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중력 - 생의 1/4 승강장에 도착한 어린 어른을 위한 심리학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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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중력
생의 1/4 승강장에 도착한 어린 어른을 위한 심리학
사티아 도일 바이오크 (지은이), 임슬애 (옮긴이)
윌북 2022-12-12

책날개의 카피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세상은 내게 어른이 되라고 말했다.
참 공감이 되는 글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갑자기 세상에 홀로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제대를 하고나니 또다른 세계입니다. 그러다 대학을 나오니 이제 정말 삶의 최전선에서 뭔가 거친 눈보라와 비바람을 헤쳐나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 거의 삼십년의 세월이 흘러보니 왜 그때 나혼자였을까? 나는 왜 누구하고도 이런 대화를 하지 않았을까를 가끔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런 감정은 일시적이고 곧바로 다시 현실에 뛰어듭니다.
그러다 이 가벼운 책을 읽고는 다시 한번 과거와 현재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담자들이 대부분 다른 누구와 이야기할 줄 모르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런 부분을 안배웠으니까요.

사실 이 책 ‘어른의 중력‘을 잡으면서 20대 초반 성인이 되면서 겪는 감정을 이해하고 풀어주겠지, 그걸 50대인 내가 읽어서 뭘 할건가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마음 깊이 잔잔한 파문을 주는 책입니다.

책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그냥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추임새를 살살 넣어줍니다. 복잡한 심리분석도 없습니다. 의미형, 안정형 두 종으로만 분류하고 그저 들어줍니다. 아니. 이것은 고양이를 안고 하소연을 하는 느낌도 듭니다.

열아홉의 나이에 진실과 지혜를 탐색하자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결심한 이후로 지금껏 지나온 긴 시간을 되돌아보며, 나는 굉장히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 지금 나는 서른 살인데도 그때와 똑같은 진창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33p

애비 윌너는 삶의 질과 방향성에 관해 극심한 불안을 20대 초반에서 30대 중반 사이에 느낀다고 하는데, 저자 사티아 도일은 이 시기를 16세에서 36세로 확장해 ‘쿼터라이프‘라고 명명합니다.

의미형은 외부의 기대보다는 자기 내면에 집중한다.만약 의미형이 바깥세상에 집중하고 있다면, 자기 삶의 안정보다는 타인의 고통과 부정의에 민감할 가능성이 높다. 본능적으로 세상의 거대함을 의식하기에, 문화적·사회적 기대 같은 것은 무의미하고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의미형은 돈이나 계획 같은 것을 ‘허구적‘이고 ‘인공적‘이라고 인식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신이 야행성이라고 느끼는 의미형도 있다. 밤에는 외부의 기대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바깥세상에 나가야 하는 압박이 없으니 더 편안해하는 것이다.
67p

의미형이 쿼터라이프에 진입하면, 자신을 지키기 위한 보호벽을 쌓지 못해 제각각의 어려움을 겪는다. 체계를 개발하는 작업을 힘겨워하거나, 삶의 체계에 집착하는 건 ‘영혼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그레이스는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해서 삶의 안정성을 다질 필요가 있었다. 그러면 혼자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관계에 지나치게 몰두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레이스의 상담 목적은 삶의 균형에 집중한 자기 내면의 발달이어야 했고, “정신 차리라”든지 “철들라”는 등의 조롱 섞인 문화적 서사에 순응하라는 암시는 피해야 했다.
69p

안정형은 자기 내면보다 외부 세계에 더 익숙하다.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따르며, ‘비합리적인 것, 신화나 상상 같은 것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시간을 선형적이고 고정된 것으로, 그리스인이 ‘크로노스‘라고 부른 것으로 인식한다. 안정형은 힘든 상황이 되면 자신과 세상 사이에 벽이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안정형과 심리 상담을 진행할 때는, 가끔씩 그들을 살짝 찔러 안정적 성향 반대편으로 보내야 한다. 공상, 비합리성, 연약함 쪽으로 안내하고, 때로는 무책임하고 괴상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자극할 필요도 있다. 그들이 삶을 사는 방식과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일상의 동기가 무엇인지 탐구해야 한다. 그들의 동기는 죄책감이나 수치심일까, 아니면 욕망과 열정일까? 그들은 진정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있는 걸까?
84-85p

읽다보면 자신이 의미형도 있고, 안정형도 있지요. 동양의 음양사상처럼 왔다갔다 하나 봅니다. 별거 안하고 들어준다고 했지만 사실 상담인의 재방문도 유도해야하고 치밀한 계획으로 이끌어주고 방향을 안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 읽을 때는 대략 뻔한 내용이겠거니 하고 시작했는데 중간부터 빠져들어갑니다. 하여튼 오랜만에 과거를 생각해보는
(얼마전에 백년달력을 읽으면서 정말 낯설은 옛날을 다시 생각하긴 했지만 조금 다릅니다. 그건 과거의 사실을 기억했고 이건 과거의 감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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