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빙하의 부엉이
조너선 C. 슬래트 지음, 김아림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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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부엉이를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있었던가? 책으로도 TV로도 영화로도 내 기억에는 없는 것 같다.

부끄럽지만 사실 나는 부엉이와 올빼미의 차이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급궁금해져서 찾아보니, 부엉이는 머리 꼭대기에 뾰족한 깃이 두 개 나와 있고, 올빼미는 그 깃이 없이 얼굴이 동그랗다고 한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영어로는 둘 다 'Owl' 라고 부른다.

 

이 책을 통해 부엉이, 그것도 그냥 일반 부엉이가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부엉이 '블래키스톤물고기잡이부엉이' 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무게는 2~4키로, 앉은 키는 70-80센티, 날개를 펴면 거의 2미터에 달하고, 발자국의 크기는 어른 손바닥 정도로 큰,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 부엉이 !!

저자가 이 부엉이를 처음 본 순간, 마치 곰에게 깃털을 마구 붙여놓은 것처럼 보였다고 할 정도이니 이 부엉이가 얼마나 거대한지 조금은 상상이 간다.

 

이 책은 벌목과 개발로 멸종위기에 처한 이 부엉이의 보존계획을 세우기 위한, 5년에 걸친 4번의 탐사여정의 발자취이자 기록이다. 여기에는 러시아 연구팀이 함께 하는데 말 그대로 탐사이고 이 여정은 험난하기 그지 없다. 폭설과 폭우, 녹기 시작하는 강물의 살얼음, 멧돼지와 호랑이 등 야생동물의 위험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흔히 우리가 탐사 다큐를 보더라도, 해당 개체를 찾기까지의 기나긴 시간, 그리고 찾았다 하더라도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기까지는 또 기나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책 속의 탐사단도, 이 책을 읽는 독자도, 부엉이를 만나는 시간은 총 400 여 페이지 중 아주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탐사과정 자체가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 마냥 새롭고 그들의 끈기와 인내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수년에 걸친 노력 끝에 부엉이를 포획, 몸에 발신기를 부착시켜 데이터를 수집하고 프로젝트를 마칠 수 있었다.

 

책 속의 내용 가운데, 수컷을 유인해 모습을 드러내게 하기 위해 탐사단들이 서툰 부엉이 소리를 흉내냈을 때 벌어진 에피소드가 특히 흥미로웠다.

자기들 구역에 정체불명의 부엉이가 침입한 줄로만 알고 흥분하고, 설상가상으로 그 근처에 둥지가 있던 말똥가리와 까마귀까지 유인하게 되는데 이 두 종류의 새는 서로 원수지간임에도 탐사단들의 소리가 자신들의 종을 잡아먹는 부엉이라고 착각하고 부엉이에게 공격하기에 이른다.

평화로웠던 세계는 탐사단의 개입으로 인해 몇 시간 동안 혼돈의 도가니에 빠지게 된다.

예전에 '콘라트 로렌츠' 의 '솔로몬의 반지'라는 책에서도, 저자가 청둥오리 새끼한테 꽥꽥 소리를 내니까 새끼들이 저자를 엄마로 착각하고 따르는 장면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새삼 또 새롭다.

 

'보전과 보호는 다르다' 고 저자는 말한다. 보호 차원에서는 단순히 벌목과 개발 등을 막으면 되지만, 그것은 다르게 생각한다면 생계를 위해 벌목하는 지역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통한 보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1980년대의 연구결과로는 이 부엉이 개체의 수가 300~400쌍으로 추정했지만 저자의 연구에 의하면 그 두 배가 살고 있다고 한다. 조금만 더 주의와 관심을 가진다면 이 물고기잡이 부엉이는 멸종 위기 종목 리스트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 책읽는 수요일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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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의 시간 - 언제나 우리 곁에는 색이 있다 컬러 시리즈
제임스 폭스 지음, 강경이 옮김 / 윌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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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아하는 색이 있기 마련인데 이 기호색은 자신의 의상이나 장신구, 인테리어 등으로까지 확장될 수도 있고, 단순히 좋아하는 색으로 그칠 수도 있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색이 있어서 당연하게만 여겼던 이 색, 컬러에 대해, 예전에 유튜브를 통해 색맹이 있는 아이에게 색맹교정 안경을 끼워준 순간 컬러풀한 세상의 아름다움에 감격해서 우는 장면을 보고, 색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새삼 깨달은 적이 있었다.

