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은 어디에
재클린 부블리츠 지음, 송섬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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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8살 소녀에게는 얼마나 하고 싶은 일이 많을까? 비록 아빠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엄마의 자살로 홀로 불행한 삶을 살았지만, 그 탈출구로 뉴욕을 택한 후, 뉴욕에서 따스한 집주인 노아의 도움으로 사진작가로의 꿈을 키우며 조금씩 홀로서기를 하던 엘리사.

 

그러나 그녀에게 앞날은 너무도 잔혹하기만 하다. 아니 앞날이 아예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묻지마 살인으로 인해 18살로 시간이 멈춰버린 그녀의 삶.

우리는 그렇게 억울하게 짦은 생을 마감한 엘리사 영혼의 시각으로 과거의 그녀와 살해당한 후 그녀의 시체를 발견한 한 여성의 상황을 만나보게 된다.

 

호주에서 한 남자의 내연녀로 살아오다 그 삶을 청산하고 뉴욕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자 하는 서른 여섯의 루비는 엘리사 죽음의 최초 목격자이다. 엘리사를 처음 목격한 이후 꿈에 죽은 소녀가 수시로 나타나고, 길에서 마주친 남자들이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편집증적인 증세를 경험하는 등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렇듯 루비를 통해 최초 목격자의 시선과 심리를 리얼하게 느낄 수 있다.

루비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엘리사에게 연민을 느끼고, 그녀가 생전 살았던 삶을 추적하면서 그녀의 존재를, 그녀의 이름을 되찾게 해주고자 노력한다.

 

죽은 엘리사를 두고 실종자가 금발의 백인이어서 다행이라고 한다. 실종자가 백인이라야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그렇다면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고 이 세상에서 사라진 다른 피부색은 얼마나 많을까.. 피부색이 실종자 찾기에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는 사실이 새삼 안타깝고 화도 난다.

억울한 죽임을 당하는 일이 발생해서도 안되고, 살해당한 후 존재조차 드러나지 못하고 그렇게 이 세상에서 한순간에 사라지는 일도 발생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죽은이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어떠한 판단기준이 존재해서도 더더욱 안되고..

 

이번 작품은 범인을 찾고, 범행의 동기와 과정을 찾는 추리소설의 성격은 약하지만, 앨리사와 루비라는 두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피해자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색다르게 다가왔다.

 

 

 

[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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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우춘희 지음 / 교양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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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에 관한 뉴스는 가끔 접하긴 했는데 이렇게 적나라하게 그들의 현실을 파헤친 내용을 접한 건 이번이 첨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도 답답하고 화가 나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우리나라라는 사실에 너무도 놀랍고 창피하기만 하다.

목화솜밭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를 인간취급도 안하던 시대를 욕할 게 못된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매일 먹는 먹거리의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친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코로나 19 로 중소기업과 농.어촌 현장에서 극심한 인력난을 겪을 정도로 이제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 인력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고추, 배추나 사과 등을 재배하던 농촌에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 깻잎 재배로 전환하는 기이현상까지 벌어질까..근데 왜 하필이면 깻잎일까? 다른 작물이나 과일에 비해 깻잎은 1년 내내 일거리가 있는 노동집약도가 높은 작물이기도 하고, 깻잎은 때마다 수확해 판매하면 바로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기도 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는 사업장에 국한된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에서 파헤치는 문제는 바로 이러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 체불를 비롯해서,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되는 기숙사 명목의 비닐하우스 집과 비싼 임대료(기숙사비), 성폭력,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살인적인 근로시간, 게다가 10시간을 일하고 8시간만 계산하는 비상식적인 임금계산법 (그나마 제대로 지불되면 다행), 인종차별 (아이러니하게도 사업주 외에는 한국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을 정도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등이다.

 

사업주들이 대놓고 이렇게 임금 체불을 이어가는 데에는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비자만료기한이 다가오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악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체불 신고액만 1천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현대판 노예제도가 따로 없다. 이들을 돕는 인권변호사들마저도 오히려 이들 사업주들에게 밀린 임금을 협상하고 부탁하고 있는 판국이다.

양심불량의 사업주들도 문제지만, 임시변통식으로 수시로 바뀌는 우리나라의 법률 시스템도 상당히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깻잎이나 상추를 먹으면서 단 한번도 이주노동자를 생각한 적이 없다. 그만큼 무지했다.

우리나라의 농업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초의 관찰기라는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한국사람들이라면 꼭 알아야 할 이주노동자의 현실이 아주 상세히 담겨 있기에, 서평으로 이 많은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거론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직접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 교양인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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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해도연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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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버스토리 > 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현대영미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저자의 이번 소설 또한 부커상 최종 후보로 올랐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작품성이 뛰어난 소설일 꺼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 읽고 난 느낌은 역시 수상작에서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이 있는 소설이라는 점이다.

이 책의 장르는 딱 한가지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 책소개만 읽고는 자연, 동물 등의 환경을 주로 하는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보다는 훨씬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환경소설, 성장소설, 천문학소설, 근미래 SF소설 등 묵직한 소재를 다 다루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잔잔하면서도 따스하고 슬프면서도 감동이 느껴진다.

 

아스퍼거 혹은 강박장애, ADHD 라는 다양한 병명을 진단받은 9살 로빈이 바라보는 세상은 무척이나 순수하고 단순하면서도 이런 증세의 아이들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천재적인 지능을 소유하고 있다.

외계생물체를 찾는 우주생물학자인 아빠와 동물권 활동가였던 엄마의 피를 이어받아서일까, 어린 로빈은 조류학자가 꿈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은 이런 병명을 달고 살아가는 로빈에게도, 이러한 통제불능의 아들을 혼자 키우는 아빠 시우에게도 결코 만만치가 않다.

