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전 시집 : 진달래꽃, 초혼 -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
김소월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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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전 시집 : 진달래꽃, 초혼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
김소월 (지은이) 스타북스 2025-05-15

김소월 선생의 시는 진달래꽃밖에 모릅니다. (교과서가 위대한거죠) 이 책의 제목에서 초혼도 같은 급이라고 홍보하는 것같아 내심 기대합니다.

편하게 읽어나가는데 시들이 참 좋습니다. 한편 한편 너무 쉽게 읽힙니다. 우리 말, 우리 단어들이 이렇게 어감이 좋은지 몰랐습니다. 그냥 단어의 조합인건데 보통의 연결이 아닙니다.
불과 서너줄만 읽어도 깊고 깊은 세계를 떠돌게 만들어 줍니다. 마치 수백 페이지, 영화 한편을 시 네 줄로 압축한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한페이지로 이렇게 멀리까지 가게 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니 詩라는 것이 대단한 분야입니다. 절로 시집의 세계에 빠질 것만 같습니다.

진달래꽃 한 편 가지고도 수없이 많은 참고서의 해석이 붙어있지요. 전 시집을 읽으면서 계속 놀라워한 부분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깊은 감정과 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려운 단어나 복잡한 수사가 없습니다. (가끔 옛날 단어가 있기는 합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둥둥 떠돌고 끄덕거리고 긍정하게 합니다.

꿈길
물구슬의 봄 새벽 아득한길
하늘이며 들 사이에 넓은 숲
젖은 향기 불긋한 잎 위의 길
실그물의 바람 비쳐 젖은 숲
나는 걸어가노라 이러한 길
밤저녁의 그늘진 그대의 꿈
혼들리는 다리 위 무지개 길
바람조차 가을 봄 걷히는 꿈
163p,
저는 이런 문장에서 떠오르는 장면들이 좋습니다. 어딘가의 낯선 세계가 떠오르고 그곳이 길인지, 숲인지 알 수가 없지요.

그러나 중간 정도 가니 힘이 듭니다. 보통의 시집은 몇십여편의 얇은 책자여서 슬슬 넘어가다가 감동적인 대목이 나오면 표시하고 지나갑니다. 하지만 전 시집이라는 강렬한 제목과 적지 않은 분량에 책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하드커버로 나온 것도 한몫 합니다. 실제로 무겁습니다. 그래도 종이책은 하드커버가 제맛이지요) 짧은 기간에 전부 읽느라고 힘들었는데 하루에 한두편씩 읽어나가면 좋겠습니다. 필사해보는 것도 좋을 것같습니다.

쉬운 단어들로 구성된 시들인데 언어의 광활함과 세밀함으로 깊이 잠기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에 담긴 세계는 우주일까요, 바다 속으로 한없이 펼쳐집니다.

한식
가지가지 우뚝한 높은 나무에
까마귀와 까치는 울고 짖을 때
이월에도 청명에 한식날이라
들려오는 곡소리 오 오 곡소리
거친 벌이는 벌에 부는 바람에
종이돈은 흩어져 떠다니는 곳
무더기 또 무더기 널린 무덤에
푸룻푸룻 봄풀만 돋아나누나
352p, 한시 번역도 굉장합니다. 저런 느낌이었을까 원문을 찾아보니 전혀 다릅니다. 번역을 하면서 새롭게 창조해낸겁니다.
烏啼鵲噪昏喬木 오제작조혼교목
清明寒食誰家哭 청명한식수가곡
風吹曠野紙錢飛 풍취광야지전비
古墓壘壘春草綠 고묘루루춘초록

이런 작품들을 이미 24세에 쓰셨네요. 백년전의 20대는 다른걸까요. 김소월 선생이 유독 천재인거겠죠.

이렇게 김소월 전시집을 읽고 매일 한편을 읽어야겠다는 새로운 습관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하루 1권 읽기, 하루 3배 하기, 하루 1시간 운동... 24시간이 점점 짧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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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늙어간다는 것 - 80대 독일 국민 작가의 무심한 듯 다정한 문장들
엘케 하이덴라이히 지음, 유영미 옮김 / 북라이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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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늙어간다는 것
80대 독일 국민 작가의 무심한 듯 다정한 문장들
엘케 하이덴라이히 (지은이), 유영미 (옮긴이) 북라이프 2025-05-27

소제목은 ‘무심한 듯 다정한 문장들‘이라고 하는데... 읽기에 상당히 무심하다는 인상을 더 강하게 받았습니다.