 

이 책은 이렇듯 인간과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색, 컬러를 과학, 철학, 예술영역으로 확장해서 풀어나가고 있는 광대한 문화인문학 책으로, 수많은 색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검정,빨강,노랑,파랑,하양,보라,초록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색에 대한 의미는 인간들이 부여하고 만든 것들이다. 그렇기에 나라에 따라 또는 시대에 따라 이 색의 의미는 변화되고,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색깔마다 의미를 가지게 되었을까? 개인적으로 이 7가지의 색 가운데 가장 궁금한 색은 검정이다.

 

흔히 암흑을 표현할 때 검정을 얘기하는데, 저자는 절대적인 암흑은 검정이 아니라 회색이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검정은 생명의 색이었고, 이 검정이 암흑, 죽음 등과 연결된 것은 기원전 1000년이 되어서였다고 한다.

1960-70년대 미국의 유치원 아동 수천명에게 시행한 검사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검정색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표현했는데 이것은 흑백 텔레비젼의 영향으로 인한 편견이 암암리에 심어진 것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집에서는 약 800개가 색을 묘사하고 그 중 1/4이 검정이고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표현되어졌다.

반면, 동양의 산수화에서는 먹을 사용한 검정색의 표현이 두드러졌고, 그 후 서양 예술가들도 이 검정의 잠재력을 점차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현대에서는 검정은 어느 패션에도 어울리는 가장 무난하면서도 멋스런 색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두번째로 궁금한 색은 보라 !!

보라는 자연에서 보기 드문 탓에 독창적이고 정교한 제조법으로 인해 염료의 가격이 상당히 비쌀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임페리얼 퍼플, 로열 퍼플로 불리며 황제만 독점한 황제의 상징색이 되었고, 예술의 역사에서 다른 색에 비해 보라는 다양하게 쓰이질 않았는데 예술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순수한 보라 안료가 드물고, 보라를 만들어내기 위해 빨강과 파랑을 섞어야 하는 시도는 만만치가 않았다.

그러나, 이 보라의 찌를 듯한 위세는 1850년대 이후 서구 공장에서 보라색의 쏟아져 나오면서 고급스럽고 비쌌던 색이 흔하고 값싼 색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사회적 혹은 국가적 차원에서 한번 정해진 색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란 참 어려운 것 같다.

축구경기에서 한국이 파란 유니폼, 일본이 빨간 유니폼을 입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화장실 남녀색깔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응, 정치 정당의 유니폼 색깔, 세계 공통으로 정해진 색의 규정에 의해 만들어진 기호와 표시판 등..알게 모르게 색이 우리들에게 미치는 영향의 범위는 엄청난 것 같다. 물론 이것도 인간이 만든 틀과 규칙이긴 하지만.

문득 드는 생각은, 한국어는 색에 대해서 세계 어느 나라 언어보다 굉장히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생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깊이 있고 또한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윌북출판사에서 출간된 컬러 시리즈 세트의 나머지(컬러의 말, 컬러의 힘, 컬러의 일)도 궁금해졌다.

 



 

 

 

 

 

[ 윌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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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의 밤 안 된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청미래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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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 책 뭐야!! 어떻게 이런 스타일의 추리소설을 쓸 수가 있을까 !!!!

처음엔 매력을 잘 못 느끼다가 뒤로 갈수록 스타일이 파악되면서 점점 흥미를 느끼게 되고, 독자들이 추리하기에는 무지 어려운 추리소설이지만 해설을 읽고 나면 비로소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처음에는 당연히 장편소설이겠거니 했기에 1편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에도 다음 진행되는 이야기를 기대하며 2편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초반을 조금 넘어서까지 이상하게 1편하고는 내용이 너무 연결이 안되서, 슬쩍 뒤에 옮긴이의 말을 살펴보니(스포 있을까봐 처음 조금만) 웬걸 이 책 단편인걸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럼 1편 이야기 끝은 도대체 뭔가 싶어서 1편만 옮긴이의 말을 읽어봤는데....해석을 읽고 그림을 봐도 그림이 이해가 안된다.

 

2편부터는 뭔가 단서를 찾고자 좀 더 긴장해서 읽기 시작한다. 읽다 보니,이 소설은 단편인데 연작소설임을 알게 되었다.

1편의 이야기가 뒤에 계속 나오고 마지막 4편에서는 다시 1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4편의 이야기 끝마다 하나의 그림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이 그림이 사건 속 추리를 푸는 실마리이다.

