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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그의 글 - 사료와 함께 읽는 평전
김범 지음 / 테오리아 / 2020년 4월
평점 :
사람과 그의 글! 진짜 좋은 책입니다. 이런 책이 진작에(2020년) 출간되었는데 모르고 있다가 다시 소개되어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 속 인물들이 하나씩 등장합니다. 그의 전기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그들이 직접 남긴 문장이나 혹은 다른 사람의 평가글을 통해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간략하다는 것은 종이로 대략 10여 페이지로 분량이 적은 것인데 쓸데없이 늘리지 않고 저자 김범 선생이 본 사람의 핵심이 들어있습니다. 농축된 내용이라 한편만 읽어도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양녕대군의 1차 반성문은 기막힌 문장입니다. 너무 감동적이라 몇번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하늘에 맹세했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아이 때의 습성이 그래도 남아있어 소인의 꾐에 빠져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유혹에 빠져 마침내 하늘과 아버지와 임금을 속이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반성하지 않았으니 신의 죄를 생각하면 용납될 곳이 없습니다.
스스로 지은 죄는 벗어날 길이 없다‘는 옛 사람의 말은 신을 두고 한 말입니다. 몸을 때리며 반성하고 버려져도 만족해야지 감히 한 마디 말이라도 해서 스스로 새로워질 도리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29p,
변계량 선생이 대신 썼다고 되어있길래 도대체 이걸 누가 이야기했을까 궁금해서 그 대목을 찾아보니 실록에 그렇게 쓰여있습니다. 그 시대의 사관들도 이 말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했었나봅니다.
어떤 사람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의 글을 읽고 주변이나 당시 사람들의 생각를 보고 후대의 평가까지 봐야합니다.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그걸 이 책에서 했습니다. 사람을 이해하는 좋은 생각입니다.
양녕대군은 세자 신분에서 폐위된 비운의 인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8년동안 세자 자리에 있다가 물러났습니다. 스승 변계량이 대신 써준 반성문은 대단한 문장이지만, 직접 쓴 상소문은 일반인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항의와 변명의 글입니다. 어디 감히 이런 문장을 올리나 하지만 아들이라 죽이지 않습니다. 노회한 재상의 명문장과 절은 문장을 대조하며 읽으니 양녕에 대해 입체적인 인물이 그려집니다.
유자광은 평소에 탐탁지 않게 생각했는데 유몽인의 글을 보니 그렇게까지 비겁한(?) 사람은 아니구나 생각이 듭니다. 남곤과 유몽인의 평가가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한 사람을 놓고 이렇게나 다르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점필재가 억울하게 유자광에게 모함을 당한 거라 알고 있었는데, 사실 유자광이 쓴 현판을 점필재가 부숴버렸습니다. 인과가 무섭습니다.
윤원형은 당시 권력을 전횡한 사람인데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그의 글‘에 율곡 이이의 탄핵상소문이 나옵니다. 이것도 명문입니다.
정여립은 평가가 너무 극단적이라 어떻게 이야기할까 했더니 그런 사실과 함께 상당히 객관적으로 설명합니다. ‘그의 글‘로 신채호 선생의 평가로 보여줍니다. (이런 전개가 마음에 듭니다. 읽어가면서 이 사람에 대한 글은 무엇이 나오려나 기대되게 합니다)
성웅 이순신의 난중일기에서 점괘 뽑은 일만 재미있게 읽었는데 감옥에서 풀려났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일기를 가져옵니다. 대단한 안목입니다.
비가 크게 퍼부었다. 남쪽으로 떠날 일도 급박했다. 부르짖어 통곡하며 어서 죽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113p, 이순신, 난중일기, 4월19일
홍의장군 곽재우는 집안의 재산을 내어 의병활동을 했습니다. 못된 선조는 공로를 알지도 못합니다. 광해군 때 조금 인정받았지만 미약합니다. 어떤 평가글이 나오려나 봤는데 의외로 김덕령 장군에게 보낸 편지글입니다. 아아. 편지도 명문장입니다. ‘하늘이 재난을 내린 것을 후회하는 마음으로 말없이 돕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눈물이 납니다.
안용복의 나라땅을 지키는 노력을 무시하는 당대의 일은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남구만, 이익, 박정희, 이은상의 평가로 조금 위안을 받습니다.
이 책에 모두 22인의 일생과 업적, 그에 대한 글이 들어있습니다.
알고 있던 사람들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어설프게 알던 사람들은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전혀 몰랐던 사람들을 새로 알려줘서 배우게 됩니다.
어떤 인물은 이 세가지 모두 해당합니다. 올해 들어 제일 배움이 믾은 독서였습니다.
본 서평은 부흥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36108?tc=shared_link) 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