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마지막 왕은 누구인가? - 역사의 대척점에 선 형제, 부여융과 부여풍
이도학 지음 / 주류성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백제의 마지막 왕은 누구인가?
역사의 대척점에 선 형제, 부여융과 부여풍
이도학 (지은이) 주류성 2024-08-05

백제의 마지막 왕은 의자왕이죠. 무왕의 아들이고 19년간 즉위하다가 나라를 잃게 되는 비운의 왕입니다. 삼천궁녀의 소문도 있고, 계백장군의 무력도 제대로 못살린 못난 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닙니다.
태자 시절에 증자와 민자를 합친 해동증민(海東曾閔, 해동증자)라는 평가도 받았고, 즉위 원년(642)에 군대를 이끌고 신라를 침공해 미후 등 40여 성을 함락시키고, 윤충을 시켜 대야성도 함락시켰습니다. (신라가 위기를 느끼고 당에 구원을 요청하여 싸우게 됩니다. 당나라 소정방의 13만 대군이 들어왔습니다. 우리 계백장군은 5천 병사밖에 없는데...)

의자왕의 서자만 41명이라고 합니다. 아들만 이 숫자이고 일대일로 잡아도 자식이 82명은 된다고 판단합니다. (헉, 엄청난 시절이군요. 그럼 삼천궁녀가 맞는 소리일 것도 같은데 삼천이라는 숫자는 불교의 삼천대천세계에서 따와서 그저 많다는 의미였고, 정사에는 기록이 없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이후 만들어진 야사라고 합니다)

부여융은 백제 멸망 후에 23세의 나이로 대당으로 가서 화려한 망명생활을 합니다. 친당 정권입니다.
부여풍은 631년 왜국으로 건너가 벌을 키우면서 30년간 체류합니다. 친왜 정권입니다.
그 사이에 의자왕의 계산공주도 등장합니다. 검법을 닦아 선술에 통하여 신병으로 신라군을 괴롭혔지만 김유신에게 선술이 부서졌다고 합니다. (그럼 김유신공이 최종보스인가)

백제 땅에는 풍과 생각을 같이하는 이들만 존재한 것은 아니었다. 융을 수반으로 한 친당 정권과 풍을 왕으로 한 친왜 정권이 대치하였다. 신라인들은 ‘가짜 왕‘으로 일컬으면서 정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신라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당의 중재로 융은 신라 상대 역으로 자리잡았다.
663년 8월 처절한 백강 전투 현장에서 융과 풍은 맞대치하였다. 이 싸움에서 풍은 구사일생으로 고구려로 탈출했다. 주류성에 남아 있던 풍의 일족들은 당군에 넘겨졌다. 풍왕이 사라진 백제 땅은 융의 통치권이 되었다. 융은 당의 선의를 믿고 또 대안으로 당과 손을 잡아 국가 회복을 모색하였다. 그러나 웅진도독 융은 신라에 대한 포비아가 극심했다. 신라의 압박을 받고 있던 그는 결국 당으로 돌아갔다. 백강 전투를 겪고 5년 후 고구려 평양성이 무너지던 날 풍은 당으로 압송되었다.
7p.

2주전에 이 책을 잡고 매일 시간날 때마다 읽어보는데 쉬운 책이 아닙니다. 그렇겠죠. 얼마 안되는 남은 정보들로 1300년 전을 추리해나갑니다.
의자왕의 자식들, 계산공주의 등장, 흑치상지의 고민, 백강과 주류성의 위치는 어디인가, 백강에서의 최후의 항전은? 그런 스펙타클한 장면들에 비석과 묘지석에서 해석한 정보들로 끝도없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660년대의 시대로 타임슬립하는 기분이 듭니다.