추리능력이 제로인 내 입장에서 본다면, 4편의 이야기마다 마지막 마침표까지 다 읽어도 결말이 제대로 마무리가 안됐기에, 결국에는 4편 모두 옮긴이의 해석의 힘을 빌린 후에야 비로소 각 결말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 추리의 단서는 문장들 속에 교묘히 숨겨져 있다.

마치 틀린 그림 찾듯이 꼭꼭 숨겨져 있어서 이 소설의 결말에 대해 추리가 가능한 독자가 과연 있을까 너무도 궁금해졌다.

(번역가님의 추리 능력도 놀랄 만하고)

 

모든 장르소설이 그렇지만 특히 이 소설은 스포나 내용을 미리 알고 읽으면 안되기에 소설의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저자 스스로가 '지금까지 읽어본 적 없는 소설' 이라고 자부할 만 하다. 신선하고 독창적이고 교묘한 트릭에 반드시 앞장을 다시 읽어야만 한다.

 

예전에 저자의 작품들을 읽고 내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서 한동안 멀리 했었고, 올해 '용서받지 못한 밤' 을 읽은 후 생각이 바뀌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나는 완전히 미치오 슈스케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장르보다 이런 미스터리 추리 장르를 너무 잘 쓰시는 듯하다.

처음 스토리가 쉽게 이어져가서 만만히 봤다가는 큰 코 다치게 되는 추리소설이다. 추리에 자신있는 사람 이 소설에 한번 도전해보시길...

 

p.s : 누구 1편의 그림에 대해 해석해 줄 사람이 있을런지...아무리 그림을 봐도 그림이 뜻하는 바를 이해할 수가 없어 슬프다....

 

 

 

 

 

[ 청미래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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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타르트를 구워 갈까 해
박지원 지음 / 몽스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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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는 소박한 외국생활 이야기 !! 너무 흥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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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타르트를 구워 갈까 해
박지원 지음 / 몽스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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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무조건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그리고 읽어본 소감을 아주 간략하게 표현한다면 "맛있고 예쁘면서도 소박한 책" !!!

미국판 보그의 '올해의 신인 디자이너' 로 선정, 청담동의 유명 레스토랑 오너로 활약한 저자의 약력만 본다면 굉장히 화려하고 왠지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책 속의 저자의 이미지는 무척이나 소박하고, 따스한 문체는 이 책의 분위기를 굉장히 편안하게 만든다.

(디자이너로서의 이미지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책에서 보여지는 모습과는 또 다르게, 완전 커리어우먼의 세련된 도시녀의 분위기이다.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이렇듯 이미지가 바뀔 수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책 속의, 화장기 하나 없고 흐트러진 머리에 햇볕에 탄 수수한저자의 모습도 참 좋다.)

 

두 번의 이혼의 아픔을 극복하고 지금은 프랑스인 남편과 노르망디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자는, 네덜란드,독일에 이어 프랑스에 정착해 오기까지 외국생활 10여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이 책에 담고 있다. 두 번째 남편과 이혼하면서 두 아들과도 떨어져 지내고 간간히 만날 수 밖에 없는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곁에는 그녀를 이해해주는 남편과, 자상하신 시부모님이 계셔서 큰 힘이 되고 있다.

 

쿠킹, 디자인, 글쓰기를 너무도 사랑하는 저자의 이 에세이에는 맛있는 이야기와 외국생활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가득하다.

외로운 외국생활에서 가장 힘든 한국음식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그녀만의 한국요리도 선보이고, 프랑스인 시부모님을 비롯한 프랑스인들, 더 넓게는 유럽인들의 생활방식을 통해 배워야 할 점들도 이야기한다.

출산을 앞두고 한국에서 바쁘게 활동하시는 친정엄마가 두달여 동안 암스테르담 딸의 집에 머물면서 느끼게 되는 생각들 - 내가 없어도 회사도, 세상도 잘만 굴러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는데 중요한 것은 일도, 돈도, 명예도 아니라 하루하루 가족과 시간을 함께 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 - 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사실임에도, 특히나 일중독에 걸린 한국사람들은 간과하기 쉽다.

 

요리와 음식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 않아서 더 좋았던 책 !

이렇게 외국생활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와 주변인들의 이야기, 그 곳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담은 에세이를 참 좋아하는데 이 책이 내게는 그런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책 제목으로 출판사 대표님이 지금의 이 제목을 제안했을 때, 저자는 처음에는 딱히 호의적이진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책 제목 정말 잘 지으셨어요....

 



 

[ 몽스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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