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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의 이야기
헤르만 헤세 지음, 김재혁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3년 1월
평점 :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청소년 필독도서이자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읽어 본, 혹은 들어 본 낯익은 책일 것이다. 나 역시 '데미안'이란 책에 대해 귀로만 들었을 뿐, 늘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이렇게 기회가 왔다.
헤르만 헤세의 글과 문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데미안'을 읽기 전부터, 또 얼마나 마음을 흔드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울림이 전해질지 기대가 됐다. 그리고 역시나 책을 읽으면서 '조금 더 빨리 이 책을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는 에밀 싱클레어가 나온다. 싱클레어가 유년시절을 회상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친구들에게 으스대기 위해 거짓말을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싱클레어 역시 같은 이유로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크로머가 그 거짓말을 이용해 싱클레어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싱클레어의 안정적이고 아름다웠던 세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싱클레어는 막스 데미안을 만나 그의 도움으로 크로머에게서 벗어나게 된다. 데미안을 통해 싱클레어는 생각하게 되고, 내적 성장을 한다. 물론 성장통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때론 너무 고독해서 무리 속으로 숨으려 발버둥을 치기도 하지만 이내 카인의 표식을 지닌 안내자를 만나 더 깊이 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 하나를 부수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p.128
행복한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일어난 전쟁 때문에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전쟁터로 나가게 된다. 헤르만 헤세는 전쟁터의 사람들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싱클레어가 마침내 그 안의 그를 보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누구나 주인공 싱클레어처럼 성장통을 겪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음 속 소리에 따라 살고자 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또는 교수나 판사, 의사나 예술가가 되려면 그게 얼마나 걸리며 그 일을 하는 게 어떤 장점이 있는지(p.134) 정확히 아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솔직히 '데미안'을 읽으며 그 내용을 100% 다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 책이 마음에 와 닿는 건 우리가 한 번쯤은 겪었던, 그리고 겪고 있는 내적 고민과 삶의 철학들이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이 청소년 필독도서이지만, 오히려 나는 고독이 두려워 무리 속에 숨어 있는 카인의 표식을 지닌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