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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허풍담 1 - 즐거운 장례식
요른 릴 지음, 지연리 옮김 / 열림원 / 2022년 4월
평점 :

북극의 허풍담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강도가 훨씬 세다. 역시 북극의 파워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처음 에피소드를 읽을 때는 뭔가 무척 황당하기도 하고 이야기 속 분위기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는데, 읽다보니 어느 새 스토리에 푹 빠져 너무 흥미롭게 읽힌다. 그리고 실제 일어난 사건 같은 느낌도 든다.
< 알렉산드레 > 8월의 어느 무더운 날 헤르베르트의 삶 속에 들어와 그 다음 해 2월 추운 아침 그의 곁을 떠나기까지,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수탉 알렉산드레 이야기. 우리에게 애완동물의 존재 만큼이나, 그에게 있어서 수탉 알렉산드레가 차지하는 존재의 가치는 무척이나 크다.
이 소설 속에서는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등장은 하는데 단지 상상 속의 인물이다. < 차가운 처녀 > 는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인데, 또 그만큼 북극에서는 여성을 만날 기회가 적고, 그래서 남성들이 참 순진한 것도 같다.
< 즐거운 장례식 > 이 책의 제목이자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이다. 추운 북극의 장례문화가 정말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갑작스레 죽은 친구인 얄을 추모하기 위해, 죽은 얄을 썰매 짐칸에 묶어 친구들을 찾아간다. 그리고 모두 죽은 얄에게 한마디씩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그 후, 마련된 장례식 만찬에서부터 그 다음 날 벌어진 사고까지...나는 그 사고가 벌어진 장면에서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는데 나름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제목이 즐거운 장례식이구나 !!!!
< 절대 조건 > 북극에 어느 날 들어온 문명. 레우즈라는 인물이 가져온 문명 가운데 하나는 바로 화장실이다. 그 전까지는 그냥 개 한마리 끌고 야외로 나가 볼일을 보곤 했는데, 레우즈가 화장실을 만든 이후 그 문명 시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정말 유쾌하고, 상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치사하게 화장실 하나 가지고 아웅다웅하지만, 일단 문명의 맛을 본 이상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웃긴 상황이 참으로 기발하게 전개된다.
< 오스카왕 > 닐스 노인과 할보르는 크리스마스 만찬에 쓰기 위해 돈을 반반씩 내고 돼지 한 마리를 사온다. 그러나 점차 닐스 노인은 이 돼지에 대한 애정이 심해지고, 할보르는 자신을 제끼고 돼지에게만 빠져 사는 닐스 노인에게 서운함, 돼지에 대한 질투심에 불타 오른다.
그리고 급기야는 돼지를 떼어놓을 수 있는 구실을 만들게 되는데..결말이 너무 섬뜩하다.
이야기 속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북극만의 특징들이 묻어나는데 이런 요소들은 이 작품만이 지니는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리고, 수탉도 그렇고 돼지도 그렇고 동물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독특할 정도로 상상 이상인 면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19세에 그린란드 탐사에 참여한 후, 북극의 매력에 빠져 그린란드 북동부에서 16년간 살면서 그 곳의 사냥꾼들의 경험담과 그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글로 적어두었는데, 어느 책장사가 몰래 그 글을 빼돌려 출판업자에게 팔아넘긴 것이 대박을 터트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한 "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사실이야 " 라는 말이 정말 사실인걸까...에이 설마..하면서도 헷갈린다.
아무튼 이 소설은 어른들의 안데르센이 쓴, 어른들의 매력적인 잔혹동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또 어떤 황당하고 유쾌한 사건들이 펼쳐질지...
[ 열림원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