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들의 역사 - ‘다빈치’부터 ‘타이타닉’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인류사, 2022 한국공학한림원 추천도서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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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것들의 역사
‘다빈치’부터 ‘타이타닉’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인류사, 2022 한국공학한림원 추천도서
송현수 (지은이) Mid(엠아이디) 2022-11-30

이것저것 흐르는 것들의 과학을 모았습니다. 로마제국의 수로, 비행기의 풍동 흐름, 타이타닉의 빙산 빗겨가기, 보스턴 당밀 홍수, 후버댐과 미드호의 치수, 물수제비의 물리학까지는 흐름의 증거인걸 알겠습니다. 그런데 뒤의 원자폭탄과 챌린저호 폭발은 왜 흐름, 유체역학인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내용은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내년에 영화 오펜하이머가 나오는데 숨은 주역(?) 레슬리 그로브스도 나와 흥미로웠습니다.

1. 제국의 물줄기.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가 로마제국의 수도교의 핵심이었습니다. 기원전 312년의 일입니다.

상수도 시설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서는 수로의 정밀한 설계와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수로의 주목적은 첫째 물을 멀리, 둘째 깨끗하게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원지의 높이는 정해져 있으므로 물을 최대한 멀리 운송하기 위해서는 매우 완만한 경사를 만들어야 한다. 물은 중력에 의해 항상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심혈을 기울여 건설한 수로의 경사도는 0.2~0.5%로, 이는 물이 1m 이동하는 데 낙차가 2~5mm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정교한 수준이었다. 다시 말해 이상적으로이 경사도가 유지될 경우 20~50m의 낙차만 있다면 물을 10km까지 운송할 수 있다.
15-16p. 제국의 물줄기
이렇게 기원전의 수도교가 있는가 하면 현대에 와서 나온 송유관의 과학도 놀랍습니다. 낙차가 없는 점성액체는 압력이 낮아지면서 흐르지 않습니다.

루이스 무디 교수의 무디차트를 이용하여 주어진 유동 조건에서 마찰 계수를 고려하여 압력강하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압력 강하는 석유의 장거리 운송을 불가능하게 만드므로 송유관 중간에 압력을 가하는 펌프를 두어 석유를 수송한다.
24p.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이지? 하지만 석유가 흘러간다니 뭔가 과학이 숨어있나봅니다.

2. 다빈치의 유산.
다빈치가 유체역학에 무슨 일을 했나 의아했지만 엄청난 일을 했습니다.

다빈치의 해부학 그림에서 관상동맥에 대한 묘사는 관찰의 중요성과 정확성을 보여 준 교과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각 동맥 분기점의 가지와 크기 분포를 최초로 연구했으며, 육안으로 볼 수 없을 때까지 혈관의 크기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또한 심혈 관계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다빈치는 심장에 4개의 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노트에 생생하게 묘사하였다. 그는 아마도 심장의 구조와 작동에 매료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37p.
이 스케치노트가 500년후에 제대로 관찰한 것이라고 밝혀집니다. 푸아죄유의 법칙, 워머슬리 수로 혈류의 역학이 연구됩니다. 어려운 학문입니다.

3. 세상을 날다.
비행기가 나는 것에 무슨 흐름이 있을까 생각했지만 여기도 있습니다. 유압시스템입니다.

유압의 원리를 처음 밝힌 사람은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이다. 그는 유체의 특성을 연구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일명 파스칼의 법칙으로 밀폐된 용기 속 액체의 한 부분에 압력을 가하면 모든 지점에 같은 크기의 압력이 전달되는 원리다. 힘은 압력과 면적을 곱한 값이므로 일정한 압력 하에서 면적을 달리 하면 힘의 세기도 조절할 수 있다. 이는 작은 힘으로 큰 하중을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압 장치는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필요로 하는 비행기에 널리 활용된다.
61p. 세상을 날다
처음 얼핏 읽을 때는 그럴듯 했는데, 다시 읽으니 참 어려운 내용입니다. 유압만이 아닙니다. 한가지 이유로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닙니다.