비행기도 없던 시절에 당나라, 왜국과 아주 가깝게 이어져있습니다. 하기야 삼국유사를 읽으면서 페르시아 처용, 러시아 캄차카의 석탈해, 인도 아유타국 허왕옥 등 세계가 소통하던 시절이었나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 부의 본질을 꿰뚫는 7가지 비결과 통찰 질문 152
조지 S. 클레이슨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부의 본질을 꿰뚫는 7가지 비결과 통찰 질문 152
조지 S. 클레이슨 (지은이), 이선주 (옮긴이) 현대지성 2024-08-09

바빌론 부자의 지혜는 바빌론 점토판에서 나온 가르침입니다. 부자가 되는 가르침인데 미국 작가 George S. Clason(1874 – 1957)입니다. 이 분도 만만치 않게 옛날 사람입니다. 이 책은 1926년에 나왔습니다. 초판 출판 이후 지금까지 2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고 합니다. 원제는 The Richest Man in Babylon입니다. (점토판을 보려고 인터넷을 한참 찾았는데, 원본 점토판은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상상으로 고대 바빌론 시대의 부자 아카드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데, 그럼에도 상당히 그 시대의 이야기같이 실감납니다)
국내에도 2010년부터 꾸준히 번역되고 새로운 판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현대지성의 ˝바빌론 부자들의 돈버는 지혜˝에는 통찰력있는 질문 152개도 같이 번역되었습니다.

‘야윈 지갑을 위한 일곱 가지 치료법(비결)‘과 ‘황금의 다섯 가지 법칙‘입니다. 영어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Seven Cures For a Lean Purse
First Cure: Start thy purse to fattening. 돈을 모으기 시작하라.
Second Cure: Control thy expenditures. 지출을 조절하라.
Third Cure: Make thy gold multiply. 돈을 불려라.
Fourth Cure: Guard thy treasures from loss. 원금을 잃지 않고 지켜라.
Fifth Cure: Make of thy dwelling a profitable investment. 집을 장만하라.
Sixth Cure: Ensure a future income. 노년이나 가장이 사망할 때를 대비하라.
Seventh Cure: Increase thy ability to earn. 돈버는 능력을 키우라.
https://en.wikipedia.org/wiki/The_Richest_Man_in_Babylon

The Five Laws of Gold
1. Gold cometh gladly and in increasing quantity to any man who will put by not less than one-tenth of his earnings to create an estate for his future and that of his family.
누구든 수입의 10분의 1 이상을 떼어 모으는 사람에게 재물은 기꺼이 찾아와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래서 그 사람과 가족의 미래를 대비하는 재산이 형성된다.
2. Gold laboreth diligently and contentedly for the wise owner who finds for it profitable employment, multiplying even as the flocks of the field.
현명한 주인이 안전하면서도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곳을 찾아 투자하면 재물은 열심히 일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준다. 재물은 들판의 양 떼처럼 늘어난다.
3. Gold clingeth to the protection of the cautious owner who invests it under the advice of men wise in its handling.
재물 다스리는 법을 아는 현자에게 조언을 구해 신중히 투자하는 자만이 그 재물을 지킬 수 있다.
4. Gold slippeth away from the man who invests it in businesses or purposes with which he is not familiar or which are not approved by those skilled in its keep.
재물 관리의 달인이 찬성하지 않거나 모르는 분야의 사업이나 일에 투자하는 자의 재물은 속절없이 사라진다.
5. Gold flees the man who would force it to impossible earnings or who followeth the alluring advice of tricksters and schemers or who trusts it to his own inexperience and romantic desires in investment.
하룻밤에 부자 되길 꿈꾸는 자, 사기꾼과 모사꾼의 감언이설에 넘어가는 자, 자신의 미숙함과 몽상에 기대어 투자하는 자의 재물은 달아난다.

