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즈음 숙소에서 나와 거리를 걸으며 도시의 조명이 하나둘 꺼지는 순간을지켜보는 게 그때의 내 유일한 낙이었다. 빛의 도시 서울이 폐점하듯 컴컴해지는 순간이 좋았다. 아니, 내가 그때 숨죽이며지켜봤던 건 완전한 어둠이 아니라, 편의점과 24시간 운영되는 식당과 깜빡이는 신호등에서 보내오는 꺼지지 않는 불빛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깊은 새벽이어도 불 켜진 창문들이 꼭 몇 개씩 남아 있던 빌딩은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 천막을 뒤집어쓴 거대한 발광성 생명체처럼 보였고, 빌딩 옥상의멀티비전에서는 음소거된 상태로 환하게 웃는 미인들이 클로즈업됐다. 내게 말을 거는 듯했던 고요한 빛의 수런거림, 나는 바로 그 수런거림을 듣기 위해 자정마다 아무도 몰래 숙소를 나와 무작정 걸었던 것이다.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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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한보상은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 순간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만인 것을 눈치 보지 않고 표현하는 것,
왜 버렸고 왜 다시 찾지 않았느냐고 아픈 마음을 숨기지 않은채 물어보는 것……. 혹시라도 생모나 기관사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런 것이 하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망상이었다.
생모나 기관사를 찾기에는 내가 갖고 있는 그들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거나 미비하다는 걸 알면서도 기대한 대가였다.
그들과의 만남이 결국 손에 닿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 나는 더더욱 외로움에 매몰됐다. 외로움의 끝은 무력감이었다.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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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이 중요한 사법통역...
틈틈히 보고 준비하려는데, 역시나 많이 생소하다..
의료통역은 경험이 있어서 완전 낯설지는 않았는데~^^;
차근차근 살펴봐야겠다~~^^

통역은 최대한 무미건조하게 진술 내용 그대로를 통역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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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눈칫밥을 먹으며 애정과 관심에 굶주리게 될 것이다. 세상에보호해줄 어른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하고 허기지게 만드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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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1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3 골든아워 1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그곳에서 탄을 캐고, 캐낸 탄으로 돈을 벌었으며, 그 돈으로 가족들이 먹고살았다. 나는 그들이 대단해보였다. 일자리가 없다고 주저앉지 않았다. 험하고 고된 일이라도하는 쪽을 택했다. 나는 어떻게든 출구를 열어가며 돌파해내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자세를 존중했다.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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