풍동은 현대의 공기역학 실험에서도 매우 요긴하게 쓰인다. 풍동은 인공으로 바람을 일으켜 공기 흐름이 물체에 미치는 작용이나 영향을 실험하는 터널형 장치다. 자동차나 비행기가 앞으로 움직이면 정지한 공기가 다가오는데, 이와 반대로 물체는 고정하고 바람을 부는 것이다. 물체와 공기 사이의 상대적인 흐름은 동일한 반면 물체를 실제로 움직이는 것보다 바람을 불어 공기를 움직이는 방식이 훨씬 간단하기 때문에 항력과 양력 등을 측정하는 실험기법으로 널리 활용된다.
68p.
비행기가 움직이는 원리인가 봅니다.

4. 가라앉을 수 없는 배
타이타닉의 선박구조도 재미있는데 더 나이가 빙산까지 설명합니다.

197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 모하메드 빈 파이살 알 사우드는 연간 강수량이 100mm밖에 안 되는 자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빙산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핵잠수함으로 남극에 위치한 빙산을 약 15,000km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끌어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운 것이다. 프랑스의 극지 탐험가 폴 에밀 빅터는 길이 1마일(1.6km), 폭 900야드(823m), 높이 750야드(686m)의 빙산을 플라스틱 덮개로 싸서 시속 1마일로 이동시킨다는 그럴듯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1억 달러의 비용으로 약 2,500만 갤런의 담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하지만 뜨거운 인도양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빙산의 상당 부분이 녹아내릴 것이라는 이유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93-94p. 가라앉을 수 없는 배

만화 고르고13에 나온 빙산 이동계획이 진짜 누군가가 연구하고 기획했던 일이었습니다. 참 기발한 생각이다. 역시 만화로는 뭐든지 가능하구나 생각했는데 상상이 아니었습니다.

5. 검은 빛의 파도.
1919년 보스턴 당밀 저장 탱크의 균열입니다. 당밀의 파도가 시속 56km로 시내를 초토화시켰습니다. 그냥 사고려니 넘어갈 것같은데 아닙니다. 역사학자 스티븐 풀러가 상세한 내용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첫째, 당밀의 발효로 인한 탱크 폭발, 둘째, 테러리스트의 폭탄 설치, 셋째, 탱크의 구조적 파손이다. 탱크의 소유주인 당밀 회사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고의 원인을 무정부주의자의 테러 행위라 주장하였다. 이에 가장 큰 피해자인 철도 회사는 당시 MIT 토목공학과 학과장이었던 찰스 스포퍼드에게 사고의 원인분석을 의뢰하였다.
120p.

100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 분석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응용과학부 슈무엘 루빈스테인 교수는 2016년 미국물리학회에서 보스턴 당밀 홍수 사고를 유체역학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진은 당밀이 가진 비뉴턴 유체의 특성보다는 온도가 점성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당밀을 10℃에서 0℃로 냉각하면 점도가 약 3배 증가하고, 당밀이 더욱 냉각될수록 점성은 계속하여 강해진다고 밝혔다. 만일 사고 발생 시점이 추운 겨울이 아닌 한여름이었다면 점성이 약해진 당밀은 더욱 멀리 퍼져 나갔겠지만 사람들이 덜 끈적거리는 당밀로부터 빠져나오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122p.
이런, 과학자들이란... 이게 다가 아닙니다.

6장 후버댐 건설
7장 도약폭탄 투하
8장 원자폭탄 개발
9장 챌린저호 폭발
등 유체 역학의 틈새가 있는 것들을 다룹니다. 너무 과학에 집중하여 두뇌가 반짝거리는 기분이 듭니다. 당분간 과학책은 충분한 것같습니다.

도대체 뭐하는 분이길래 이렇게 과학에 진심인걸까 저자 소개를 보니 송현수 박사는 미세 유체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네요. 게다가 유체역학 3부작 책도 있습니다. 과학에, 유체에 진심이신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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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논어를 만나 행복해졌다 - 나로 살아가기 위한 든든한 인생 주춧돌, 논어 한마디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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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논어를 만나 행복해졌다
나로 살아가기 위한 든든한 인생 주춧돌, 논어 한마디
판덩 (지은이), 이서연 (옮긴이) 미디어숲 2023-01-10

평범한 논어 해설 정도겠지 생각했습니다. 논어 원문만 읽으면 아무래도 지루해져서 누군가의 해설이 붙어 논어와 관련된 경험한 이야기를 읽으면 그렇게 설명할 수가 있구나. 그 문장이 거기서 나온 거구나 하고 쉽게 이해가 됩니다. 일단 표지도 가볍고 제목도 행복이라니 쉽습니다.