몇 가지 안되지만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습니다, 너무 모범적인 부자의 모습이지요. 1926년 성실히 돈을 버는 미국의 부자 모습이지요.
그래도 읽다 보면...
그렇지, 돈을 모아야 뭘 할 수 있지,
씀씀이를 조절해야지, 쓸데없는 것을 이제 그만 사야겠다,
원금이 중요하지, 워런버핏도 이야기했잖아.
집이 필요하다라, 이건 재산세가 없던 바빌론 시대 이야기아닐까, 정말 필요한걸까,
돈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당연하지, 쓰는 재주가 있으면 버는 능력도 있어야지,
1/10 정도는 어떻게든 모을 수 있지 않을까, 모으지 않으면 어떻게 종자돈을 마련하겠어,
투자는 첫째, 안전해야 하고, 그다음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곳이 맞아,
하룻밤에 부자가 되는 코인이나 그런 종류는 결국 마지막이 비참하잖아...
등등 다시 돈에 대해, 모으는 방법에, 불리는 방법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는 일단 제로음료, 저당아이스크림을 사려다가 이것이 꼭 필요한가, 이것을 쟁여놓을 필요가 있을까 하고 하루 이틀 미룹니다. 이것만 해도 씀씀이가 조절되는 것이 아닐까요. 안쓰면 그만큼 버는거죠.

아. 무엇보다 이 책의 핵심은 그동안 빠졌던 통찰 질문 152개입니다. 2부에 소개되는데, 마치 세미나에 온 것처럼 모임에서, 개인적으로, 가족들과 같이 모여 공부할 수 있게 질문을 던집니다. 뭔가 어린 시절 교과서를 읽고 ‘어떤 방법이 더 지혜로운 선택이었을지 제안해보라‘, ‘그녀의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하고 묻습니다.
굉장합니다. 어떻게 이런 질문들을 생각해낼까요. 교과서 편집자같은 무서운 시선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뇌 속 코끼리 -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는 이유
케빈 심러.로빈 핸슨 지음, 이주현 옮김 / 데이원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 속 코끼리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는 이유
케빈 심러, 로빈 핸슨 (지은이), 이주현 (옮긴이)
데이원 2023-01-30

동물과 다른, 동물이 가지지 못한 인간의 독특한 능력을 이야기합니다. 규범, 기만, 거짓 등입니다.
(한편 겔라다개코원숭이는 털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그루밍에 하루중 17%의 시간을 들인다고 합니다. 괜히 웃기는 상황입니다)
인간은 경쟁을 좋아합니다. 전쟁은 물론이고, 스포츠라고 이름을 붙여 하는 경쟁도 있습니다. 성, 사회적 지위, 정치 모두 경쟁을 바탕으로 합니다.
규범도 있습니다. 규범을 만들고 지키고 싶어합니다. 남이 만든 규범도 열심히 지킵니다. 규범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뒷담화와 평판을 이용합니다.
기만은 남을 속이기도 하지만 자기기만도 있습니다. 남을 속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지만 왜 자신마저 속이는 걸까요. 상처받은 일에 취약하기 때문에 진실을 왜곡한다고 합니다. (무슨소리인가요)
자기기만의 방법은 4가지나 있습니다. 광인, 충신, 응원단장, 사기꾼입니다.
광인: 말그대로 미친 짓을 합니다.
충신: 위에도 아래에도 충성을 강요합니다.
응원단장: 소리를 지르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건드립니다. 가스라이팅같은겁니다.
사기꾼: 마음은, 의도는 순수하다고 주장합니다. 거기에 자만, 과시, 착취, 거짓, 책략 등 모든 수법을 사용합니다.