들어가며 ; 인생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지요. 망하거나 멋지거나...는 생각하기 나름인거다를 강하게 주장합니다. 재미있는 비교입니다.

위탁가정에서 부모님과 갈등하고, 담배로 폐 수술을 받습니다. 이혼을 반복하고 방송에서 퇴출당하는 망한 인생이 있습니다.
목사님이 책을 읽게 하고 피아노도 배웁니다. 대학에 가고 중병을 이겨냅니다. 자신보다 어린 배우자와 같이 살며 멋진 집, 좋은 친구들, 다정한 반려견이 있는 여든 살의 멋진 인생도 있습니다.
같은 사람, 같은 인생인데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천당과 지옥입니다.

늙음에 관한 좋은 문장들을 많이 수집했습니다. 은근 자신의 서재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내 시력은 더 이상 쓸 만하지 못하고
청력도 서서히 약해져간다.
나는 곧 쓸모없는 사람이 되겠지.
쓰임을 다한 광산 말처럼.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지.
내 의지가 나를 들썩이게 한다.
27p, 크리스티네 라반트.
작은 의지만 남아있다면 들썩일 수가 있는 겁니다. 나이가 드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해야 합니다.

젊음이란 무엇일까 ;
‘오늘의 나는 내가 원하는 걸 알고 있다‘(37p)는 말이 와닿으면서 안타깝습니다.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면 너무 쉬운 일을 왜 그렇게 고민을 했을까 궁금해집니다. 인생 반복해보면 정말 쉬울텐데요.

실수 뒤에도 삶은 계속된다 ;
굳이 나이들어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가파른 산이냐, 넓은 강이냐, 빽빽한 숲이냐, 셋 중의 어느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무엇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로 애태워봐야 되돌릴 수 없고, 넘어설 수가 없습니다. 방향을 바꾸어 멋지고 좋았던 것을 떠올리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찬란한 과거만 돌이키는 인간들도 있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늙어가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

흔들리는 사람은 톨스토이를 읽으면 됩니다.
정신을 귀중한 씨앗처럼 뒤편 땅에 던져라. 어디가 되었든 상관없다. 그리고 이제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는지 초조하게 돌아보지 말라.
52p, 톨스토이.
멋진 말이지만, 씨앗을 냅두면 썩어버리던데 농사를 안지어본걸까요. 뭐, 정신적인 씨앗이겠지요.
늙어감은 두려움을 일으킵니다. 늙어가는 과정에서 불안을 느끼고 용기가 필요합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용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들이 모두 다릅니다.
힌두교도는 하나의 단계, 새로운 실존으로 옮겨 가는 것이고,
유대인은 죽음은 죽음일 뿐 삶이 중요하다고 보고,
무슬림은 영원한 낙원에 들어가는 앞뜰이고,
기독교인은 영이 계속 산다고 믿고,
불교도는 생명이 끝나지 않고 윤회 속에서 영원히 환생한다고 봅니다.
56p, 엘케 하이덴라이히.

불과 1/3 정도밖에 안읽었는데 상당히 피곤합니다. 평상시에 죽음에 대해 그다지 깊이, 아니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생이 얼마 안남았는데 말이죠. 그것만 해도 좋은 책을 잡은 셈입니다. 죽음에 대해, 늙음에 대해 이렇게 무지했다니 놀랄 일입니다. 중간에 나오는 ‘영원히 살 것같은‘ 마음이었겠지요.

우리는 왜 삶이 끝난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할까 ;
노년에 생각해봐야할 소유, 사랑, 존재에 대해 설명합니다.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을 미화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늙는다는 것에 대해 가만히 바로봐야합니다.