그렇게 읽기 시작했는데 쉬운데 깊이가 있습니다.
게다가 거의 모르는 내용이라 다시 살펴보니 논어의 뒷부분입니다. 항상 앞부분을 읽다가 잠들거나 덮어버리니 뒷부분의 내용을 몰랐던 겁니다.
아니. 몇천년 전에 나온 책을 아직 완독을 못했구나 놀라며 읽었습니다.

7 술이, 8 태백, 9 자한 편의 해설로 거의 70여편의 에세이가 있습니다. 내용이 좋아서 앞의 두권도 구해야겠다고 봤는데 원스토리에 있습니다. 구독 만세.

서문 중에,
유교, 불교, 도교의 경전을 두루 통달한 난화이진 선생은 한자문화권을 대표하는 석학이다. 『논어』를 해설하는 난화이진 선생의 모습은 소탈해 보였다. 선생은 “배우고 제때 익히면學而時習之”이라고 진지한 말투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의 화법은 이해하기 쉬웠다. 강의는 이렇게 시작했다. “천하는 원래 두 팔보다 가벼운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어째서 옥구슬 같은 것만을 중요시하는 것인지天下由來輕兩臂, 世上何苦重連城.”
9-10p.
이렇게 멋지게 말하는 난화이진은 도대체 누군가? 인터넷을 한참 찾아보니 저 유명한 남회근 선생이었습니다. 논어별재의 저자이죠. 이름을 중국식으로 부르니 영 다른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도대체 중국어 인명의 표기법은 어떻게 되는걸까요. 노신도 루쉰이라고 하고 공자, 맹자는 그대로 우리말로 발음하네요.)

메이퇀의 창업자 왕싱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자 : 당신은 혁신성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지금의 사업은 기존 요소들을 새롭게 조합해 새로운 기업을 만든 것일 뿐입니다. 뭔가 새로운 변화가 없으니 혁신이라 할 수 없습니다.
왕싱 : 기자님이 쓰시는 문장 중에서 자신이 만든 글자가 있습니까? 기존에 있는 글자를 새롭게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작가들의 일을 우리는 창작이라 인정하고 있지 않나요?
혁신이라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25p
말이 통쾌합니다. 왜이리 남을 깍아내리려는 인간들이 많을까요.

공자가 말하길 “번민하지 않으면 일깨워주지 않고, 애써 표현하려 하지 않으면 말해 주지 않는다. 한 모퉁이를 들었을 때 세 모퉁이에 반응하지 않으면 더는 반복하지 않는다.”
子曰 “不憤不啓; 不悱不發. 擧一隅不以三隅反, 則不復也.”
자왈 “불분불계; 불비불발. 거일우불이삼우반, 즉불부야.”
49p.
정말 멋진 말입니다. 하지만 이래서 동양의 선생들은 먼저 가르치지 않고 물어야 대답을 해주게 되었습니다.

‘공자가 말하길 “하늘이 나에게 덕을 주었으니 환퇴가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느냐?”
子曰 “天生德於予, 桓魋其如予何?”
자왈 “천생덕어여, 환퇴기여여하?”‘
106p
여여하!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느냐. 기가 막힌 표현아닙니까. 저 끝없는 자부심을 어떻게 봐야하나요. 그런데 다음 이야기가 웃깁니다.

전한 시대의 정치가 왕망도 한나라 군대가 왔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한나라 군대가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왕망은 자신을 정통을 이을 계승자로 생각했기에 한나라 군사가 나를 어찌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공자와 달리 왕망은 처참한 최후를 맞았다.
108p
큰소리치는 것도 김당할만한 역량이 되어야 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함부로 거론하면 안됩니다.

