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 - 구십의 세월이 전하는 인생 수업
김욱 지음 / 서교책방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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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은 열린다
구십의 세월이 전하는 인생 수업
김욱 (지은이) 서교책방 2024-11-05

김욱 선생의 인생은 뭔가 굉장합니다. 보통 퇴직을 하면 안정적인 연금생활을 할건데 하필이면 제주도 백화점에 투자하여 나이 70에 모든 것을 잃어버립니다. 다시 시작하기 어려운 나이인데 길을 찾습니다. 갈 곳도 없어 다른 집안 문중의 묘막으로 들어가 책을 번역하기 시작합니다. (방안에 TV도 있었다고 하니 그렇게 답답하기만 한 곳은 아닙니다) 근 20여년간 200권의 책을 번역하였습니다. 자신의 저서도 십여권이 나왔습니다.
겉으로만 봐도 존경할만한 부분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구십의 세월이 전하는 인생 수업이니 얼마나 깊이 있는 가르침이 들어있을까요.

그런데 책을 읽고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날로 비루해지는 육신에서 후회와 절망이 싹트는 경험은 늙어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인생 최대의 공포다 (5p)
생의 말년이 다가오니 이 아픔이 나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다 (16p)
잠자리에서 그를 떠올릴 때마다 누구의 삶이 더 행복인지를 자신할 수 없게 된 데에서 또 다른 두려움을 느낀다. (36p)
알츠하이머, 파킨슨, 노인성치매, 아들의 얼굴을 잊어먹고 아내에게 존댓말을 하며 누구시냐고 묻는 내 모습이 그려지는 것은 찰나에 지나지 않지만, 그런 날이 정말로 찾아오기 전에 한 자라도 더 쓰고 싶다. (79p)
당장 내일 아침이 되었을 때 내가 살아있으리라는 확답은 어디에도 없다. (94p)
나는 슬픔이 벅차올라 엉엉 울어버렸다. 우리의 대화를 엿듣던 병실의 다른 사람들도 소리 내어 눈물을 터뜨렸다. (226p)
아아. 한줄, 한문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지난 세월의 무게감과 현실의 답답함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다자이 오사무가 예술가로서 더없이 행복한 비극을 자진해서 헤쳐나간 인물이라면, 마쓰모토 세이초는 우리처럼 거부할 수 없는 타성의 운명에 맞서다가 온몸을 얻어맞고 쓰러진 채 기어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03p
신문사의 급사로 취업하여 20년간 차별당하며 살아온 마쓰모토의 노력, 나이 환갑에 15소년 표류기를 저술한 쥘베른의 호기심. (어떻게 이런 내용을 찾아내는지 대단합니다) 업적을 만들어내는 이면의 동기를 찾아줍니다. 어떤 인물의 내면을 밝혀내는 재주가 있습니다. 김욱 선생의 세상읗 보는 ‘인물지‘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사실 다른 책에서 선우휘선생의 이야기도 즐거웠습니다) 전혀 모르고 있다가 읽고나면 그렇구나 하고 알아차리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번쩍 하고 가르침을 줍니다. 쇼펜하우어 평론을 쓰고 출판사를 만나보는데 대부분 3가지 이유로 거절됩니다. 실력(내용)이 부족하다, 전공자가 아니다, 독자가 없을 것같다. 한가지만 해도 이겨내기 힘들 것같은 이유이지만 거기서 좌절하지 않습니다. 1년6개월간 쓴 원고 18만자를 다시 편집합니다. 학술서의 느낌, 전공자의 솜씨를 배제하고 대중 독자들을 상대하기에 적합한 문장과 개성으로 재구성합니다. 그렇게 해서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70의 열정과 끈기가 눈부십니다.

농담도 수준이 있습니다. 곰돌이 친구나 블루베리 청년의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앗. 재미나 농담이 아닙니다. 뭔가 지구적인 차원의 농담입니다.

보통의 인생이라면 20대 후반이나 늦어도 40대의 젊은 시절이 화려한 인생의 한장면일텐데 김욱선생님은 지금 이순간, 아침에 깨어나서 원고지 십여매를 적어가는 오늘 하루가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입니다. 감사하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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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단 재무제표 : 입문 - 80분에 마스터한다!
카나가와 아키노리 지음, 김종원 감수 / 도서출판 더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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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관련 책을 잡으면 모르는 분야라 의욕이 생겨 마구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역시 모르는 내용이라 답답해지기만 합니다.
래마다 회계사무실에서 두꺼운 책자를 보내오는데 그저 두꺼우면 잘되는거고 얇아지면 큰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중에 80분만에 마스터한다는 바로 이 책 ˝초간단 재무제표˝를 잡았습니다. 슬슬 읽어보니 쉽게 읽힙니다.
소제목들은 선명하게 큰글씨로 표시하고 캐릭터아이콘으로 어리둥절, 놀람, 자신있음, 똑똑함, 답답함, 의욕이넘침, 신남 등의 감정이 나옵니다. 8분30초 동안 일독을 했습니다.
용어가 어렵습니다. 판관비라고 여러번 들었는데 그게 ‘판매비와 관리비‘였네요.

