. 치약을 쓰면 맛과 향이 남아 식사를 할 수가 없는데 소금은 걱정이 없습니다. 게다가 침투압효과가 있어 병원균의 수분을 빨아들인답니다. (생각만 해도 개운하죠)
해보면 잇몸의 탄력이 느껴집니다.

스펀지브러시, 원터프트브러시, 천연염... 이번 주말은 이런저런 주문하느라 바빴습니다. 이 모든 세트가 구비되면 입안대청소가 될 것같아 두근거립니다.

거기에 혀운동도 백미입니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 뿌리가 있는 혀를 굴려봐야 무슨 운동이 되겠냐고 했지만 세바퀴만 돌려보면 얼굴이 달라집니다. 얼굴운동을 한 것같은 기분이 듭니다. 두 가지 운동법이 나오는데 둘다 효과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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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도 문닫는 가게 맛없어도 줄서는 가게 - 자영업자를 위한 브랜딩과 마케팅
배문진 지음 / 새로운제안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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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도 문닫는 가게 맛없어도 줄서는 가게
자영업자를 위한 브랜딩과 마케팅
배문진 / 새로운제안 / 2024.11.18.

일단 제목에서 강렬하게 메시지를 전합니다. 맛이 분명히 없는데! 줄을 서는 가게가 있습니다. 내부의 포토존이 있나 보다, 잠깐 바랑이겠구나 했는데 계속 잘됩니다. 그렇게 몇달간 잘 되는 모양을 보면 어라, 맛이 있었던가 하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직원이 터무니없이 불친절한 가게도 있습니다. 저런 직원이 있으면 손님을 쫓아내는거지, 곧 사라지겠구나 하는데 계속 영업을 합니다. 역시 궁금해서 가보면 그 직원은 없습니다. 되는 가게는 뭔가 다른 점이 있는거죠.
맛있는 가게도 있습니다. 이정도면 중상위권은 되겠는데 생각하는데 딱 일년, 계약기간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이전도 아니고 문을 닫는 가게도 있습니다.

도대체 그 두 가지 괴리의 비밀은 무엇일지 책으로 배워봅니다.

1장은 ‘브랜딩의 힘 이해하기‘입니다. 브랜딩, 마케팅은 항상 대기업의 펑펑 광고비를 쓰는 것들만 읽어서 돈이 없으면 브랜딩도 못하는구나 했는데, 최근에 이 책처럼 작은가게의 은근한, 치열한 전략들이 나와 좋습니다. 뒤에 홍대펀치, 멕시코리안의 성공사례도 들어있어 도움이 됩니다.

2장은 ‘당신의 가게를 브랜드로 만드는 전략‘입니다. 나는 어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가를 먼저 파악합니다. 객관화를 하는 과정입니다. 다음 타깃고객을 알아보고 철학을 만듭니다.
항상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잘 만든 철학이 실패하는 이유‘를 연구했습니다. 중구난방 좋은 말만 늘어놓는 철학은 일관성이 없는 공허한 브랜드입니다. 스토리와 컨셉과 지속가능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3장은 ‘자영업자 마케팅의 모든 것‘입니다. 이런 실질적인 정보가 중요하죠. 이제는 정보와 검색의 시대입니다. 새로 가게가 열어도 한번 이름을 검색해보고 찾아갑니다. 오늘 오픈 해도 검색하면 사장이 인테리어하는 모습이나 포부, 미래를 이야기하면 (역시 스토리가 필요하죠) 가볼만하겠는데 하고 들어갑니다.
스마트플레이스, 블로그, 체험단, 인스타그램, 유튜브 마케팅은 온라인으로 가게를 보여줍니다.
팝업스토어, 이벤트, 관련 행사, 전단지. 포스터 등으로 오프라인 마케팅을 합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모든 곳에 있어야 합니다. 성공사례로 화봉족발과 한유정이 들어있습니다.

