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애를 쓰고 힘을 들여살아가야 한다. 삶의 작은 순간을 수집한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단단하게 기르는 일이다. - P26
새벽에 일어나 어스푸레한 빛으로 캄캄한 기분을 밀어내며 글을 쓰는 건 어떤 기분일까. 출근 시간이 다 되어 억지로 끝낼 필요가 없다면 나는 어떤 글을 쓰게 될까. 누구와도말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후 집에 돌아와 쓰는 글은 어떤 모양일까. 상상의 끝엔 언제나 사진 속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 나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미리 살아보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나는고요했고, 또렷했고, 그건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결단했다. - P15
"준비될 때까지 삶을 미룰 수는 없다. 삶은우리의 코앞에서 발사된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 해. 그러면 죽기 직전에 인스타그램에서 ‘하트‘를 몇개 받았는지 쳐다보며 누워 있게 될 거야. 나는 차에 올라탔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다. - P36
계획 없이 떠난 캠핑 여행은 언제나 불안하지만, 온전히 지금에만 집중할 수 있다. 먹고 자고 양말의 색을 고르는 일이 하루의 전부가 되는 것.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고 나면 잔챙이 같던잡생각이 싹 사라진다. 내일의 불안함을 미리 당겨오지 않고, 오늘 주어진 것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 좋다. 그저 하나의 생각만으로 시간을 채울 수 있는 게 여행이 주는 기쁨 아닐까. - P50
여행하면서 알게 됐다.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할 수 있으려면돈이 든다는 사실을. 입장료를 지불하고 여행 경비를 내고, 시간과 돈을 쓰면서 말이다.지금껏 나의 취향을 지켜준 얼굴들이 스쳐갔다. 어릴 적고모가 우리에게 사줬던 해리포터 책값, 거기에 함께 읽으면 좋을거라며 넣어준 초등학생 필독서들, 그리고 같이 먹으라고 사준간식들까지. 그때는 어려서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비로소 보였다. - P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