1장은 재무제표의 상식에서 시작합니다. 회사의 성적표이고, 이 안에는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현금흐름표가 들어있다. (그래서 어려웠던거였습니다) 누가, 언제 작성하는지 등의 상식이 나옵니다.
놀라운 것은 ‘회사는 영원히 지속될 것을 전제로‘ 한다는 칼럼입니다. (중간중간 설명이 길어질 것같은 내용을 칼럼으로 뽑았습니다) 무기한으로 사업을 계속할 것을 전제로 하는 사고방식이랍니다. 그러고보니 외국의 기업들은 백년을 넘어 지속하는 것들도 있지요.

2장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손익계산서입니다.
매출에서 비용을 빼니 최종 이익을 알 수 있습니다.
매출을 올리는 데 드는 비용도 알 수 있습니다.
매출액은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얻는 이익으로 회사의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매출총이익 = 매출액(수익) - 매출원가 입니다.
영업이익 = 매출총이익 -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 입니다.

법인세비용차감전손익은 영업이익에 기타수익과 금융수익을 더하고, 기타비용과 금융비용을 차감하여 계산됩니다.
49p, 손익계산서의 구조
단어가 10글자입니다. 이해가 될 것같으면서 나는 어디에 있는걸까 생각하게 되는 문장입니다.

3장은 재무상태표입니다. B/S, Balance Sheet. 회사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고, 자산, 부채를 확인합니다. 왼쪽의 자산은 ‘돈 쓰는 방법‘이고 오른쪽은 ‘돈 모으는 방법‘으로 부채는 지불할 돈이고, 자본은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돈입니다.
유동자산은 당좌자산, 재고자산, 기타 당좌자산입니다. (옆에서 좌우지당당 소리가 들리는 것같습니다)
비유동자산은 건물, 토지, 투자 유가증권입니다.

사채는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고, 주식을 사는 것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항상 이 대목이 궁금했는데 명쾌하네요. (전환사채는 빌려주었다가 투자하게 되는 건가보죠. 하지만 이자만 받을 수도 있으니 사채가 맞네요)

4장은 현금 흐름표입니다. C/S랍니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자금 흐름을 파악하여 회사의 성장성과 미래를 알아봅니다. 영업, 투자, 재무의 요소로 나누어집니다. 이 3가지 요소로 패턴을 알아냅니다. 끄덕끄덕...

5장은 부록으로 알고 싶은 (?)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미스터리만 같던 재무제표를 이 책을 읽고나니 용어는 이제 정리되어 보입니다. 서너번을 읽어보니 80분은 걸렸던 것같습니다. 살짝 표지를 다시 보니 ˝입문˝이라 쓰여있습니다. 입문 다음은 뭐가 나올까요. 그래도 이정도로 쉽게 쓴 재무제표 해설은 없었던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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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쟁이들이 이기는 협상 전략 - 내편으로 만드는 완벽한 커뮤니케이션
호사카 코스케 지음, 안선주 옮김 / 이사빛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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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쟁이들이 이기는 협상 전략
내편으로 만드는 완벽한 커뮤니케이션
호사카 코스케 (지은이), 안선주 (옮긴이) 이사빛 2024-11-18

아무리 말을 잘 해도 정작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모두가 같은 생각일 겁니다. 협상에 이겨도 뭔가 손해본 기분이 들고, 지면 그야말로 패배한 마음이 듭니다. 어떤 협상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딱 하나 많이 해보면 익숙해집니다.

저자 호사카 코스케는 심리 카운슬러에 변호사입니다. 요즘은 두세가지 직업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이죠. 드라마 HERO를 보고 법조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저도 이 드라마 봤는데!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1,500건 이상의 소송, 조정, 협상을 해본 경험이 있고, 다시 심리학을 공부하여 카운슬러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일단 경험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지요.

