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호흡법
전채연 지음, 강설 설법 / 황금테고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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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호흡법
전채연 (지은이), 강설 / 황금테고리 2024-10-20

불과 다섯번의 가르침으로 호흡법을 배워나갑니다. 근심걱정이 많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스님을 찾아가 하나씩 배워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대충 보면서 겨우 다섯개인가, 요즘은 보통 10여개의 가르침이어야 할건데 걱정했지만 아닙니다. 보통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첫번째 가르침은 청량골이 서 있는지 확인합니다. 아니, 이건 기본이 아닌가,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를 가르침이라고 하는건가 하고 읽었는데... 역시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상체가 앞으로 기울어 무게중심이 단전보다 앞에 있게 되면 대퇴부 고관절 근육이 당기게 되요. 그러면 고관절이 틀어지게 되고 조금만 앉아 있어도 다리가 저릴 거에요.
37p, 강설 스님
깜짝 놀랬습니다. 왜 1분만 앉아도 다리가 저려오나 했더니 똑바로 앉지 않아서였습니다. 거기서 계속 되면 내장 근육에 이상까지 생겨 소화불량, 근육긴장, 온갖 증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육체의 증상이 명상하고 비슷합니다. 잠깐 딴생각이 들면 온갖 망상이 일어나지요.
그렇게 잠시 5분간 청량골을 생각하면서 가부좌로 앉아보는데 척추를 따라 기운이 자유자재로 오르락내리락하길래 자세만 바로되면 명상이 시작되는구나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게다가 명상할 때의 자세를 교정하니 평상시의 자세도 신경을 쓰게 됩니다. 사무실에 나가 자리에 앉아 거의 8시간을 구부정한 자세로 있었던 것을 깨닫습니다. 지금 이렇게 타자를 치는 (아니, 사무실에서 일을 안하고 독후감을 쓰고 있군요) 순간에도 청량골을 느끼면서 바른 자세를 취하면 호흡도 달라집니다. 굉장합니다. 1번 가르침이 이렇게 훌륭한 결과를 보이면 다음은 어떨까요.
각각의 장의 말미마다 부록으로 스님의 강의를 정리해놨습니다. 1장에는 ‘양 팔 올리고 호흡하기‘와 ‘열중 쉬어 자세로 호흡하기‘가 있습니다. 어쩐지 군대에서 열중 쉬어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두번째 가르침은 호흡, 횡격막 호흡입니다.

수행자의 호흡은 화두를 보는 호흡이에요. 삶의 이치를 통찰하고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고 현실에서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힘을 갖기 위해 절치부심으로 호흡을 해요. 반면 일반인들은 어떤가요? 기껏해야 건강과 장수를 위해서 혹은 그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호흡을 할 뿐이에요.
61p, 강설스님
가수, 다이버, 무술인 모두 자기류의 호흡법이 있다고 합니다. 명상을 하면서 청량골이 바로 서면서 좀더 호흡이 잘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화두와 연결되는 호흡법을 해야 합니다.

명상할 때 ‘정진‘은 바를 정正이 아니라 미세할 정精이랍니다. 정미하다, 미세하다의 뜻을 사용합니다. 호흡을 미세하게 파악해야하고 횡격막 호흡이 필요합니다.

세번째 가르침은 가슴 호흡입니다. 청량골이 바로 서면, 횡격막 호흡을 하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호흡의 마무리단계입니다. 가슴을 펴면 비염도 좋아지고, 우울증도 개선됩니다. 그러나 쉽지 않습니다.

40년쯤 호흡을 하다 보니까 이제는 척추를 세운 상태에서 가슴에 힘을 뺄수록 기운이 점점 아랫배로 내려오는 걸 느껴. 그 감각을 터득해야 해. 호흡을 하다 보면 어느 날, 자기도 모르게 긴장되어 있던 부위의 힘이 툭 하고 빠질 때가 있어. 신경 하나가 힘이 빠지잖아? 그러면 몸 전체가 그만큼 릴렉스 되면서 얼마나 편안해지는지 몰라. 그 맛을 보면 참선을 놓을 수가 없지.
101-102p, 강설스님
이야. 뭔가 될 것같은데, 40년은 해야 그 감각을 느낄 수가 있는걸까요. 그래도 재미있는 부분은 겨우 이틀 해봤는데, 자세가 달라지고 뭔가 깊숙히 들어가는 호흡이 되는 것만 같습니다. 그동안의 잘못된 자세와 명상도 이렇게 제대로 하는 방법만 알면 바로 달라집니다.

스님의 경혈지압(?) 자극을 받고 막힌 곳을 뚫어 개선되는 과정에 저자 전채연 선생은 과거의 추억과 감정을 만납니다. 이런 미진한 감정이 명상중에 항상 떠도는데 그걸 풀어줘야 하나 봅니다. 명상을 하다보면 오만 잡생각과 지난 감정이 폭포수마냥 내려옵니다. 솟아나기도 하지요. 그걸 즐길 것이 아니라 풀어내야 합니다. 청량골, 횡격막, 가슴호흡으로 풀어줍니다.

네번째 가르칭은 화두입니다. 화두만 잡으면 호흡을 놓치고 얕은 호흡이 됩니다. 비유로 밀가루 반죽을 이야기하는데 절묘합니다. 가루와 물이 끝없이 따로 놀지요. 그렇게 따로 된 것을 계속 치대다 보면 반죽이 완성됩니다. 호흡과 화두 역시 따로 노는 것이 당연한데 계속 치대면 하나로 합쳐지나 봅니다.

닭이 알을 안을 때는 더운 기운이 늘 지속 되고 있으며,
고양이가 쥐를 잡을 때는 마음과 눈이 움직이지 않게 되고,
주린 때 밥 생각하는 것이나 목 마를 때 물 생각하는 것이나
어린아이가 엄마를 생각하는 것은 모두가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고 억지로 지어서 내는 마음이 아니므로 간절한 것이다. 참선하는 데 있어 이렇듯 간절한 마음이 없이 깨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32p, 휴정스님
다른 것은 몰라도 느닷없이 배고플 때 밥 생각하는 것은 알겠습니다. 다른 생각이 안들죠. 어지럽고 오직 먹어야겠다는 생각만 나지요. 하아. 그렇게 명상과 호흡을 해나가야할텐데요.

다섯 번째 가르침은 더욱 놀라운 내용입니다. (이것 하나는 남겨둬야 책을 읽어보지 않을까요)
다 읽고 생각해보니 굳이 다섯 가지로 나눌 것이 아니라 계속 되는 가르침이 나올 것같습니다. 저자가 더 수행하면서 새롭게 배우고 발견하는 내용을 속편으로 만들면 좋겠습니다.

읽으면서 살짝 놀란 점은 종이를 고급지로 인쇄했습니다. 보통 인쇄소에 맡길 때 뒷면에 비치지만 않게 제일 싼 제지를 선택하곤 합니다. 그런 책은 사진 찍어보면 뒷면이 훤히 비쳐보입니다. 이 책은 그런 책에 비해 서너겹은 더 두꺼운 종이를 쓴 듯합니다. 두고두고 읽어보시라는 세심한 배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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