증자가 말하길 “새는 장차 죽을 때가 되면 그 울음소리가 슬퍼지고, 사람은 장차 죽을 때가 되면 그 말이 선해진다고 합니다. 군자가 도에서 귀하게 여기는 세 가지가 있으니 용모를 움직일 때는 난폭함과 오만함을 멀리하고, 얼굴빛을 바로잡을 때는 믿음에 가깝게 하며, 말이나 소리를 낼 때는 비루함과 어긋남을 멀리해야 합니다.
曾子言曰 “鳥之將死, 其鳴也哀; 人之將死, 其言也善. 君子所貴乎道者三: 動容貌, 斯遠暴慢矣; 正顔色, 斯近信矣; 出辭氣, 斯遠鄙倍矣. 籩豆之事, 則有司存.”
158p
인지장사, 기언야선. 저 멋진 말을 동방삭이 했다고 지금까지 알고 있었는데, 논어에, 그것도 증자가 한 말이었습니다. 이래서 책을 읽어야합니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니까요.

책을 읽고 판덩의 다른 책 두권도 찾아보고, 난화이진의 논어강의도 다시 보고, 리링의 집잃은개도 찾아보게 하니 좋은 책입니다. 이렇게 더 읽게 만들어주는 책이 좋습니다. (아. 논어 세번 찟다는 못찾겠습니다. 언젠가 구입했는데 도대체 어디에 숨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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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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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곳, 찾을 수 없는 도시. 하지만 그곳이 바로 지금까지 찾고 있었던 장소라는걸 죽을때까지 모릅니다. 비장한 인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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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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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은이), 문현선 (옮긴이) 푸른숲 2022-11-29

여기가 원청입니까? 하고 잃어버린 도시를 찾는다길래 샹그릴라같은 고대의 비경으로 가는건가, 아니 중국이니 무릉도원같은 고립된 공간으로 가는걸까, 둘다 중국이니 그나라는 왜이리 신비한 구석이 많을까 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잃어버린 것에는 신비가 가득하죠.

소설인데 너무 현실적입니다. 청나라 말기에서 민국 초기까지의 시대에 사람들의, 마을의 이야기입니다.
의리. 충성. 믿음. 인내. 올바른 의식을 가진 사람도 나오고, 토비들은 잔인하고 사람들을 유괴하여 인질의 귀를 자르기도 하며 돈을 줄때까지 감금하는 내용도 나옵니다.
수호지 시대에 사람을 죽여 만두속에 넣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이건 불과 120여년전인데 참 안타깝습니다. 하긴 비슷한 시기의 아큐정전에서 사형수의 피를 묻힌 만두를 먹는 장면도 있는 나라죠.

위화선생의 강연을 보면 소설은 별로 안읽어보고 쓰기 시작했고, 나중에야 열심히 읽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러기에는 타고난 이야기꾼입니다. 거의 600페이지의 두께인데 다음, 그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듭니다. 린샹푸의 순진함에 놀라고, 텐다 형제들의 신뢰에 감탄하며, 장도끼의 지독함에 답답하게 만들고, 천융량의 복수에 주먹을 불끈 쥐게 합니다. 구이린의 조문에 처연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그나저나 예전에는 소설에서 이렇게 엇갈리는, 빗겨나가는 대목이 나오면 가슴이 아팠는데 이젠 무덤덤한걸 보니 나이가 들어 감정이 무뎌져버렸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빗나가는게 현실이지 하며 인정해버려 더 놀라웠습니다.

말하는 사이에 낡은 궤짝을 새것처럼 깨끗하게 고쳐놓은 것이다. 린샹푸의 칭찬에 천소목이 담담하게웃으며 말했다.
“우리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옷장이나 궤짝, 탁자, 의자, 걸상을 만드는 건 물론이고 특별한 능력도 키워야 해. 오래된 물건을 고치는 거지.˝
천소목은 자신은 연목 목수일 뿐이라며, 목공에서 최고는 경목 목수라고 말했다. 경목을 제대로 다룰 수 있으면 당연히 연목도 잘 다룰 수 있고, 경목 장인은 오래된 물건을 새것처럼 고칠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꾸로 새것을 옛것처럼 만들 수도 있다고했다. 또 목공에서 제일 하급은 서양 목수라고 평가하면서 서양인이 하나둘 경성으로 들어와 사회 기풍이 무너졌고, 서양식 가구가 유행하기 시작한 뒤로 자기처럼 나름 유명한 인물까지도 결국에는 의뢰처를 잃어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거기까지 말한 뒤 천소목은 쓴웃음을 지으며 세상 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보통 가구에는 마구잡이식으로 못을 박지 않잖아. 경목 목수는 쐐기조차 거의 쓰지 않고. 그런데 서양 목수는 아무 데나 못을 박는다니까.˝
58-59
별거 아닌 이야기인데 옆에서 같이 듣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못을 쓰지 않는 경지라니 궁금합니다. 이렇게 글의 흐름이 좋습니다.