‘늙어가기’라는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 ;
젊을 때는 뭐든지 할 수 있지만, 늙을 때도 할 일이 있습니다. 남은 30년을 장롱만 정리하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무거운 신발‘을 벗어버리고 어깨에 올려놓은 짐을 내려놓고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감정이 깃든 심장은 늙지 않는다 ;
나이는 우리의 적이 아니라 시간이 적수랍니다. 이런 세밀한 표현은 기가 막히지 않나요. 시간의 신 크로노스는 자식들도 삼켜버리고 손에 날 선 낫을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억과 사랑에 빠져있는 심장은 늙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추억에 빠져 영원을 사는 걸까요. 부럽습니다.

옷장은 점점 비워지고 있다 ;
제목은 옷장 정리이지만 친구들, 친척들, 남편들을 정리합니다. (남편들이 웃깁니다) 하지만 다락방의 50개의 바인더, 100권의 노트는 정리못합니다. 저도 사무실 정리할 때 20년전의 은행서류가 나와서 놀랬는데 노년에는 정리하는 것이 일이겠습니다.

나는 행복해지기로 결심했다 ;
평범한 행복이 나올 줄 알았는데 괴테가 나옵니다. 폴트(친구), 스벤 쿤체, 조지 스타이너, 프로이트, 쥘리앵 그린, 베케트, 볼테르의 말로 행복을 정의(!)합니다. 행복은 어쩌면 주변에 있는 파랑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문학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한다

자유, 존중, 즐거움 등 우리가 전에 당연한 것으로 소유하고 누렸던 모든 것을 점차 빼앗긴다.
이렇게 빼앗기는 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박탈당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에 살지 말고 현재에 살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과거의 일들이 자꾸 생각나면서 종종 과거를 미화하고 낭만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를 자꾸 돌아본다고 해서 현재가 더 견딜 만해지는 것은 아니다. 깨어서 적극적으로 현재를 살 때 현재는 의미를 획득하고 더 살만해진다.
117p,

멋진 말입니다. 더 나아가 육체노동, 가난도 사람을 늙게 만들지만 아무 도전없는 삶 역시 늙게 만듭니다. 노년은 그저 같은 나이대의 다양한 사람들입니다.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는 자신의 몫입니다.

늙어가는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삶을 잘게 쪼개서 살아가보라는 비트겐슈타인의 충고는 옳습니다. 노년이 아니더라도 빛나는 시기에도 통용되는 말입니다.

전체적으로 너무 멋진 말들이 나옵니다. (어떻게 이런 말들을 인용하는지 궁금했는데 출판평론가의 일도 합니다)

사람은 매일 늙는 건 아니다. 늙는다는 느낌 없이 10년, 20년이 지나갈 수도 있다. 그러고 나서 두 시간 만에 20년이 한꺼번에 덮쳐온다. (110p)
그는 매일 똑같은 책을 읽어. 하지만 똑같은 책이라는 걸 몰라. 읽을 때마다 책이 좋다고 행복해해. (124p)
네가 만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적은 언제나 너 자신일 것이다. (172p)
노인의 세계는 기억의 세계다 (189p)
노년에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만족감이 찾아온다. 이제 아무것도 해야 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203p)

어쩌면 계속 수많은 책들의 문장들을 인용하면서 나는 아직 멀쩡해 하고 외치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그 문장들은 다락방의 바인더 속에 숨어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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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레토릭
전영우 지음 / 소명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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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레토릭
전영우 (지은이) 소명출판 2025-04-10

제목이 설득인데... 목차부터 어려워만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단어의 정의부터 시작합니다.

설명은 ‘듣는 이가 잘 알지 못하는 사실이나 사물, 현상, 사건 등에 대하여 알기 쉽게 말하는‘ 것입니다.
설득은 ‘말로써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에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것‘입니다.

설명은 6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정의를 내리고, 비교, 대조하고, 인용합니다. 통계를 제시하고 시청각 자료를 이용하며 반복합니다.
설득은 4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통계나 실례 등으로 사실을 알려줍니다. 논리적으로 말하여 설득력을 발휘하고 감정에 호소합니다. 미묘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거기에 보고, 환담은 또 다릅니다.

2부는 대학교 화법입니다. 1부의 내용을 보강한 듯한 구성인데, 뭔가 저자 전영우 선생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너무 답답해서 ‘학생이라면 이정도는 생각하고 이야기해야지‘ 하는 걱정이 느껴집니다.

