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 병이 망칠 수 없는 내 일상의 웃음에 대하여
신채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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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나이는 17살. 한창 공부에 올인해서 살아야 할 나이에 100만명 중 2명 꼴의 '타카야수동맥염' 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심한 두통으로 여러 병이 의심되었지만 그 후로 조금씩 나아졌고, 중 1 때는 무릎 양쪽에 번갈아 대상포진에 걸렸고, 중 2 때는 수영 후 한걸음도 떼기 힘들 정도로 극도의 신체적 피로감을 느꼈다. 그리고 중 3때 두시간씩 코피가 쏟아졌고 심장비대, 소변검사 수치 이상 등의 증상을 보이면서 이 병의 진단을 받게 된다.

 

다 큰 어른도 이런 육체적인 고통을 겪고 난치병 진단을 받게 되면 쉽게 무너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끊이지 않을텐데, 10대의 저자는 정말로 강하다.

물론 그렇게 강한 정신력을 갖게 되기까지는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의 시간을 거쳤을 테지만, 그 고통의 시간만큼 그 또래에 비해 굉장히 성숙하고 단단해진 듯 하다.

 

'안녕 헤이즐' 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주인공만큼 위독하지도 않고, 오랜 기간 앓아온 것도 아니면서 왜 스스로 힘들어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래. 육체적 고통은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고, 오롯이 혼자만 감내해야만 하는 외로운 싸움이지만, 그래서 제 3자가 감히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아무쪼록 지금 상황에서는 그리고 앞으로도 긍정적이고 밝은 내용만 접했으면 좋겠다.

 

병으로 인해 음식에 제한을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인 라면을 맘대로 먹을 수 없기에, 방 안에 컵라면 탑을 쌓는 소녀.

한여름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단지 전기세 뿐만 아니라, 지구와 북극곰을 생각해서 에어콘 사용을 자제하는 기특하고 속이 깊은 소녀.

자신의 상황을 모르고 함부로 말을 내뱉는 사람에게는 관대하지만, 자신의 병을 알고 그럼, 너 인생 망했다고 내뱉는 친구한테는 가차없이 행동하는 씩씩한 소녀이다.

 

저자는 독서를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는데 그래서일까..글을 참 잘 쓴다. 글 속에서 틈틈히 언급하는 책 내용만 봐도 독서수준이 상당함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아픔을 비관하지 않고, 그렇다고 위로를 바라지도 않고, 그저 담담히 현재의 상황을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분명 투병기임에도 회색빛이 느껴지지 않고, 책의 표지처럼 환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렇게 강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또래가 있다고, 동갑내기 조카한테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 한겨레출판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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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즐거운 장례식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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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허풍담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강도가 훨씬 세다. 역시 북극의 파워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처음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뭔가 무척 황당하기도 하고 이야기 속 분위기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는데, 읽다보니 어느 새 스토리에 푹 빠져 너무 흥미롭게 읽힌다. 그리고 실제 일어난 사건 같은 느낌도 든다.

 

< 알렉산드레 > 8월의 어느 무더운 날 헤르베르트의 삶 속에 들어와 그 다음 해 2월 추운 아침 그의 곁을 떠나기까지,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수탉 알렉산드레 이야기. 우리에게 애완동물의 존재 만큼이나, 그에게 있어서 수탉 알렉산드레가 차지하는 존재의 가치는 무척이나 크다.

 

이 소설 속에서는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등장은 하는데 단지 상상 속의 인물이다. < 차가운 처녀 > 는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인데, 또 그만큼 북극에서는 여성을 만날 기회가 적고, 그래서 남성들이 참 순진한 것도 같다.

 

< 즐거운 장례식 >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이다. 추운 북극의 장례문화가 정말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갑작스레 죽은 친구인 얄을 추모하기 위해, 죽은 얄을 썰매 짐칸에 묶어 친구들을 찾아간다. 그리고 모두 죽은 얄에게 한마디씩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그 후, 마련된 장례식 만찬에서부터 그 다음 날 벌어진 사고까지...나는 그 사고가 벌어진 장면에서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는데 나름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제목이 즐거운 장례식이구나 !!!!

