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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는 어떻게 사기가 되는가 - 거짓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쑨중싱 지음, 박소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11월
평점 :
신뢰는 어떻게 사기가 되는가 - 거짓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쑨중싱, 박소정(옮긴이) 세종서적 2024-11-20
사기는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 가도 있습니다. 사기와 믿음(신뢰)는 동전의 양면으로 봅니다. 믿음을 주지 못하면 사기도 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사기‘를 학문적으로 연구한 내용입니다. 역사부터 시작합니다.
속이지 말고 바른말을 해야 한다 (헌문편 22장)
남이 나를 속일 거라고 미리 짐작하거나 나를 믿어주지 않을 거라고 억측하지 않는다 (헌문편 31장)
26-27p, 공자
공자님의 시대부터 사기는 존재했습니다. 거기에 한비자의 화씨지벽, 불로장생을 가르쳐주겠다는 나그네(客)가 죽은 이야기, 손자병법의 첩보전, 삼국지연의의 간첩 활용... 역사는 사기와 속임수의 역사입니다.
더욱 대단한 것은 명나라 시절에 장응유가 저술한 소설 두편신서에 편경이라는 책이 있는데 모두 24가지 사기수법을 소개합니다. 탈박, 주포, 환은, 사홍, 위교, 아행, 인도, 노재... 제목만 읽어도 궁금해지는 책입니다. (번역서가 있는지 찾아보니 아직 없습니다. 안타깝네요)
동양에만 사기가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성경의 창세기 3장의 뱀이 선악과를 권하는 대목이 사기입니다. 선악과를 먹는다고 ‘반드시 죽는 건 아니다‘라고 꼬시고, 여호와 역시 ‘죽지 않도록 먹지도 만지지도 말라‘고 합니다. 거기에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칸트... 다들 거짓말에 대해 한두마디 거듭니다.
2장부터 깊이 들어갑니다. 사기는 기본적으로 믿음에서 시작해야 하고, 의도, 행동, 상황, 결과를 포함하는 심리상태나 행동이 있어야 합니다. 의도는 ‘동기‘로 이기적인 경우입니다. 행동은 상대를 믿게 만드는 상황입니다. 상황은 연극을 하면서 그것이 실제라고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규칙, 인정, 체면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과는 끝까지 마무리짓는 변명입니다. 이 4가지 요소를 갖춰야 ‘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장에서는 자기기만과 사기의 심리를 설명합니다. 자기기만은 어려운 개념입니다. ‘능동적인 사람이 의도적으로 취한 절차 때문에 발생한 예상 밖의 결과‘라고 정의하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사기꾼의 3부류가 있습니다.
1. 인격 장애 personality disorder ; 반사회성, 경계선, 자기애성, 연극성(히스테리성), 강박성 인격 장애를 갖는 사기꾼.
2. 위조자 adulterator ; 감정을 건드려 돈을 가져갑니다.
3. 가면 증후군 Impostor syndrome ; 신분을 사칭하여 타인의 이익을 빼앗는다.
132p,
원래 성격이 장애가 있어 사기를 치기도 하고 남의 것을 빼앗는 인간의 수법이 사기인 겁니다. (그럼 도둑과 사기는 전혀 다른 개념이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사기 피해자의 유형도 있습니다.
1. 사회적 교류가 적다 ; 뉴스나 정보를 받지 못해 사기 수법을 모른다.
2. 목표를 달성하려는 열망은 강하지만 이룰 희망은 없다 ; 열망이 있는 사람이 사기에 걸리기 쉬운거죠.
3. 사기칠 수 있는 주제에 흥미를 느끼고 반응한다 ; 돈이 부족하거나 애정결핍, 일자리가 없는 사람이 걸린다.
4. 자신은 절대 사기당할 리 없다고 자신만만해한다.
5. 의심없이 다른 사람을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 수백, 수천만원의 특효약이라고 하면 믿는 사람들이다.
139-141p, 마크냅, 뒤통수의 심리학
이크, 저는 5번 빼고 전부 해당합니다. 사회교류를 좀 해야겠고, 희망을 가져야겠습니다. 사기에 관련된 신문기사를 그만 읽어야 겠습니다. 그런데 저렇게 광범위하게 분류되면 인간은 모두 사기 피해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인들은 거의 거짓말을 하는데 들키지만 않으면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요. 지거나 들키면 끝납니다.
히틀러는 1차 대전 실패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린 것을 ‘큰 거짓말‘이라고 비난하면서 민족주의로 포장하여 정권을 잡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펜타곤 문서로 베트남 전쟁의 실상을 은폐했습니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서도 전쟁을 일으킵니다.
리처드 닉슨은 도청장치를 설치한 범인들이 붙잡혔는데 모르는 일이라고 공언했습니다.
2003년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침공을 합니다. 무기는 없었습니다.
200-204p, 비안 바키르, 옥스퍼드 거짓말 수첩
정치의 거짓말은 ‘속이지 않으면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쓴다고 합니다. 정직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1. 누락하거나 반쪽 진실만 이야기한다.
2. 왜곡하거나 억지를 쓴다.
3. 과장한다.
4.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초점을 딴 데로 돌린다.
5. 거짓 정보를 만든다.
210p,
한가지만 단독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수법을 혼합하여 사용합니다.
책이 시작할 때는 신뢰와 사기의 양면성을 이야기할 것같이 운을 떼었지만 뒤로 갈수록 사기의 수법에 집중합니다. 이미 명나라 시절에 편경으로 24가지 사기법이 나왔다니 알만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