1, 2부는 맛보기로 살짝 건드리고 3부가 핵심입니다.
설명를 제대로 하는 방법이 나옵니다.
정의식 : 원칙, 조건, 명제에서 구체적인 것으로 발전한다. 연역적 설명.
비교식 : 비교를 하면서 설명.
실례식 : 통계, 자료로 이해시킨다.
증언식 : 증거를 보이거나 논증을 통해 설명.
통계식 : 숫자, 통계가 근거가 되는 설명.
시청각식 : 도표, 현장, 사진, 녹음, 모형... 등을 수단으로 설명.
반복식 : 요점, 요약을 반복한다.
69-79, 설명을 효과적으로 하는 법

설득에서 ‘낯선 사람은 의심받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충분한 공감을 주어야 합니다. 여러번 방문, 사정을 알고 있다, 사는 곳이 비슷하다, 농촌 태생이다... (아니, 이거 사기수법아닌가요) 하지만 서로 공통되는 기반이 형성되는 것이 설득의 시작입니다.

효과적인 설득 방법도 연구해놨습니다. 모두 10가지인데, 제일 와닿는 내용이 4개 있습니다.
4. 되풀이 말한다.
7. 상대의 굳은 감정을 풀어주면서 말한다.
8. 권위를 가지고 말하면 듣는 이가 납득하기 쉽다.
9. 전체의 경향이나 세평을 인용한다. (이 부분은 5번하고도 겹치기는 하지만 약간 결이 다릅니다)

정말 웃긴 부분은 ‘유머‘까지 취급합니다.
1 먼저 웃지 않는다
2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3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전제하지 않는다.
4 상대를 보고 유머를 택한다.
5 가능한 대로 독창적인 것을 선택한다.
6 서투른 재담은 하지 않는다
126p, 희극
마구 웃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께. 하다가 이야기도 못끝내는 인간이 있습니다. 두 가지 실수를 한거네요. ‘이 이야기는 모를거야‘하고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혼자 좋아하면서 하는 인간도 있습니다. 유머를 실패하는 인간은 저 6가지 실수 목록에 있습니다. 이 부분 재미있어서 혹시 건배사도 이야기하려나 기대했는데 그건 안나옵니다.

5부에서는 4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읽기 전에 페이지를 채우려고 짜투리로 집어넣은건가 했는데 내용이 참 좋습니다. 의회 통용 규칙, 연설방법, 웅변법 강론, 근대 국어 토론에 관한 사적 연구에 대해 요약 정리입니다. 서평을 넘어 거의 논문급의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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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길입니다 - 친절한 화두 명상 지침서
김준영 지음 / 민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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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길입니다
친절한 화두 명상 지침서
김준영 (지은이) 민족사 2025-04-21

참선, 공안은 참으로 어려운 세계입니다. 조금 접하거나 아예 모르거나 똑같습니다. 무언가 알 것같이 보이지만 정작 들어가면 전혀 모를 세계입니다. 본래면목, 청녀이혼, 불매인과... 아! 하고 감탄을 하게 되지만 정작 무슨 말인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면 아무 말도 안나오는 희안한 분야입니다. 영이거나 깨달아서 백이 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경계에서 항상 길을 잃어버립니다.
말과 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하는데, 과연 일반인을 위한 책이 나올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나온다고 해도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저자 김준영 선생은 스승님의 조언에 따라 ‘모든 분이 읽을만하고, 중학생 정도만 돼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참선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기획했습니다. 굉장하지요.

그럼 선의 문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까요. 모두 6가지 길로 안내합니다.
1. 지식이 아닌 체험입니다. 바로 본질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존재의 본질인 완전성을 드러냅니다.
2. 직지인심. 경허스님의 고삐 뚫을 구멍이 없어야 한다는 말로 온 천지가 집입니다. 괴로운 마음을 찾아도 꺼내지 못하는 신광이 불현듯 혜가스님으로 태어납니다. 죄업을 보여주지 못하는 승찬 스님이 깨닫습니다. 과거, 미래, 현재도 모르는 덕산스님이 촛불이 꺼져 어두운 밤중에 깨닫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무너질 수 없는 진리의 토대와 같아서 활의 활대와 같고
조사의 가르침은 진리를 곧바로 깨닫게 하는 직접적 가르침이라서 활의 시위와 같다.
81p, 서산대사
‘諸佛은 說弓하고 祖師는 說絃하시니‘의 8글자일텐데 기막히게 번역했습니다.