 

< 절대 조건 > 북극에 어느 날 들어온 문명. 레우즈라는 인물이 가져온 문명 가운데 하나는 바로 화장실이다. 그 전까지는 그냥 개 한마리 끌고 야외로 나가 볼일을 보곤 했는데, 레우즈가 화장실을 만든 이후 그 문명 시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정말 유쾌하고, 상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치사하게 화장실 하나 가지고 아웅다웅하지만, 일단 문명의 맛을 본 이상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웃긴 상황이 참으로 기발하게 전개된다.

 

< 오스카왕 > 닐스 노인과 할보르는 크리스마스 만찬에 쓰기 위해 돈을 반반씩 내고 돼지 한 마리를 사온다. 그러나 점차 닐스 노인은 이 돼지에 대한 애정이 심해지고, 할보르는 자신을 제끼고 돼지에게만 빠져 사는 닐스 노인에게 서운함, 돼지에 대한 질투심에 불타 오른다.

그리고 급기야는 돼지를 떼어놓을 수 있는 구실을 만들게 되는데..결말이 너무 섬뜩하다.

 

이야기 속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북극만의 특징들이 묻어나는데 이런 요소들은 이 작품만이 지니는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리고, 수탉도 그렇고 돼지도 그렇고 동물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독특할 정도로 상상 이상인 면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19세에 그린란드 탐사에 참여한 후, 북극의 매력에 빠져 그린란드 북동부에서 16년간 살면서 그 곳의 사냥꾼들의 경험담과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글로 적어두었는데, 어느 책장사가 몰래 그 글을 빼돌려 출판업자에게 팔아넘긴 것이 대박을 터트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한 "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사실이야 " 라는 말이 정말 사실인걸까...에이 설마..하면서도 헷갈린다.

아무튼 이 소설은 어른들의 안데르센이 쓴, 어른들의 매력적인 잔혹동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또 어떤 황당하고 유쾌한 사건들이 펼쳐질지...

 

 

 

 

 

 

 

[ 열림원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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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놓인 방 ㅣ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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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 페이지의 얇은 분량. 게다가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이라, 큰 부담없이 읽힐 줄 알았다.

그런데, 페이지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사랑에 대한 소설이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핑크빛 색깔의 사랑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고 나면 뜬금없이, '도대체 사랑이란 뭘까' 라는 사랑의 정의에 대해 생각도 해보게 된다.

 

사랑의 종류에는 참 여러가지가 있고, 대상에 따라 떠오르는 이미지 또한 제각각이기 마련인데, 이 소설에서는 분명 남자와 여자가 등장하고, 그 둘은 육체적 관계까지 가진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성인의 사랑을 이어간다.

그런데, 왜 나는 특히 주인공 남자의 사랑에서 플라토닉 사랑을 떠올리게 되는걸까..

 

그리고, 몇 번의 우연 끝에 남자와 그녀는 동거에 들어가지만 몇 번의 우연한 조우에 비하면 동거는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끝맺게 된다. 남자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소설 속에서는 거의 드러나질 않아, 그녀의 사랑은 과연 사랑이긴 한 거였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사랑하는 남편과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그녀에게는 어떤 종류의 사랑도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일 수도 있다.

그녀의 방 한가운데 놓인, 물이 반쯤 채워진 욕조는 그런 그녀의 상실을 유일하게 채워주고 아픔을 씻어내는 도피처일 수도 있다.

 

시종일관 잔잔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욕조 속에서 출렁이는 물만이 동적인 요소를 느끼게 해준다.

사랑에 관한 철학적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이런 색깔의 소설은 한번쯤 북토크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작가님의 생각 혹은 다른 독자들의 해석을 들어보고 싶어진다.

