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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우춘희 지음 / 교양인 / 2022년 5월
평점 :

이주노동자에 관한 뉴스는 가끔 접하긴 했는데 이렇게 적나라하게 그들의 현실을 파헤친 내용을 접한 건 이번이 첨이다.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도 답답하고 화가 나고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우리나라라는 사실에 너무도 놀랍고 창피하기만 하다.
목화솜밭에서 일하는 흑인 노예를 인간취급도 안하던 시대를 욕할 게 못된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우리가 매일 먹는 먹거리의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친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코로나 19 로 중소기업과 농.어촌 현장에서 극심한 인력난을 겪을 정도로 이제 우리나라는 이주노동자 인력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고추, 배추나 사과 등을 재배하던 농촌에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 깻잎 재배로 전환하는 기이현상까지 벌어질까..근데 왜 하필이면 깻잎일까? 다른 작물이나 과일에 비해 깻잎은 1년 내내 일거리가 있는 노동집약도가 높은 작물이기도 하고, 깻잎은 때마다 수확해 판매하면 바로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기도 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는 사업장에 국한된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에서 파헤치는 문제는 바로 이러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 체불를 비롯해서,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되는 기숙사 명목의 비닐하우스 집과 비싼 임대료(기숙사비), 성폭력,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살인적인 근로시간, 게다가 10시간을 일하고 8시간만 계산하는 비상식적인 임금계산법 (그나마 제대로 지불되면 다행), 인종차별 (아이러니하게도 사업주 외에는 한국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을 정도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등이다.
사업주들이 대놓고 이렇게 임금 체불을 이어가는 데에는 다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주 노동자들의 비자만료기한이 다가오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악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체불 신고액만 1천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현대판 노예제도가 따로 없다. 이들을 돕는 인권변호사들마저도 오히려 이들 사업주들에게 밀린 임금을 협상하고 부탁하고 있는 판국이다.
양심불량의 사업주들도 문제지만, 임시변통식으로 수시로 바뀌는 우리나라의 법률 시스템도 상당히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깻잎이나 상추를 먹으면서 단 한번도 이주노동자를 생각한 적이 없다. 그만큼 무지했다.
우리나라의 농업 이주노동자에 대한 최초의 관찰기라는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한국사람들이라면 꼭 알아야 할 이주노동자의 현실이 아주 상세히 담겨 있기에, 서평으로 이 많은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거론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직접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 교양인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