3. 공안, 화두. 손가락, 사과 비유, 물 한컵의 비유로 절절하게 설명합니다. 문제는 본질이지요, 체험이지요.
4. 조사선, 간화선. 아는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든지 공부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5. 선 수행과 업장 소멸. 마음 한번 돌이키면 바싹 마른 풀이 불에 타서 사라지는 것처럼 남김없이 사라진답니다. 거참. 비유가 멋집니다.
6. 선 수행의 공덕 : 소제목이 ‘수행의‘ 공덕이라길래 수행을 하면 공덕이 쌓이나보다 헀는데 아닙니다. 수행과 공덕을 같이 쌓는 것입니다. 수행이 공덕이 되고, 공덕이 수행이 됩니다. 좋네요.

드디어 본격적으로 공안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시작부터 조주무자 공안이 나옵니다. 깜깜한 이야기인데, 그걸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설명을 합니다.

수행자가 공안을 접했을 때는 두 가지 중 하나를 경험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공안의 뜻이 무엇인지를 단박에 깨닫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공안의 뜻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것입니다. 이때 수행자는 깜깜하게 모를 뿐 어떤 생각도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117p, 공안의 결택.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지요. 모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줄건지 기대됩니다.

착실한 수행법으로 안내합니다. 먼저 공안을 적거나 출력하여 하루 3번 읽고 생각하라고 합니다. 이것을 백일 해보면 뭔가 생각이 정리될 것같습니다. 두번째는 수식관 명상입니다. 50분을 하라고 하길래 안되겠구나 포기하려는데 슬쩍 하루 5분이라도 시작해보라고 합니다. 50분은 어렵겠지만 5분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숫자를 세는 방법과 앉는 자세가 친절합니다. 또 슬쩍 덧붙여 아침, 저녁으로 해보라고 합니다.

거기에 한참 나아가 예비수행 (아직 저는 예비수행도 안갔습니다), 간화선의 원리, 본수행, 깨달음 이후 중도의 삶, 당부, 맺는 말, 부록까지 공안도 한참 해야 하는데 수행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선문답이 뜬구름잡는 이야기인줄로만 생각했는데 이리도 할 말이 많은 부분일 줄이야 전혀 몰랐습니다. 참으로 좋은 책입니다. 책을 낸 민족사는 좋은 책을 많이 펴내는 곳입니다. 저 학교다니던 90년대에도 불교 관련 서적들을 많이 내는 걸로 유명했는데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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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길을 묻다 -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에게
마쓰시타 고노스케 지음, 김정환 옮김, PHP종합연구소 기획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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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길을 묻다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에게
마쓰시타 고노스케, PHP종합연구소, 김정환 (옮긴이) 리드리드출판 2025-04-30

1장 ‘열정‘
사장은 열정에서 직원 누구보다 최고여야 합니다. 성공학에서 보통 나 예전에 찌질했어, 청소부였어, 뚱뚱했어 마케팅을 하지요. 이 책에도 비슷한 말이 나옵니다.

저는 전쟁 때문에 재산을 한순간에 모두 잃은 적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막대한 개인 부채까지 집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죽은 사람보다는
낫고 총에 맞아 죽은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고 여겼습니다.
26-27p. 1장 열정, 마쓰시다 기노스케
같은 밑바닥인데 보통의 성공학과 어감이 다릅니다. 말의 느낌은 비슷해도 힘이 다릅니다.

열정이 부족하면 직원들은 일하지 않습니다.
어떤 상황에도 경영 의욕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버리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결정은 내가 하지만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
등 술술 읽어서는 안되고 소리내어 (그것도 큰소리로) 따라 말하게 되는 글들입니다. 이걸 어딘가의 강연장에서 들으면 등줄기에 땀이 날 것만 같습니다.