 

사랑하는 엄마의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한 죽음과 이어진 반려견의 죽음으로 감정적으로 더 불안해진 로빈을 위해 아빠는 학교를 장기 결석하면서까지 자연에서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어린 아들에게 약물치료만을 고집하는 학교의 제안을 물리치고 죽은 아내의 친구였던 신경과학자의 조언으로 신기술의 치료를 받기에 이른다. 아들의 독특한 성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하는 아빠의 노력이 참 맘에 와닿는다.

 

로빈의 눈으로 바라본 지구는 너무도 위태하기만 하다. 로빈의 주변인물들은 평범하지 않은 로빈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하지 못하고 왕따도 시키지만, 정작 로빈의 눈에는 이기적이고 자연을 파괴하는 일반인들의 모습과 행동이 얼마나 이상하게 보여질까..

 

열린 결말로 끝나는 이 소설은 독자가 어떻게 마무리짓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지만, 아주 절망적으로 느껴지진 않아서 슬프지만 희망이 보이는 슬픔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열린 결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소설의 결말은 내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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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숨겨진 환자들 - 당신이 모르는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재구성
미켈 보르크-야콥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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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언제나 재해석되기 마련이고, 역사적인 인물 또한 시대가 흐르면서 그 평가가 조금씩 바뀌게 마련인 것 같다.

이번에 미술문화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 책 또한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이 책은 프로이트가 자신이 치료했다는 환자들을 기록한 자료 가운데, 객관적으로 확인될 수 있는 환자들 38명을 추려, 무려 25년간 그들의 삶과 병의 증세, 환자의 증언과 주변인물들의 인터뷰 기록 등을 철저히 조사하여 내놓은 결과물이다.

10년 전에 이미 프랑스어로 출간이 되었고 이번에 그 10년동안 새롭게 밝혀진 내용이나 수정되어진 내용으로 개정판이 출간되어진 것인데, 프로이트에 대한 재해석이 중점인 기본 내용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프로이트가 논문에서 발표한 다양한 환자들의 치료법과 성공사례들이 100%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 스스로는 훌륭한 치료 성공사례로 손꼽고 있지만 실제로 환자나 그의 가족들은 프로이트의 치료는 다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고,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모르핀을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듯 싶다. 게다가 프로이트에게 치료를 받는 대다수의 환자들은 돈 꽤나 있는 집안의 일원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입원으로써 이들을 이용했다는 부분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프로이트의 치료법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만큼 정말로 획기적이고 성공적이지는 않다는 주장이다.

 

어느 쪽 내용이 진실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절대적으로 믿고 평가해왔던 인물에 대해 이렇게 반대되는 내용이 제기되면서 조금씩 그 평가도 새롭게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만큼은 굉장히 흥미롭다.

물론, 이런 내용으로 인해 프로이트가 쌓아올린 그 위대한 업적 자체가 무너지거나 평가절하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이런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새롭게 재해석될 필요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에도 프로이트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었던 프로이트라는 인물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해당 환자들의 사진도 실려 있어 생생한 한 편의 역사책을 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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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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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장르소설하면 일본보다는 북유럽이나 영미쪽이 더 재미있었다. 그런데 몇 달전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을 연달아 읽고 관심밖의 작가에서 좋아하는 작가로 바뀐데 이어 최근 이케이도 준이라는 작가를 정말 뒤늦게 알게 되면서 일본 장르소설에 푹 빠졌다.

이번에 소미미디어에서 출간된 < 하늘을 나는 타이어 > 는 내가 읽은 이케이도 준의 두 번째 작품인데, 800 페이지의 분량이 언제 끝났나 싶을 정도로 끝내주는 가독성과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게다가 대기업에 맞서 외롭게 싸워나가는 중소기업의 투쟁을 그린 사회파 소설로,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밀고 당기는 스토리 전개가 정말 흥미롭다.

 

첫 페이지에 엄청난 등장인물 관계도가 등장하는데 사실 이 관계도를 보고 살짝 겁을 먹긴 했었다. 원체 등장인물 이름을 잘 외우질 못해서 이거 또 엄청나게 관계도를 들춰보겠구나 싶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긴 하지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익을 정도로 이야기가 참 매끄럽고 독자들이 이야기에만 몰입할 수 있게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그러니 나같은 사람도 금새 익숙해지니 미리 겁먹지 말기를 !!!

 

대기업의 진실 은폐, 데이터 조작, 돈으로 매수하려는 행위. 그리고 이런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되고 낭떠러지 끝에 몰린 한 중소기업의 끈질긴 투쟁 스토리는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재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전혀 식상하지 않게 느껴지고, 나를 포함 많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강자인 대기업과 약자인 중소기업 모두에게 연관되어져 있는 '은행' 의 횡포, 이중적인 모습 등이 특히 신선하게 읽혔다.

대기업 임원들의 뻔뻔스러움, 사망사고로 이어졌음에도 대기업 이름만 믿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행동들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은행 입장에서 필요할 때는 단골고객 운운해가면서 온갖 것을 요청하면서, 정작 그 단골고객이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는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하고 매몰차게 등을 돌려버리는 은행의 처신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기업에 고액지원하기까지, 그리고 그 후 사후관리 등 은행입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도 이 소설이 주는 재미 가운데 하나인데, 바로 전 < 샤일록의 아이들 > 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에서도 이 은행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이번 소설은, 실제로 2000년에 발생했던 '미쓰비시자동차공업 승용차 리콜사건 은폐사건'을 배경으로 씌여졌는데, 저자는 같은 미쓰비시 계열은행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대기업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경험이 토대가 되어져 이같은 리얼한 사회고발 소설이 완성되어졌다.

영화와 드라마로도 나왔던데 원작만큼의 재미가 보장될지는 모르겠지만 꽤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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