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루민
오카베 에쓰 지음, 최현영 옮김 / 리드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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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인간의 본성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미스터리 소설이다.
온라인 모임의 리더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루민이라는 여성의 진짜 모습은 과연 어느 쪽일까?
16명의 인터뷰어를 통해 이 여성의 실체를 파헤쳐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정말 제각각의 루민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 각자가 보고 느낀 모습은 그 자체가 루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말처럼, 한 사람에 대해 절대적인 평가는 사실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는 사람은 한 명인데,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혹은 증오하는 단계까지? 그런 사람은 제발 없기를 바라지만..)도 있게 마련인데, 내가 무의식중에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였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나의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판단할수도..
내가 생각하는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상대방이 평가하고 느끼는 나는 내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나도 내 자신을 모르겠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바로 이런 부분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재미를 마주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기애성 성격장애' 라는 정신질환에 관해서이다.
자신에 대한 과장된 평가,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고, 타인으로부터의 비평을 견디지 못하는 질환인데, 이렇게 거창한 병명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현대인에게 어느 정도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책 안에 이 성격장애에 대한 테스트가 있어서 해보니 나 또한 몇 문항 해당되는데, 내 안에 나도 모르는 이런 본능이 숨겨져 있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 속 루민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평가가 너무도 극과 극인데, 루민이 올린 글을 통해서나 가스라이팅까지 당한 인물이 있을 정도라면 루민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분명 이 성격장애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루민이라는 인물이 악인가 선인가에 대한 결말을 유도하지는 않는다.
이에 대해, 16명의 인터뷰어의 대화를 통한 독자 각자의 판단은 다르겠지만, 이 세상에 유민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할 꺼라는 생각만큼은 일치하지 않을까..
두껍지 않은 분량이라 금새 읽히지만, 인간의 심리와 본능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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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랜포드
엘리자베스 클레그혼 개스켈 지음, 마이너스(Miners) 옮김 / 해밀누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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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2025년 12월은 유독 고전에 빠졌던 한 달이었다.
총 4권 중 2권은 작가명과 작품명조차 생소한 고전이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 크랜포드 > 이다.
'19세기 잉글랜드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라는 책 소개 첫 문구를 보고 단번에 읽고픈 마음이 생겼는데, 알고보니 1972년대와 2000년대에BBC 드라마로도 나왔었고 꽤나 인기있었던 작품이었다.







바로 전에 읽었던 제인 오스틴의 < 이성과 감성 > 의 분위기와 비슷하면서도 이 소설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데, 인물도 다양하고 각 장이 조금씩 이어지는 에피소드식으로 전개된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잉글랜드의 크랜포드라는 가상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과 함께, 마을 여성들간의 연대를 아주 맛깔스럽게 그리고 있다.

처음에는 체면만 중시하고, 질투와 가십거리에만 관심이 많은 중산층 여성들의 이야기인 듯 싶었는데 읽을수록 이 책 어찌나 사랑스럽고 다정한지..게다가 유머스럽기까지 하다.







방문을 받고 답방하기까지 사흘 이상이 걸리면 안되고, 어느 집을 방문하더라도 15분 이상을 넘기면 안되는 등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엄격한 규범을 알 수 있고, 차와 함께 내놓는 새끼손톱만한 설탕 덩어리나 양초를 아끼는 장면 등을 통해 이들이 가장 중시 여기는 절약의 분위기를 만나볼 수 있다.


크랜포드 여성들이 의복 중 특히 모자에 가장 신경을 쓰는 장면을 통해 그 당시 중산층 여성들의 의복에 대해, 포크만 있는 상황에서 접시에 담긴 완두콩을 우아하게 먹어야 하는 장면, 귀족과의 만남을 대비해 궁정 기사를 숙지하려는 장면 등을 통해 그 당시의 문화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집을 방문하는 귀족 시누이에게 잘 보이고 싶고, 자신이 '지방의 명문가' 들과만 왕래하는 듯 비춰지길 원하는 제이미슨 부인이, 자신의 파티에도 그에 맞는 수준의 사람들만 초대하는 장면은 어찌보면 허세덩어리의 인물로 느낄 수 있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런 부분마저 유쾌하고 해학적으로 그려내고 있어서 전혀 밉상스럽지가 않다.







이렇듯 소소한 일상 속 작은 사건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크랜포드 여성들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데, 빅토리아 시대 시트콤 같은 유쾌함을 만끽할 수 있다.
번역부분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런 재미있는 고전소설을 출간해준 출판사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저자인 엘리자베스 개스켈을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제인 오스틴이라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샬롯 브론테의 전기작가로도 유명하고, 찰스 디킨스와도 친숙했던 이 여류 소설가가 참으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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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와이프
어설라 패럿 지음, 정해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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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재즈시대 미국여성의 결혼과 이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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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와이프
어설라 패럿 지음, 정해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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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표지나 제목만 보면 현대소설 같기도 하고, 강렬한 이미지가 언뜻 장르소설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은 무려 1929년에 출간된 책이다. 그리고 출간 당시 < 위대한 개츠비 > 보다 4배 이상 더 팔린 최고의 작품이기도 하고, 전처,이혼녀, 술, 원나잇 스탠드,낙태 등 그 당시 쉽게 다루지 못했던 소재들이 대거 등장하는 문제작, 그리고 4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은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고스란히 소설에 담겨 있는 등, 여러모로 꽤나 의미가 있는 소설이다.
어설라 패럿이라는 작가는 그 당시 가장 성공한 여성 작가 중 한 명이였고, 작품수도 20권의 책, 100편이 넘는 단편, 그 중 열 편은 영화로도 각색될 정도로 당시 그렇게나 인기 있던 작품과 작가가 왜 거의 100년동안 문학계에서 잊혀져 왔는지 의아하다.