1장은 ‘져주는‘ 기술입니다. 시작부터 진다고 생각하고 들어가는ㅇ 것이 아닙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인정하고 공감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줄여나가야 합니다. (이건 참 좋은 지적입니다. 항상 협상을 할 때 나의 부족함을 떠올리게 되지요)
3단계의 과정을 생각합니다.
1. 준비 ; 자신을 알아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리스트화한다.
2. 대화 ; 듣고 공감하기. 듣기8, 말하기2의 비율입니다.
3. 마무리 ; 경의를 담아 압박하기. 받아낼 것은 받아내야죠. 마무리에서는 압박해야 합니다.
38-42p,
1장이라지만 앞으로 나올 내용의 요약입니다.

2장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준비‘ 단계입니다. 협상을 하기 전에 (혹은 협상 도중이라도) 자기 자신과 대화을 합니다. ˝자신이 진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더욱 심도 있게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자신에게 먼저 질문을 던져봅니다. 오늘 점심 뭐 먹을까 하면 아무거나 좋습니다 하는 따위는 자신과의 대화가 없는 사람이죠. (하지만 다음 중국음식을 이야기하면 어제 먹었어요가 나오는데 그건 또 다른 문제겠죠)
준비 단계에서 항상 BATNA(대안,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 최선의 대안)를 마련해야 합니다. 내뜻대로 되면 최상인데, 그게 쉽지가 않죠. 그럼 결렬이냐. 아닙니다. 대안을 준비합니다.

3장은 두 가지, 상대의 마음에 공감하고, 의견을 받아들이게 하는 ‘듣는 법‘입니다.
들을 때도 실천하는 마음가짐이 있습니다.
1. 일반적인 상식을 고집하지 않는다.
2. 자기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도 받아들인다.
3. 자기 자신이 슬픔, 공포, 불안, 분노와 같은 감정을 품는 것을 허락한다.
4. 시간 단축이나 합리성을 따지지 않는다.
96-97p, 귀담아듣기의 마음가짐
특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왜 저리 쓸데없이 서두가 긴거야, 본론은 언제 나오는거야 하고 소리치고 싶지만 일단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듣는 법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득실을 따지지 말고 상대의 말을 귀담아들어라.
상대의 이야기를 바로잡으려고 하지 말라.
다그치듯이 질문을 쏟아내지 말라
쉽게 동의하지 말라.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에 상대의 상황을 파악하라.
들을 때는 분석하지 말라.
억지웃음이나 농담으로 넘어가지 말라.
상대가 한 말을 반복하거나 정리하라.
‘청킹‘으로 정보를 이끌어내라.
99-161p,
제가 못하는 것들만 적어보았는데, 거의 대부분입니다. 이크. 저는 협상의 하수였습니다.

4장은 말투와 전달법입니다. 먼저 들어주면 상대방도 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저도 말하고 나도 말하지만 선후가 중요합니다. 굳이 말을 잘 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점에서 점원이 말을 잘하면 웬지 싸게 산 것같지 않은 느낌이 들지요. 느리지만 요구사항을 조근조근 이야기해도 됩니다. (그러고보니 주변에 버벅이는 사람의 말은 그래도 하나는 들어줘야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소통에서 항상 나오는 아이(I) 메시지.
상대의 행위나 사건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효과를 전달하여
결과적으로 느낀 자신의 감정을 ‘나‘를 주어로 하여 전달하는 화법입니다.
192p, 아이메시지의 활용
이런, 그동안 아이메시지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닙니다. 그저 내가 기분이 나빠. 나는 너가 틀렸다고 생각해. 라고 했건만, 영 엉뚱한 메시지였습니다. 먼저 객관적인 사건과 효과를 전달했어야 합니다.

5장은 마무리로 상대에게 영광을 돌리는 법입니다. 협상은 자신과 상대와의 대결이라고 생각하면 사이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습니다. ‘우리‘라는 주체로 바라봅니다. 우리가 되면 양자의 ‘협력적인 팀플레이‘가 만들어집니다. (거래처의 사장이 ‘우리‘, ‘앞으로‘, ‘향후‘... 라는 단어를 자쥬 쓰던데 이 책을 봤을까요. 나보다 먼저 봤습니다)
또다른 아이디어로 ‘상대에게 선택지를 제시하게 하라‘고 합니다. 제가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선택지를 고르는 순간 자신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느낍니다.

