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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길입니다 - 친절한 화두 명상 지침서
김준영 지음 / 민족사 / 2025년 4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당신이 길입니다
친절한 화두 명상 지침서
김준영 (지은이) 민족사 2025-04-21
참선, 공안은 참으로 어려운 세계입니다. 조금 접하거나 아예 모르거나 똑같습니다. 무언가 알 것같이 보이지만 정작 들어가면 전혀 모를 세계입니다. 본래면목, 청녀이혼, 불매인과... 아! 하고 감탄을 하게 되지만 정작 무슨 말인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면 아무 말도 안나오는 희안한 분야입니다. 영이거나 깨달아서 백이 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경계에서 항상 길을 잃어버립니다.
말과 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하는데, 과연 일반인을 위한 책이 나올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나온다고 해도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데 저자 김준영 선생은 스승님의 조언에 따라 ‘모든 분이 읽을만하고, 중학생 정도만 돼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참선을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기획했습니다. 굉장하지요.
그럼 선의 문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까요. 모두 6가지 길로 안내합니다.
1. 지식이 아닌 체험입니다. 바로 본질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존재의 본질인 완전성을 드러냅니다.
2. 직지인심. 경허스님의 고삐 뚫을 구멍이 없어야 한다는 말로 온 천지가 집입니다. 괴로운 마음을 찾아도 꺼내지 못하는 신광이 불현듯 혜가스님으로 태어납니다. 죄업을 보여주지 못하는 승찬 스님이 깨닫습니다. 과거, 미래, 현재도 모르는 덕산스님이 촛불이 꺼져 어두운 밤중에 깨닫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무너질 수 없는 진리의 토대와 같아서 활의 활대와 같고
조사의 가르침은 진리를 곧바로 깨닫게 하는 직접적 가르침이라서 활의 시위와 같다.
81p, 서산대사
‘諸佛은 說弓하고 祖師는 說絃하시니‘의 8글자일텐데 기막히게 번역했습니다.
3. 공안, 화두. 손가락, 사과 비유, 물 한컵의 비유로 절절하게 설명합니다. 문제는 본질이지요, 체험이지요.
4. 조사선, 간화선. 아는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든지 공부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5. 선 수행과 업장 소멸. 마음 한번 돌이키면 바싹 마른 풀이 불에 타서 사라지는 것처럼 남김없이 사라진답니다. 거참. 비유가 멋집니다.
6. 선 수행의 공덕 : 소제목이 ‘수행의‘ 공덕이라길래 수행을 하면 공덕이 쌓이나보다 헀는데 아닙니다. 수행과 공덕을 같이 쌓는 것입니다. 수행이 공덕이 되고, 공덕이 수행이 됩니다. 좋네요.
드디어 본격적으로 공안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시작부터 조주무자 공안이 나옵니다. 깜깜한 이야기인데, 그걸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설명을 합니다.
수행자가 공안을 접했을 때는 두 가지 중 하나를 경험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공안의 뜻이 무엇인지를 단박에 깨닫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공안의 뜻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것입니다. 이때 수행자는 깜깜하게 모를 뿐 어떤 생각도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117p, 공안의 결택.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지요. 모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줄건지 기대됩니다.
착실한 수행법으로 안내합니다. 먼저 공안을 적거나 출력하여 하루 3번 읽고 생각하라고 합니다. 이것을 백일 해보면 뭔가 생각이 정리될 것같습니다. 두번째는 수식관 명상입니다. 50분을 하라고 하길래 안되겠구나 포기하려는데 슬쩍 하루 5분이라도 시작해보라고 합니다. 50분은 어렵겠지만 5분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숫자를 세는 방법과 앉는 자세가 친절합니다. 또 슬쩍 덧붙여 아침, 저녁으로 해보라고 합니다.
거기에 한참 나아가 예비수행 (아직 저는 예비수행도 안갔습니다), 간화선의 원리, 본수행, 깨달음 이후 중도의 삶, 당부, 맺는 말, 부록까지 공안도 한참 해야 하는데 수행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선문답이 뜬구름잡는 이야기인줄로만 생각했는데 이리도 할 말이 많은 부분일 줄이야 전혀 몰랐습니다. 참으로 좋은 책입니다. 책을 낸 민족사는 좋은 책을 많이 펴내는 곳입니다. 저 학교다니던 90년대에도 불교 관련 서적들을 많이 내는 걸로 유명했는데 여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