 

 

 

 

 

 

[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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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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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양의 작품을 쏟아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일단 그 작품의 출간 속도감만으로도 독자의 사랑을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

거기에 더해, 그 많고 많은 작품들이 대부분 평균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기에 추리 미스터리 매니아들은 게이고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읽을 수밖에 없다. 그 마력에서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 소설은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가운데 단연 최고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 가운데 하나이다.

 

이번 소설에서 다루는 주제는 '사형제도' 이다.

나는 평소에 사형제도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었기에, 이 소설에서 던지는 주제에 대해 아주 적극적인 자세로 읽어내려갔다.

우발적 충동이라는 이유로 사형을 면하는 가해자를 보면서, 그리고 그런 판결을 내릴 수 밖에 없게 만들어진 사법제도의 모호한 틀을 보면서 내가 다 억울해 미칠 것 같다.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사건 전으로 되돌릴 방법이 없다.

감옥에 수감된 후 진정한 속죄를 하는 가해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가석방을 위해 갱생하는 척 하는 가해자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이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다시 사회로 나와 적당히 사회에 묻혀 살아가던지, 아니면 사회부적응자로 살아가다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던지..

그 어느 쪽도 피해자 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받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과 스토리는 전혀 별개의 것인듯 싶은데 뒤로 가면서 묘하게 서로의 이야기가 근접하게 되고, 결국에는 그 모든 인물들이 하나의 원점에서 만나게 된다. 피해자의 가족이 강력히 주장하는 사형 판결과, 사형만이 최선의 처벌은 아니라는 대립된 두 입장은 이 소설의 마지막을 읽으면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고, 작가 또한 이 주제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양쪽의 주장이 다 맞는 것 같다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고, 새사람으로 거듭나 진정한 속죄를 하면서 살아가는 경우를 보면서 사형제도 폐지론에 힘을 실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고, 또 나처럼 이 소설에서 보여주는 속죄에 대한 예시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 수 있겠고..

 

역시 나는 게이고의 사회파 미스터리물이 제일 맞는 것 같다.

너무 감성적이거나, 간혹 가벼운 분위기의 게이고 소설도 있는데, 이번 소설이 가지고 있는 묵직함은 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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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길을 잃다
엘리자베스 톰슨 지음, 김영옥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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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자체만으로도 로.맨.틱. 감성이 뿜어져 나오는 "파리".

그래서 이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소설은 언제나 많은 사랑을 받는다.

이번에 하빌리스에서 출간된 '파리에서 길을 잃다' 도 첫 이미지가 너무도 사랑스러운데 언뜻 표지와 제목만 보면 여행 에세이인가 싶기도 하지만, 쟝르 불문하고 무척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를 떠나 런던에서 제인 오스틴 여행투어의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 해나는, 한 해의 마지막 날 갑자기 들이닥친 엄마의 방문이 무척 불편하고 달갑지 않다.

그러나, 엄마의 방문을 통해 증조할머니가 해나와 엄마에게 파리의 아파트를 공동유산으로 남긴 사실을 알게 되고, 바로 이 아파트를 방문하고픈 목적을 가지고 나타난 엄마에게 끌려가다시피 파리를 방문하게 된다.

 

이 두 여인이 파리를 방문해서 유산상속을 처리하면서 증조할머니의 생각지도 못했던 삶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과, 증조할머니가 써 내려간 일기가 번갈아 진행되는 스토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따스함이 묻어나고, 해나와 엄마의 티격태격 감정싸움도 귀엽기만 하다.

조금 제멋대로이고 무책임한 엄마가 살짝 맘에 안들긴 하지만..

 

증조할머니가 살았던 1920년대의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파리의 아파트는 상상만으로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여기에다 헤밍웨이, 피카소 등의 역사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 할머니의 일기장은 마치 '파리에서의 시간여행' 을 하는 느낌도 들고, 영화 ' 미드나잇 인 파리' 가 절로 떠오르기도 한다.

낭만적인 곳에서의 과거로의 여행 !! 정말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얼마나 멋질까..

 

460여 페이지의 분량은 전혀 부담감 없이 술술 익히고, 특히나 이런 분위기의 영미장편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 하빌리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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