매파는 생월생시와 띠를 알아야만 상생인지, 상극인지 알 수 있고 길흉화복을 점칠 수 있다고 했다. “말띠는 소띠와 어울릴 수 없고 양띠는 절대로 쥐띠와 사귀면 안 돼요. 백마는 푸른 소를 두려워하고 양과 쥐는 만나면 싸운다는 말이 있지요. 뱀과 호랑이의결혼은 칼부림과 같고, 토끼가 용을 만나면 눈물을 흘리며, 닭과개는 재난을 피하기 어렵고, 돼지와 원숭이는 끝까지 함께할 수없답니다. 개 두 마리는 한 구유를 쓸 수 없고, 용 두 마리는 한 연못에 있을 수 없으며, 양은 호랑이 입에 떨어지고요……………. 도련님은양띠니까 두 사람은 양과 쥐였거나 양과 호랑이였을 거예요.”
매파가 손가락을 꼽으며 말했다. ˝사주단자도 안 쓰고 궁합도 안본 데다 여자 생월생시와 띠도 모른다지만, 결혼식 날 가마로 맞이하긴 했겠지요?˝
린샹푸는 또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매파가 두 손으로 허벅지를 치면서 소리쳤다. ˝세상에 이렇게 기이한 일이 있을 수가. 속담에 찢어진 부채도 부치면 바람이 일고 망가진 가마라도 타면 당당해진다고 했어요. 당당함은 일단 제쳐놓고 가마에 태워 오지 않았으면 여자 발은 도련님 게 아니라 여자 것이지요. 언제든 갈 수 있다고요.˝
64p
맞든 틀리든 이야기에 빨려들어가죠?

썩은 살을 제거하지 않으면 새 살이 돋기 어려우니 독성과 부식성이 강한 승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승약, 그러니까 수은과 초석, 백반 등을 승화시킨 약을 약방에서 받아와 구운 석고와 곱게 간 뒤 구이민의 온몸에 발랐다. 승약의 독성 때문에 구이민의 부패한 상반신이 완전히 문드러졌다. 한의사가 썩은 살을 계속 긁어내면서 구이민의 방에서는 매일 한 사발씩 썩은 살이 나왔다. 그의 처첩들은 구이민 몸에 살이 남아나지 않겠다며 하염없이 슬퍼했다. 승약으로 썩은 살을 제거해낸 뒤 한의사는 맵고 따뜻하면서 독이 없고 소염과 항균에 탁월한 마늘을 빻아 구이민의 몸에 발랐다.
370.
중국 의사인데 굳이 한의사라 번역할 이유는 없을텐데, 웬지 치료법이 민간요법의 폐해같습니다. 심한 고문을 받고도 살아났으니 효과를 본걸까요.

그런데 서문에서 어느 독자가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원청이 있다는 말을 했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무슨 뜻일까요? 갈 수 없는 곳? 찾아도 찾을 수 없는 곳? 마음에 갈 수 없는 곳을 가진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모든 사람에게 있다니 부처님의 불성이나 일원상인가요.
또 찾을 수 없는 독자가 공명한다는데 아무렇게나 말하는 걸까요. 아님 저 높은 수준의 언어인가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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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중력 - 생의 1/4 승강장에 도착한 어린 어른을 위한 심리학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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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중력
생의 1/4 승강장에 도착한 어린 어른을 위한 심리학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지은이), 임슬애 (옮긴이)
윌북 2022-12-12

책날개의 카피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세상은 내게 어른이 되라고 말했다.
참 공감이 되는 글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갑자기 세상에 홀로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제대를 하고나니 또다른 세계입니다. 그러다 대학을 나오니 이제 정말 삶의 최전선에서 뭔가 거친 눈보라와 비바람을 헤쳐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 거의 삼십년의 세월이 흘러보니 왜 그때 나혼자였을까? 나는 왜 누구하고도 이런 대화를 하지 않았을까를 가끔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런 감정은 일시적이고 곧바로 다시 현실에 뛰어듭니다.
그러다 이 가벼운 책을 읽고는 다시 한번 과거와 현재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담자들이 대부분 다른 누구와 이야기할 줄 모르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런 부분을 안배웠으니까요.

