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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 현대 물리학의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도발적인 답변
자비네 호젠펠더 지음, 배지은 옮김 / 해나무 / 2024년 7월
평점 :
물리학이 뭘 설명한다고? 그 이상한 수식을 나열하면서 자기들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잖아, 기껏해야 양자역학으로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로 결론내겠지 하며 아주 우습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야.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물리학자가 쓴 책이 대답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1 과거는 정말 어딘가에 존재하는가
2 물리학은 우주의 시작과 끝을 밝혀낼 수 있는가
3 물리학적으로 젊음을 되돌릴 수는 없는가
4 우리는 그저 원자가 든 자루일 뿐인가
5 정말 다른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가
6 물리학은 자유의지를 부정하는가
7 우주는 우리를 위해 만들어졌는가
8 우주는 생각하는가
목차 1-8장
모두 8개의 주제입니다.
정말 궁금한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어느 주술사가 그러는데 우리 할머니가 아직 살아계신대요. 무슨 양자역학 때문이라던가, 할머니가 살아 계시긴 하는데 다만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을 뿐이라네요. 그 말이 맞나요?˝
보다시피, 아직도 이 문제를 생각하는 중이다. 간단히 답하자면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9p
이 멋진 질문을 읽고 이 책을 잡았습니다. 질문의 대답이 밝혀지겠지요.
1장은 ‘과거는 어딘가에 존재하는가‘라는 정말 멋진 제목인데, 대단한 해설입니다. 아인슈타인, 블랙홀, 초기 조건, 시간 가역성, 결정론, 양자역학, 블랙홀 증발, 스티븐 호킹, 초월 수학까지... 대단한 흐름입니다.
이론이 수립된 후 반세기도 더 지난 1964년에 리처드 파인만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그후로 또 반세기가 더 지난 2019년에 물리학자 숀 캐럴은 이렇게 썼다. ˝물리학자들조차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한다.˝
43p
다행입니다. 왜 이해가 안되나 걱정했는데,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라플라스의 악마나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나마 현재까지 밝혀진 법칙으로 ˝과거, 현재, 미래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살짝 이해가 될 것같으면서 돌아서면 헷갈립니다.
2장은 물리학이 우주의 시작, 창조 과정을 밝혀낼 수 있는가라는 멋진 질문에 또다시 바운스, 초끈, 5차원, 조화모형, 플라스크, 암흑물질, 급팽창, 쿠스쿠톤, 다시 바운스, 무경계 제안, 기하 창조론으로 이어집니다. 이거 재미납니다. 무슨 소리지 하다가 아하 그렇구나 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내가 무엇을 읽은거지 알 수 없는 박스 안의 고양이는 살아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우주의 시초 이론이 여러 개 있습니다. (저는 있는줄도 몰랐습니다. 하느님이 보기에 좋아서 생긴거 아닌가요) 수많은 이론 중에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믿으면 된답니다.
3장은 물리학적으로 젊음을 되돌릴 수 있는지에 대한 고찰입니다. (도대체 무슨 이론이 나오려나 기대하는데) 엔트로피!입니다. 춤추는 물리도사와 엔트로피는 제 90년대의 독서목록이었습니다. 그때도 이해못했는데 지금은... 엔트로피 증가와 과거 가설로 시간의 화살이 흘러갑니다. 중간에 아인슈타인이 틀렸다!고 나오는데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무엇이 틀렸는지 조차 모르겠습니다.
4장은 인간은 그저 원자의 자루인가에 대한 고찰입니다. 인간이 단순히 원자의 집합체인가, 물리학적으로 본 인간의 본질로 들어갑니다. 그리스에서부터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테세우스의 배‘를 계속 수리하여 전혀 다른 부품이 되었는데 여전히 같은 배일까 하는 질문에서 헤라클레이토스의 ‘누구도 같은 강을 두 번 건너지 못한다‘로 고민합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논리 전개입니다. 4장이 이해가 되서 (물론 이해가 된다는 것은 알 것같다는 막연함입니다) 혹시 앞부분도 다시 읽으면 이해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듭니다. 혹시 이제 책의 중간쯤 지나서 저자의 구조에 빠져들어간걸까요. 이해하는 현재의 나는 누구이고, 알수없는 과거의 나가 섞이는 순간입니다.
5장은 ‘정말 다른 세계에 또 다른 내가 존재하는가‘입니다. 여전히 양자역학은 필요합니다. 거기에 다중 우주가 등장합니다.
6장은 물리학이 보는 자유의지를 결정론과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으로,
7장은 우주는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는지를 인류 원리와 다중 우구 이론으로,
8장은 우주가 스스로 생각하는지를 ‘지능‘이 물리학 법칙의 산물인지부터 분석합니다.
9장은 인간 행동의 예측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자유의지, 결정론에 불확정성 원리까지... 예측 가능할 것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아, 다 읽고 나니 349p에 본문에 나오는 핵심원리를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이걸 먼저 읽었으면 훨씬 이해가 쉬웠을 것같습니다. 미래의 나는 색인과 참고문헌을 먼저 읽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