2장은 각오입니다.
끊임없이 자문자답하며 스스로 중심을 잡아라.
자기반성이 없이는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지도자나 사장이란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언제나 목숨을 걸고 책임을 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57p, 2장. 각오
선문답에서 매일 깨어있으라는 알아차림과 비슷합니다. 기술 이전에, 사명 이전에,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합니다. ˝정신 차려, 똑바로 해야 해,˝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보라고 합니다. 인생이라는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 머릿 속에 확실한 중심이 만들어집니다.
장사에 대한 원칙도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바로 뒤에 돈을 버는 방법도 나옵니다) 이쪽에서는 없어 곤란하고 저쪽에서는 남아돌 때 균형을 잡도록 돕는 것이 장사입니다. 사람들에게 좀 더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 주는 일로 신이 하는 것같이 성스럽고 격조 높은 일입니다.

3장은 신념입니다. 믿음과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적정하지 못한 가격으로 내린다면 모두의 노력을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직원들의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한 것이 힘을 줍니다. 이거참, 대단한 마음입니다.

경영자는 항상 나아갈 방향을 가리켜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호소해야 합니다. 호소를 하지 않으면 노화 현상이 일어납니다.
원칙적으로 볼 때 가만히 있으면 노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려면 행동해야 합니다. 즉 노화를 일으키지 말자고 호소하는 것입니다. 경영자는 그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104p, 지속적으로 목표를 부여하고 있는가.

열정, 각오, 신념 다음에는 무엇이 나올까요. 4장은 ‘순수‘입니다. 특별한 제목입니다.
욕심, 명예, 평판, 비웃음, 잡음에 마음이 기울면 안됩니다. 다만 잡음은 구분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무작정 정직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올바른 길이 보입니다.
올바른 것을 판별하고 상대방을 잘 설득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경영이든 정치든 원래 정직해야 합니다. 제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는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을 키우는 것입니다. 순수한 마음이 되면 참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참모습이 보이면 어떤 것이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습니다.
127p, 순수한 마음으로 판별한다.
평소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말년에 (1979년, 86세) 마쓰시타정경숙을 세울 수가 있나봅니다. 하지만 순수한 마음, 사심없는 마음으로 어떻게 회사를 키워나갈 수 있을까요.

그래서 5장에서 신뢰를 이야기합니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화를 낼 정도의 기개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신뢰를 얻으려면 성심성의껏 상대를 대하고, 그 사람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거기에 자신의 사업이 회사의 것인지, 사회의 것인지, 거래처의 것인지 생각해봅니다.
단골손님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파는 쪽)의 만족도 필요하지만, 상대(사는 쪽)의 만족도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계약에 서로 만족하는 거래가 있어야 성공으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마지막 6장은 비약입니다. 경영을 통해 어디로 갈 것인가, 보이는 것 너머를 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봐야 합니다. ˝세금을 줄이는 데에 머리를 쓰면 켕기는 구석이 생겨 좋은 지혜가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캬. 멋집니다. 너무 많이 벌면 이런 고민을 안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이런 잔머리를 생각안하니 성장과 확장의 길만 보이는 걸까요.

가만히 읽어보면 글이 짧고 핵심만 담았습니다. 주로 수업에서 질문이 들어오면 대답을 해주는 방식인데, 그 대답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러니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 회사가 문제없이 굴러가고 손을 놓은 이후에도 20년은 더 진행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만든 ‘마쓰시타 정경숙‘이 무얼 하는 곳인가 찾아봤더니 새벽6시 기상하여 청소를 하고, 100km 행군을 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군대 행군과 다른 보람이 있는걸까요.

처음 읽을 때는 글이 산만합니다. 같은 느낌이 반복되는 것같기도 하고, 너무 바른 소리만 하는 옛날 사람같아 답답합니다. 다시 모두 6장의 구성을 하나씩 나눠서 굵은 글자만 읽어보니 편집자의 의도가 이해됩니다. 열정, 각오, 신념, 순수, 신뢰, 비약으로 바른 방향으로 전진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편집했구나를 이해하게 됩니다.
저자의 강연과 인터뷰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주제에 맞춰 정리한 것입니다. 좋은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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