6장은 자신의 마무리 단계입니다. 명상으로 호흡을 조절하고, 일상생활에도 ‘천천히‘를 시도합니다. 오늘도 괜찮았다고 칭찬을 해주고, 해야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습니다. (이런 것들은 평상시 잘 하는 짓인데 굳이...) 습관처럼 ‘고맙다‘는 표현을 말로 해주기도 하면서 자신을 충족시키는 일을 하면 좋다고 합니다.
앞의 다른 것들은 다 못해도 자신을 칭찬하는 마무리작업에 강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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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 뽑은 입보리행론송 - 삶의 지혜와 마음의 평화를 주는 명상시
산티데바 지음, 원인 옮김 / 민족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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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쩌렁쩌렁 울립니다. 도대체 누구이길래 이렇게 영혼을 울리는 건가 찾아보니 인도 중기의 샨티데바, 적천 스님입니다.
샨티데바는 왕자로 태어나 왕위 계승 전날 문수보살을 꿈에 뵙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 12년간 수행을 합니다.

이 경이 나오게 된 이유가 전설로 내려옵니다. 나란다 대학의 사람들이 게으르고 무능하다고 판단하여 망신주기 위해 설법을 요청합니다. 그 자리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한문장 한문장이 암송하기에 적합합니다. 게다가 전문에서 원인스님이 핵심만 ‘골라 뽑은‘ 정수입니다.
슬슬 읽어보면 20분이면 다 읽을 분량인데 내용이 깊이가 있어 자꾸 멈추고 생각하게 합니다.

모두 374구의 게송이 들어있습니다. 보통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구절을 표시해놓고 두번 읽을 때에 와닿는 부분을 적어둡니다. 그러나 십여페이지를 읽다가 드디어 포스트잇을 더 붙일 수 없다고 느껴 전부 떼어버렸습니다.

10개의 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1장은 보리심을 찬탄합니다. 부처님 법은 만나기도 어려운데 이런 기회에 정진하여야 한다는 좋은 말씀입니다.

우리에게 선한 기운은 약하고
악업의 힘은 너무나 강렬하다.
여기 위대한 보리심이 아니라면
어떤 선도 악을 조복 받지 못한다.
15p,
선악의 개념이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둘다 치우진 것으로 봅니다.

2장은 죄업을 참회합니다. 정성, 내가 가진 것, 악업, 죄업, 마음, 향락, 사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회를 합니다.

3장은 보리심을 가지는 방법입니다. 중생을 위하는 마음을 일으킵니다. 안락함, 고달픔, 배고픔, 아픔, 불신, 비방, 조롱, 모함, 악담, 모든 것을 다 받아서 베푸는 큰 마읍을 일으킵니다.

4장은 보리심을 닦는 법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주술에 걸려 정신이 혼미하면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잃게 되어
누가 나를 이렇게 한 줄 모르고
끝없는 고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53p,
내가 흐리멍텅한 것을 주술에 걸렸다고 위로해줍니다. 살면서 의지와 생각을 잃고 정신없는 적이 많이 있습니다. 모든 상황이 고뇌의 연속입니다.

사랑과 미움이라는 나의 원수는 손발도 없고 용맹하지도 않으며, 지혜롭거나 자비롭지도 않은데 그들은 나를 몸종으로 부린다.
54p,
사랑과 미움을 한묶음으로 엮은 것이 대단합니다. 숱한 인생의 장면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5장은 계율입니다. 파괴하는 무기, 괴롭히는 행동, 모함하는 악담, 악인과 어울림 등은 쉽게 빠지는 함정이지요. 육체의 병이 있으면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것처럼 정법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길을 바로 갈 수가 없습니다.

6장은 고행에 대한 인욕입니다. 분노, 성냄을 경계하고 인욕합니다.

모든 것은 연을 따라 움직이기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이처럼 허깨비 같은 허상에 대해 분노함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허상에 분노할 의미는 없지만 분노가 일어나면 억제해야 한다.
만법의 본질은 지을 것 없으나 괴로움을 멈추는 노력은 인정된다.
104p,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연에서 보고 일어난 일을 허상적 경계로 바라봅니다. 참 멋진 관점입니다.

7장은 위없는 도를 정진합니다. 탐진치에 대해서는 인욕하고 도를 위해서는 정진해야 합니다. 지극한 선을 실행하는 것인데 반대는 게으름, 오만, 애착, 방일, 낙심입니다. 쉽게 보기 어려운 경계입니다.

8장은 미혹을 소멸하는 선정입니다. 지止를 통해 마음을 고요히 하고, 관觀의 힘으로 번뇌를 끊어야 합니다. 그헐게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와야 하는데 명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마치 벌이 꽃에서 꿀만 모으듯 바른길에 필요한 것만 수용하라.
저 하늘 고고하게 빛나는 달처럼 세상에 처하더라도 물들지 말라.
154p,
세상에 집착하면 만족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선악을 넘어선 곳에 깨달음이 자리하나 봅니다.

