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전 시집 : 진달래꽃, 초혼 -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
김소월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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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김소월 전 시집 : 진달래꽃, 초혼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
김소월 (지은이) 스타북스 2025-05-15

김소월 선생의 시는 진달래꽃밖에 모릅니다. (교과서가 위대한거죠) 이 책의 제목에서 초혼도 같은 급이라고 홍보하는 것같아 내심 기대합니다.

편하게 읽어나가는데 시들이 참 좋습니다. 한편 한편 너무 쉽게 읽힙니다. 우리 말, 우리 단어들이 이렇게 어감이 좋은지 몰랐습니다. 그냥 단어의 조합인건데 보통의 연결이 아닙니다.
불과 서너줄만 읽어도 깊고 깊은 세계를 떠돌게 만들어 줍니다. 마치 수백 페이지, 영화 한편을 시 네 줄로 압축한 듯한 기분마저 듭니다.
한페이지로 이렇게 멀리까지 가게 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니 詩라는 것이 대단한 분야입니다. 절로 시집의 세계에 빠질 것만 같습니다.

진달래꽃 한 편 가지고도 수없이 많은 참고서의 해석이 붙어있지요. 전 시집을 읽으면서 계속 놀라워한 부분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언어로 깊은 감정과 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려운 단어나 복잡한 수사가 없습니다. (가끔 옛날 단어가 있기는 합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둥둥 떠돌고 끄덕거리고 긍정하게 합니다.

꿈길
물구슬의 봄 새벽 아득한길
하늘이며 들 사이에 넓은 숲
젖은 향기 불긋한 잎 위의 길
실그물의 바람 비쳐 젖은 숲
나는 걸어가노라 이러한 길
밤저녁의 그늘진 그대의 꿈
혼들리는 다리 위 무지개 길
바람조차 가을 봄 걷히는 꿈
163p,
저는 이런 문장에서 떠오르는 장면들이 좋습니다. 어딘가의 낯선 세계가 떠오르고 그곳이 길인지, 숲인지 알 수가 없지요.

그러나 중간 정도 가니 힘이 듭니다. 보통의 시집은 몇십여편의 얇은 책자여서 슬슬 넘어가다가 감동적인 대목이 나오면 표시하고 지나갑니다. 하지만 전 시집이라는 강렬한 제목과 적지 않은 분량에 책이 점점 무거워집니다. (하드커버로 나온 것도 한몫 합니다. 실제로 무겁습니다. 그래도 종이책은 하드커버가 제맛이지요) 짧은 기간에 전부 읽느라고 힘들었는데 하루에 한두편씩 읽어나가면 좋겠습니다. 필사해보는 것도 좋을 것같습니다.

쉬운 단어들로 구성된 시들인데 언어의 광활함과 세밀함으로 깊이 잠기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에 담긴 세계는 우주일까요, 바다 속으로 한없이 펼쳐집니다.

한식
가지가지 우뚝한 높은 나무에
까마귀와 까치는 울고 짖을 때
이월에도 청명에 한식날이라
들려오는 곡소리 오 오 곡소리
거친 벌이는 벌에 부는 바람에
종이돈은 흩어져 떠다니는 곳
무더기 또 무더기 널린 무덤에
푸룻푸룻 봄풀만 돋아나누나
352p, 한시 번역도 굉장합니다. 저런 느낌이었을까 원문을 찾아보니 전혀 다릅니다. 번역을 하면서 새롭게 창조해낸겁니다.
烏啼鵲噪昏喬木 오제작조혼교목
清明寒食誰家哭 청명한식수가곡
風吹曠野紙錢飛 풍취광야지전비
古墓壘壘春草綠 고묘루루춘초록

이런 작품들을 이미 24세에 쓰셨네요. 백년전의 20대는 다른걸까요. 김소월 선생이 유독 천재인거겠죠.

이렇게 김소월 전시집을 읽고 매일 한편을 읽어야겠다는 새로운 습관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하루 1권 읽기, 하루 3배 하기, 하루 1시간 운동... 24시간이 점점 짧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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