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이 책은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서 간추려 뽑아 번역한 산문집이다. 사실 선비 이덕무에 대해 많은 지식이 없었던지라 일단은 단순히 책의 제목만을 보고 이덕무라는 인물을 떠올려야 했다. 사람들이 그를 보고 책에 미친 바보라 불렀을 정도니 그가 얼마나 책을 좋아하고, 읽었을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책의 처음은 이덕무가 자신에 대해 써내려간 글들이 실려 있다. 책의 중간중간 편역자의 해설도 있어서 읽는데 크게 불편하거나 어렵지는 않았다.
 다음 장에는 이덕무의 독서 감상문 몇 편이 실려 있다. 그가 쓴 서평들을 읽어보면, 그가 어떤 사람이었겠구나 대충은 생각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덕무는 굉장히 청렴한 선비의 정신을 지녔던 사람인 것 같다.)
 다음 장에는 그가 그의 지기들에게 보냈던 편지들이 실려 있고, 그가 생각하는 군자와 선비의 도리에 대한 글들도 실려 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장에는 '선귤당농소'와 '이목구심서'에서 간추려 뽑은 청언소품과 이덕무의 대표적인 소품문을 모아놓았다. 그래서 이 장에서는 그의 섬세하면서도 일상의 여유가 담겨있는 필치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었다.

반딧불의 희미한 빛과 마소의 발자국에 고인 물방울 정도의 문장을 가지고 어찌 자기 분수도 모르고 방자하고 교만하게 굴 것이며, 스스로 자랑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스스로 뽐내면서도 겸손할 줄 모르고 "내 이전에 이미 나만 한 사람이 없었는데 내 이후에 어찌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 책에 미친 바보 中, 88p -

 그는 평생 읽은 책이 2만 권이 넘고, 스스로 베껴둔 책만 해도 수백 권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도 위에서처럼, 자신을 남 앞에서 뽐내기 보다는 아이들이 타고난 천성에 따라 노는 것처럼 문장을 좋아하고, 순수하고 참되기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처녀들처럼 자신이 쓴 문장들을 부끄러워하며 감췄다하니 그가 어떤 됨됨이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인물에 대해 알게되어 즐거웠다.

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

샬럿 브론테의 비밀 일기
시리 제임스 지음, 노은정 옮김 / 좋은생각 / 2011년 4월

이 책을 쓴 작가는 정말이지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샬럿 브론테가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몇 편의 편지들을 가지고, 600페이지 정도의 스토리를 만들어내었다는게 신기할따름이다. 거기다 흡입력있는 빠른 스토리 전개는 읽는 내내 독자로 하여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기본적으로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부족한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나가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책을 읽는 동안은 샬럿 브론테가 나에게 그녀의 비밀 일기 내용을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고, 책을 다 읽고나서는 내가 샬럿 브론테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은 더 깊이 알게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그녀의 작품들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책에는 샬럿 브론테의 전체적인 삶을 다뤘다기보다는 그녀가 글을 쓰는 데 영향을 받았던 사건들이나 당시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동생들과 책을 내어 여성작가가 된 이야기, 그녀의 가족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다.

샬럿 브론테가 자신의 아픈 감정들을 글로 써내려갈 때는 나도 함께 아파했고, 그녀가 비록 남자이름으로 바꿔 제인에어를 출판했지만 신문에 좋은 평판이 실렸을 때는 괜시리 흐뭇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를 가까이서 지켜봐오고 열렬히 사랑했지만 샬럿 브론테의 때 이른 죽음으로 아쉽게 끝나버린 사랑이야기에서는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
샬럿 브론테는 자신의 일과 사랑 모두에 충실했던 그 시대의 깨어있는 여성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그녀의 동생들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제인에어나 폭풍의 언덕보다도 더 멋진 작품들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불길 속으로 사라져버린 그 작품들은 과연 어떤 내용이었을까.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우리의 상상력에서 샘솟아 나온 작품들을 종이에 찍힌 작은 잉크 자국들을 통해서 읽고 있다고 생각해 봐! 우리가 지어낸 생각과 이미지가 우리 마음에서 그들 마음으로 전해진다고 생각해 봐! 사람들이 내 작품들을 읽으면서 내가 글을 쓸 때 느꼈던 기쁨을 일부만이라도 느낀다면 그만한 보상이 어딨겠어?" -p. 165-

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

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 - 알기 쉽게 풀어쓴 ㅣ 알기 쉽게 풀어쓴 동양철학 시리즈 1
왕융하오 지음,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3월