사회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저서 《조너선 하이트의 바른 행복The Happiness Hypothesis》에서 ˝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때때로 모순되는 복수의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만 한다˝라고 했다.
우리는 하나의 몸에 하나의 인간이 존재할 것이라 흔히 생각하지만 여러 의미에서 우리 각자는 의견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서 작업하는 위원회와 같다.
마음이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성경은 마음을 머리와 심장, 두 가지로 구별한다. 프로이트는 이드,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나누었다. 이언 맥길크리스트는 분석을 행하는 좌뇌와 전체론적 관점을 가지는 우뇌로 마음을 구별했고, 더글러스 켄릭은 야간 경비원, 강박적인 건강 염려자, 팀 플레이어, 눈독을 들이면 반드시 얻고 마는 민완가, 놀기 좋아하는 독신, 좋은 배우자, 아이를 기르는 부모 등 일곱 가지 ‘하위자아subselves‘를 만들어 구분했다. 한편 우리 아이들은 마음을 다섯 개의 상이한 감정을 관장하는 위원회로 묘사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을 보며 자란다.
116-117p
멋진 구성입니다. 내 안의 판단을 하는 자아가 하나나 둘이 아닐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7명이나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뇌속 코끼리가 겨우 1부입니다. 2부에는 더 나아가 보디랭귀지, 웃음, 재화, 소비, 예술, 자선, 교육, 의료, 종교, 정치에서 발견하는 코끼리를 찾아냅니다. 평상시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실은 숨겨진 동기들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는 놀라운 책입니다. 대단한 저자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박인성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것은 유해한 장르다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
박인성 (지은이) 나비클럽 2024-08-02

제목을 참 잘 잡았습니다. 미스터리가 재미있는 분야인데 그걸 유해하다고 표현하다니,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특별히 유해하다는 증거는 별로 없습니다. ‘미스터리는 범죄를 매개로 하여 세계, 사회, 개인에게서 촉발되는 다양한 유해함의 상상력을 다루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겠나는 추측입니다.

1부는 미스터리의 흐름을 이야기합니다.
먼저 미스터리 불변의 법칙이 나옵니다.
관습 : 변하지 않는 원칙 ; 탐정은 범인이 아니다, 녹스10계, 반다인20칙.
도상 : 시각적으로 압축한 구성요소 ; 광선검, 시그니처 대사와 몸짓, 담배 파이프, 트렌치코트.
공식 : 반복하여 활용되는 패턴 ; 공포물에서 주인공 일행은 반드시 흩어지고 습격당한다.
27-30p
사실 이 부분이 아주 유용하여 더 깊이 들어갔으면 했는데 맛만 보여주고 끝맺습니다.

2부에서 오컬트를 미스터리의 장르로 슬쩍 가져옵니다. 아니, 어디 미스터리 협회의 후원을 받은건가. 오컬트는 공포물의 전개 방식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공포물의 하위 장르가 되면서 미스터리의 인접 장르가 된다고 주장합니다.
거기에 역사 미스터리로 영화 흑뢰성, SF 미스터리로 스타워즈, 블레이드러너, 카우보이 비밥, 미스터리 게임으로 원숭이 섬의 비밀, 카아미타치의 밤, 역전재판, 단간론파, 괭이갈매기 울 적에 등을 설명해줍니다. 하. 따라가기 벅찹니다.
이런 구성은 위에 이야기한 영화, 소설, 게임들을 해본 사람들만 따라갈 수 있을 것같습니다. 역전재판이 어느 플랫폼에서 돌아가는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혁신적인 구성이니 역동적인 갱신이라고 해봐야 그림의 떡이지요.
(보통 책을 추천하거나 소개하면 그 책을 시중에서 구할 수가 있는데, 옛날 게임, 영화 등은 알 수가 없네요)

3부는 마무리로 한국 미스터리입니다. 한국작품인데 외국인의 눈으로 파악합니다.

범인들은 복잡한 대도시를 정글과 밀림처럼 이용해 다양한 흔적들 사이로 몸을 숨긴다. 도시는 결과적으로 그 모든 흔적의 저장고와 같다. 카를로 긴즈부르그가 《실과 흔적》에서 제안한 것처럼 우리는 때때로 진실이 아니라 허구나 거짓으로 구성된 논리를 통해서 자신의 가설을 현실화한다. 사냥꾼은 사냥감이 남긴 수많은 흔적을 참고하지만 자신의 경험과 가설을 통해서 그 단서의 의미를 파악한다. 긴즈부르그의 언급을 참고하면서, 피터 브룩스는 이러한 상상력이 미스터리가 제안하는 추리 과정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175p
조용필의 꿈인가요. 화려한 도시를 찾아왔는데,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하는 느낌입니다. 미장센을 살리는 구성을 책 곳곳에 장치해놨습니다. 책을 읽던 중에 혹시 영화감독 출신인건가 하고 저자 소개를 보니 평론가에 교수님으로 일하고 계시네요.