사실 이 책 ‘어른의 중력‘을 잡으면서 20대 초반 성인이 되면서 겪는 감정을 이해하고 풀어주겠지, 그걸 50대인 내가 읽어서 뭘 할건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마음 깊이 잔잔한 파문을 주는 책입니다.

책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그냥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추임새를 살살 넣어줍니다. 복잡한 심리분석도 없습니다. 의미형, 안정형 두 종으로만 분류하고 그저 들어줍니다. 아니. 이것은 고양이를 안고 하소연을 하는 느낌도 듭니다.

열아홉의 나이에 진실과 지혜를 탐색하자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결심한 이후로 지금껏 지나온 긴 시간을 되돌아보며, 나는 굉장히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 지금 나는 서른 살인데도 그때와 똑같은 진창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33p

애비 윌너는 삶의 질과 방향성에 관해 극심한 불안을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 사이에 느낀다고 하는데, 저자 사티아 도일은 이 시기를 16세에서 36세로 확장해 ‘쿼터라이프‘라고 명명합니다.

의미형은 외부의 기대보다는 자기 내면에 집중한다.만약 의미형이 바깥세상에 집중하고 있다면, 자기 삶의 안정보다는 타인의 고통과 부정의에 민감할 가능성이 높다. 본능적으로 세상의 거대함을 의식하기에, 문화적·사회적 기대 같은 것은 무의미하고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의미형은 돈이나 계획 같은 것을 ‘허구적‘이고 ‘인공적‘이라고 인식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신이 야행성이라고 느끼는 의미형도 있다. 밤에는 외부의 기대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바깥세상에 나가야 하는 압박이 없으니 더 편안해하는 것이다.
67p

의미형이 쿼터라이프에 진입하면,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벽을 쌓지 못해 제각각의 어려움을 겪는다. 체계를 개발하는 작업을 힘겨워하거나, 삶의 체계에 집착하는 건 ‘영혼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그레이스는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해서 삶의 안정성을 다질 필요가 있었다. 그러면 혼자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관계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레이스의 상담 목적은 삶의 균형에 집중한 자기 내면의 발달이어야 했고, “정신 차리라”든지 “철들라”는 등의 조롱 섞인 문화적 서사에 순응하라는 암시는 피해야 했다.
69p

안정형은 자기 내면보다 외부 세계에 더 익숙하다.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따르며, ‘비합리적인 것, 신화나 상상 같은 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시간을 선형적이고 고정된 것으로, 그리스인이 ‘크로노스‘라고 부른 것으로 인식한다. 안정형은 힘든 상황이 되면 자신과 세상 사이에 벽이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안정형과 심리 상담을 진행할 때는, 가끔씩 그들을 살짝 찔러 안정적 성향 반대편으로 보내야 한다. 공상, 비합리성, 연약함 쪽으로 안내하고, 때로는 무책임하고 괴상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자극할 필요도 있다. 그들이 삶을 사는 방식과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일상의 동기가 무엇인지 탐구해야 한다. 그들의 동기는 죄책감이나 수치심일까, 아니면 욕망과 열정일까? 그들은 진정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는 걸까?
84-85p

읽다보면 자신이 의미형도 있고, 안정형도 있지요. 동양의 음양사상처럼 왔다갔다 하나 봅니다. 별거 안하고 들어준다고 했지만 사실 상담인의 재방문도 유도해야하고 치밀한 계획으로 이끌어주고 방향을 안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대략 뻔한 내용이겠거니 하고 시작했는데 중간부터 빠져들어갑니다. 하여튼 오랜만에 과거를 생각해보는
(얼마전에 백년달력을 읽으면서 정말 낯설은 옛날을 다시 생각하긴 했지만 조금 다릅니다. 그건 과거의 사실을 기억했고 이건 과거의 감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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