20대 초반인 주인공 패트리샤는 사랑하는 남편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지만, 어느 날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도 홧김에 술김에 남편의 절친과 하룻밤 외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순진한 여성은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젤 좋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상대방 이름만 빼고 외도사실을 고백한다. 그것도 여러번 했다고 거짓으로..
자신의 아내만큼은 순수하고 깨끗하다고 믿어왔던 남편은 결국 이혼을 요구하지만 패트리샤는 오랜 기간동안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직업적으로 꽤 성공을 거두고 다양한 남자들과 데이트도 하지만, 패트리샤의 마음 한 켠에서는 언제나 남편이 다시 돌아올꺼라는 실낱같은 희망과 그리움을 품고 살아간다. 남편은 아마도 패트리샤의 외모와 자신이 느꼈던 그 순수한 이미지만을 사랑했던 듯 하다. 패트리샤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실을 어느 정도 깨닫게 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남편의 전화를 기다리고, 다른 뜻으로 만나자고 하는 남편과의 만남의 시간에는 기대를 한껏 안고 외모도 정성껏 가꾸는 모습은 그렇게나 남자의 마음을 모를까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도 자립할 능력이 되고 아직 30대도 안 된 패트리샤지만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는 여린 여성 !!
제대로 된 사랑도 꿈꿔 보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종착역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나보다. 그래도 결말은 차라리 이런 성격의 패트리샤에게 더 잘 된 듯 하다.

패트리샤의 행동이며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지금의 시각으로 봐도 꽤나 개방적이고 조금은 문란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혼녀, 독신 여성이 가질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제제와 심리적 압박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술술 잘 읽혔던 소설이다.





#장편소설 #엑스와이프 #이혼녀 #어설라패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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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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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장에서 몇 번이고 꺼냈다가 다른 책에 밀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던 책. 올해 가기 전에 드디어 노마 할머니를 만나보게 되었다.

이 책은 90살 노마 할머니가 아들 내외와 1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캠핑카를 타고 미국을 일주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이 연세에 이런 장기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을까? 


갑작스레 남편이 죽고 노마 할머니마저 말기암 진단을 받게 되면서, 더 이상 어머니를 혼자 남겨둘 수 없다는 아들 부부의 결심과, 병원에서 온갖 기구에 의존해 남은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는 어머니의 결심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이들의 힘겹지만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된다. 강아지 한 마리도 함께. 






1년 동안 대형 캠핑카로 이동하면서 어머니가 제일 가고 싶으셨던 남멕시코를 중심으로, 결혼 이후 한평생 집에서만 생활하셨던 어머니의 얼마 남지 않은 생에서 보다 넒은 세계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그 과정에서 물론 이들, 특히 며느리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꿈도 접어야 하고, 말기암 환자이신 90세 시어머니를 모시고 여행하면서 감내해야 하는 많은 부분들에 있어서 겁도 나고 주저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심리적 갈등은 아주 단편적이고 순간순간의 상황일 뿐, 이들 부부는 어머니와 여행을 함께 한 것을 정말로 행복해하고 잘한 일로 여긴다. 아들도 멋지고 며느리는 더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반에 자신들의 여행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이들의 이야기는 급속도로 퍼지면서 아픈 이에게 희망을 주고, 전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면서 어딜 가나 이들을 환영하고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의 손길이 끊이질 않게 된다. 일명 일약스타가 된 셈이다. 

한평생 남편 뒤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웃음조차 드러내지 않았던 어머니가 이 여행기간에는 자신의 의견도 분명히 내시고, 환한 웃음도 보이시고, 대중의 앞에 서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으신다. 







노마 할머니는 이 여행기간 중 9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시게 된다. 할머니의 소원이 92세까지 사시는 거였는데....

노마 할머니의 마지막 1년은 그래도 정말 행복한 시간이지 않았을까 감히 내 맘대로 추측해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마지막 생을 어떻게 마무리할지에 대해, 주인공의 아버지가 20여종의 수많은 약복용과 부작용에 시달리는 장면에서는 우리들이 현대의학에서 약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부모님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연로하신 엄마가 그토록 가고 싶어하시는 여행지..이제 장거리 여행은 무리라는 생각에 접으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이런 나의 마음을 조금씩 바꾸어 놓는다. 엄마는 그래도 노마 할머니보다는 젊으시고 아프신 곳이 없으시니 더 가능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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