4장은 ‘장기적 브랜드 성장을 위한 계획‘입니다. 시작은 그저 반일뿐이고 지속적인 성장과 미래를 보고 가야합니다. 사업의 아이템, 융퉁성, 시장, 확장 등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마케팅은 TV광고만이 아닙니다. 작은, 조그만 가게들도 얼마든지 열렬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가게는 작은 만큼 다양하게 모두 다 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맛이 없어도 버티는 가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러고보면 맛없는 과자, 커피들도 오래 버티는 것들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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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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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은이), 송은경 (옮긴이) 북하우스 2024-10-30
원제 : Dead Man‘s Ransom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권 중에 9권입니다. 전자책으로 가지고 있는데 몇년이 지나도 읽히지가 않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배경이 중세라서 느긋한 마음을 먹게 되는걸까? 중세의 탐정이 찾아봐야 얼마나 증거를 찾겠어 하는 얖팍한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새 판이 나온 김에 종이책으로 도전을 해봤습니다. 20년만에 새로운 표지로 나왔습니다.

아. 시작부터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지도가 나옵니다. 시루즈베리 수도원의 지도도 나오는데 중간 전투장면을 읽다가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전자책에서는 슬쩍 넘기는 부분인데 종이책으로 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떠오릅니다. 마지막 부록에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실존 인물들의 소개가 있습니다. 이렇게 앞뒤로 그림과 인물들을 놓고 보니 종이책의 장점이 부각이 됩니다. 지도가 궁금하면 그냥 앞페이지로 가면 되고, 노르만 왕가의 계보가 궁금하면 뒤로 가서 보면 됩니다. 전자책은 아무래도 이동이 불편합니다.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1141년 잉글랜드에서 슈롭셔의 행정 장관 길버트 프레스코트는 포로가 되고, 보좌관 휴 베링어는 포로 교환을 추진합니다. 이쪽에 잡아놓은 포로 엘리스가 장관의 딸 멜리센트와 사랑에 빠지고, (이건 로미오와 쥴리엣인가요) 살인 사건이 나고, 드디어 명탐정 캐드펠 수사가 증거를 찾아냅니다. 하지만 증거는 증거일뿐, 범임을 찾기까지 하나씩 소거법으로 제외합니다. 결국 범인은 자백을 하고,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적어놓고 보니 단순하지 않고 복잡합니다. 배경이 12세기 중세라서 별다른 일은 없고 단순하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아가씨와 만나는 장면이나 인질들의 교환 협상 부분, 범인인듯한 인물의 추궁장면이 마치 연극의 한 장면을 보는듯이 펼쳐집니다. 저자 엘리스 피터스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소설인데 등장인물들의 연륜이 느껴져서 되새겨볼 대목도 있습니다.

이봐요, 당신이 살아 숨 쉬는 한 세상과의 관계를 끝낼 수는 없어요. 수도 생활을 하는 우리도 바깥의 모든 가엾은 영혼들과 똑같은 세상에 살고 있죠.

한 남자에 대한 감정을 부정하는 것이야 아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다른 모든 사실을 부정해서는 이 시건의 진실을 찾을 수 없어요.

살아 있는 이상 인간을 피할 길은 없어요. 그저 그들 속에서 당신 몫을 해야 할 뿐이죠.
179-181p, 메그덜린 수녀

캐드펠 수사도 처음에는 다혈질인듯 보였는데 마무리 멘트가 좋습니다.
참회에 대해선, 그 자신이 이미 깊이 뉘우치고 있으니 일평생 그 마음을 간직하고 살 걸세. 자네는 다른 누구든 그에게 강요할 수 있는 건 그저 죽음뿐, 마음의 짐은 그 스스로 짊어져야 하는 법이지. 그러나 신의 은혜가 깃드는 한 혼자서만 모든 짐을 떠안고 가는 일은 없을거야.
342p, 캐드펠 수사

주로 수녀, 수사들의 말이 좋은거네요. 어쨌든 로미오 분위기로 무겁게 시작하여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한여름밤의 꿈같이 명랑하게 해결되어 즐겁습니다. 전투와 죽음이 들어있는데 답답하지 않고 깔끔하게 끝내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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