사례로 영화를 마구 가져오는데 안본 영화들이라 답답한 부분이 있습니다. 간단한 설명 정도 붙이면 친절했을텐데 이런 영화는 이미 보고 와야지 하는 분위기가 깔려있어서 조금 안타깝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 책고래숲 9
강태운 지음 / 책고래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사랑을 걱정하지 않는다
강태운 (지은이) 책고래 2024-06-14

화삼독畵三讀을 주장합니다. 그림은 적어도 3번은 봐야한다 겠지요. 혹시 아침, 점심, 저녁 3번의 다른 빛으로 본다일까요. 그것도 새롭겠네요. 혹은 5시, 15시, 20시 정도로 나눌까요. 더 심하게는 봄, 여름, 가을 3번을 보는 걸까요. 모두 틀렸습니다. 본다가 아니라 읽는다였습니다. ˝그림을 읽고, 작가와 그 시대를 읽고, 마지막으로 나를 읽는다˝(16p)고 합니다.

천경자 그림의 뱀을 설명합니다. ˝여인의 분신이자 지키는 울타리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화가는 그저 뱀을 그렸을 뿐인데 이게 무슨 말일까요.

도무지 알 수 없는 삶에 치일 때면, 광주역 앞 뱀집에 앉아 뱀을 스케치했다. 두 살배기 딸과 첫돌이 안된 아들을 남기고 남편은 요절했고, 6.25 전란 통에 여동생마저 폐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천경자는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친 듯이 뱀을 그렸다.
27p
무시무시한 세계를 잠깐 엿본 듯한 기분이 들면서 한편으로 알 수 없는 예술가의 세계입니다.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그림을 열심히 설명합니다. 지나갈 과過와 밤 야夜를 붙여서 콰야라고 한답니다. 콰라고 발음하니 중국사람일까요. (마지막에 도판과 작가를 설명하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설명이 없습니다)

콰야는 앞으로 살아갈 날을 다짐하기 위해 이 순간을 그리움으로 짓는다. 그리움을 짓느라 밤을 지새운다.
37p
뭔가 성냥불빛 하나로 순간의 그리움을 느끼나 봅니다. 그린다가 아니라 짓는다는 표현이 고심 끝에 나왔을 것같습니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그림들은 상당히 좋습니다. 어머니의 초상화, 코뿔소, 어린 코끼. 특히 어머니의 초상은 1490년, 1514년 두 점이 있습니다. 효자입니다. 이렇게 그려났으니 알 수가 있는 거죠.

필립 허모진스 캘더른의 ‘깨진 맹세(1856)‘ 그림을 설명합니다. (155p) 그림의 전체적인 인상과 왼쪽 가슴맡을 받힌 손에서 아픔의 깊이를 느낍니다. 독자도 같이 그 감정을 느끼려고 하는데, 미야모토 테루의 ‘밤 벚꽃‘에 주인공 아이코의 아들을 잃은 아픔 후에 신혼부부의 속삭임을 엿듣는 회상을 이야기합니다. 한쪽은 젊은 여자, 다른 쪽은 오십의 여성인데 같은 감정을 느끼나 봅니다.

기본 28점의 그림에 추가로 두세점이 더 들어있습니다. 그림을 읽고, 시대를 설명하고, 다시 자신의 감상을 덧붙이는 삼화독의 책입니다. 사실 저에게 전혀 없는 개념들을 마구 설명하여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그림도 어렵고, 설명도 어렵습니다.

서문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내가 영국행 비행기표를 건네주는데, 책에서 의외로 한국인 작가의 그림을 많이 설명합니다. 굳이 영국에 안가도 되는 것이 아닐까 궁금합니다. (28편 중에 꼭 영국이어야만 하는 글이 있었으면 좋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