얼마전에 장자의 사상을 만화로 풀어 쓴 책이 있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만화로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알기 쉽게 풀어쓴 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
아무리 쉽게 풀어쓴다고 해도 분명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나올테지만,
일단은 이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장자나 노자의 사상은 무위자연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솔직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과 얼마나 깊은 소통이 가능할지 궁금했다.
요즘은 사람들이 느긋함보다는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더 추구하고,
무슨 일이든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가기 때문에
자연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노자의 사상을 우리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형나라에 사는 어떤 이가 활 하나를 잃어버렸는데 전혀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으니,
"형나라 사람이 잃어버렸으니 형나라 사람이 줍겠지요.
어차피 같은 형나라 사람인데 굳이 찾을 필요가 있겠습니까?"하였다.
공자는 이 말에서 '형나라'란 말만 없으면 좋겠다 말했고,
노자는 공자의 말에서 '사람'이란 말만 없으면 더 좋겠다 말했다. - p.17 -

위는 공자와 노자의 사상을 확실히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이렇게 여러 일화들과 노자의 사상들을 세세히 담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물론 주석이 다 되어있고 한자도 그렇게 많이 나오는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한자에 친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 책을 접하게되면 약간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현대인들이 노자의 사상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이 책은 우리가 만들어낸 어떤 틀에 의해 답답함을 느끼고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 - 빛나는 20대, 너의 눈부신 꿈을 이루기 위한 청춘지침서
이지성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2월

얼마 전에 학교로부터 우편물을 받은 기억이 난다. 내용은 대충 이랬다.
‘학생들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저희 학교는 작년과 같이 등록금을 동결하게…….’
그리고 어제 저녁, 비싼 등록금 때문에 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내용의 뉴스를 보았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20대. 자신의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도전하고, 부딪혀야 하는 학생들이 점점 꿈을 잃고 있다. 그리고는 부모님의 기대에 맞춰 살거나 안전만을 추구하다 결국은 권태에 빠져 20대의 특권마저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사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누군가 대학등록금 인상 반대를 위해 삭발 투쟁을 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릴 때, 너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아직도 외모만 믿고 누군가에게 기대어 살 생각만 하고 있냐고, 서른 이후는 생각해 보았냐고.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끝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줄 꿈은 꾸고 있냐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부끄러움을 느꼈다.
20대의 터널을 지나고 있으면서도 난 내 꿈에 대해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다가갈 생각은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우리가 흔히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실제 인터뷰 내용도 실려 있어서 좀 더 흥미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여느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책 속에 있는 말들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오빠가 나를 위해 들려주는 진심 어린 충고들 같아서 읽으면서도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20대가 지나기 전에 이 책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저자가 말했듯이, 나를 포함해 모든 20대가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잠깐 멈춤

잠깐 멈춤
고도원 지음, 김성신 그림 / 해냄 / 2010년 12월

항시 '빨리빨리'를 외치던 나에게 저자는 '잠깐 멈춰보는 건 어때?'하고 물어온다.
갑작스레 질문을 받은 나는 잠시 어리둥절해지지만, 그런 질문을 던져준 이에게 곧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왜냐하면 내가 정말로 듣고 싶었던 말이었으니까.

남들보다 조금 더 앞서가기위해 항상 마음 졸이고, 경쟁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2010년 한해를 정리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내게 남은 건 뭐지?'하고.
얼마 전에 뉴스에서 황당한 스포츠 장면을 보여준 적이 있다.
1등으로 달리던 선수가 너무 달리는 데에만 집중하다가 그만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버린 것이다.
조금만 주위를 살폈더라면 좋았을텐데.

책은 말한다. 잠깐 멈춰보는게 어떻냐고. 멈춰서 주위를 한번 살펴보라고.
누구나 자신이 세운 목표와 꿈을 향해 달리기를 한다.
그 과정에서 먼저 도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늦게 도착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내가 수없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끝까지 달릴 수 있는 목표가 있다는게 더 중요하지.
책은 말한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감사하게 될 것이라고.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받아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이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지 알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는 평균 2천 번은 넘어지고 나서야 걸음마를 익힌다고 한다.
우리는 걷기 위해 2천 번을 넘어졌던 사람들이다.
2천 번을 넘어졌던 어린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당당하게 걸을 수 있는 오늘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한두 번 넘어졌다고 낙심할 필요가 없다.  

                              - 잠깐 멈춤, p62 아이는 2천 번 넘어져야 걸음마를 배운다 中 -  

나는 이 책을 마음 속 브레이크가 고장난 사람들에게 추천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