9장은 깨달음으로 가는 지혜입니다. 그러고보니 6바라밀을 이야기합니다. 읽다보니 이해가 됩니다. 그 시절에 이미 육바라밀이 형성되어 있었네요.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 학창시절 외웠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10장은 보리심을 회향합니다. 역시 불경의 마무리는 회향이죠. ˝누구나 이 법문 듣고 해탈하여라!˝ 멋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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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 대한민국을 뒤흔든 10·26, 12·12 현장 기록
이재천 지음 / 인사이드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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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사건 수행 일기 ; 대한민국을 뒤흔든 10·26, 12·12 현장 기록
이재천 (지은이) 인사이드북스 2024-10-30

대한민국을 뒤흔든 1026, 1212의 현장에 저자가 있었습니다. 저자 이재천 선생은 김신조가 내려올 때 육사에 입대하여 험난한 4년을 보냈습니다. 그후 1026 사건에 있었고, 1212 사태에도 연관되어 곤혹을 치렀습니다. 인생에서 이런 엄청난 일을 경험할 수 있을까요. 그런 기록이 평상시 일기를 써왔길래 남아있을 수가 있습니다. 45년 전의 일기장을 펼치는 작업입니다. (시작부터 잡으면 56년전입니다!)

1장은 1968년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면서의 기록입니다. 기초훈련 시작 바로 전날 1.21일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습격합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입니까. (그렇다고 안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죠) 직각식사, 직각보행을 합니다. 안일한 불의의 길이 아닌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기 위한 겁니다. 66년 전투에 참여한 선배는 강연하러 와서 69년 생도들이 불만이 있나 봅니다. 항상 후배들은 나약해보이는 거죠. 천리길 행군도 갑니다. 이렇게 해야 버젓한 군인이 완성되는 겁니다. 험난합니다. 

2장은 유신시대의 기록입니다. 소위로 시작해서 군수장교를 하고 중위로 승진합니다. 아 이 시절에 북괴의 땅굴을 발견하고 있었습니다. 6.25가 끝나고도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적인 남침을 시도했던 거네요. 장교의 인생이 그다지 편해보이지 않습니다. 사명감이 없으면 못할 직업입니다. 그래도 대위로 승진합니다. 

3장은 77년 8월 정승화 육사 교장의 전속부관으로 들어갔다가 77년 12월 1군사령관의 부관, 79년 1월 참모총장의 부관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4장은 드디어 유신의 시대가 시작됩니다. 유신이 그다지 길지 않았습니다. 

5장은 유신의 종말입니다. 10.18일에 부산, 마산에 비상계엄령을 내렸었네요. 느닷없이 1026이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조짐이 있었습니다. YS의 의원직 제명이 10월 4일입니다. 이렇게 급박한 사건들 속에서 1026이 일어납니다. 어쩌면 세상이 김재규의 편을 들어 줄 수 있었던 상황이었네요. 참모총장이 9여단과 20사단의 출동 명령을 중지합니다.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입니다. (이리도 긴박한 순간에 어찌 기록을 이렇게 많이 남겼는지 모르겠습니다) 

6장은 드디어 핵심이네요. 역시 중요한 대목은 마지막에 나오지요. 79.10.27 - 80.3.12 까지의 기간입니다. 전두환 소장이 대두됩니다. 지금이야 이렇게 실세가 되고 권력을 쟁취하는가를 알지만 당시에는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12월 6일에 최규하 대통령 선출이 됩니다. 이렇게 종결이 되는가 했더니... 12월12일 저녁 7시에 사건이 시작됩니다. 총장은 납치당하고 보좌관(저자)은 피격당하고 입원후에 대공분실에 수감됩니다. 감방생활을 25일 합니다. 25일이 25년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하염없는 세월입니다. 고려시대 무신정변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이 책을 읽고 감동적인 부분은 일기를 써야겠다는 겁니다. 1968년부터 80년까지 불과 12년입니다. 꾸준히 일기를 써왔기에 이렇게 기록으로 남고 책으로 엮을 수가 있는 겁니다. 지금 시점에 과거를 아무리 회상해봐야 이런 기억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거기에 20세 청춘 시절의 기록입니다. (비록 1968년이지만) 같은 20대, 30대의 생각과 걱정을 되돌이켜 볼 수가 있습니다. 좋은 책이 남게 되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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