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스트 키친 - 어떤 마음은 부서지지 않는다
에린 프렌치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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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 400여 페이지에 빼곡히 담긴 저자의 인생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너무도 리얼하다.

슬프기도 하고, 갖은 역경을 견디는 과정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감동적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요리의 향까지 맡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세세한 요리에 대한 설명에 정말 달콤하기까지 하다. 

 

'타임'지는 화려한 도시의, 화려한 풍경을 배경으로 하는 멋진 레스토랑이 아닌, 정말 소박한 한 시골식당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공간' 이라고 선정했다. 도대체 어떤 매력과 어떤 맛이길래 이 조그만 식당이 이러한 기적을 일으킨 것일까 !!

 

어릴 때부터, 시골 마을에서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 아빠 밑에서, 어깨너머로 배우고 점차 아빠의 보조로 일하고, 10대 때부터는 아빠를 대신해서 요리를 하면서 직접 감각으로 익힌 요리기술을 토대로, 지금은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주목받는 성공한 쉐프가 되었지만(저자 스스로는 쉐프라는 단어를 어색해한다. 정식 교육으로 익힌 요리기술이 아니기에 단지 자신은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저자의 이 성공 뒤에는 가슴아픈 일들이 너무도 많이 담겨 있다.

 

아빠의 끊임없는 정서적인 학대와 무시, 시골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얻은 대도시의 대학 입학, 의도치 않은 임신으로 대학중도 포기와 동시에 미혼모가 되어 다시 시골 고향으로 돌아오고, 아버지뻘 되는 남자와의 결혼, 약물 중독으로 재활원 입원, 남편의 엄청난 배신... 등등..

읽으면서 저자가 겪은 시련들이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어쩌면...너무도 어린 나이에 이렇듯 수많은 인생의 굴곡을 겪은 만큼 더 단단해질 수 있었던게 아닐까...

현재진행형이지만 저자가 운영하는 '로스트 키친' 의 성공은 단순히 저자의 요리실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닐꺼라는 생각이 든다.

 

그 로스트 키친의 분위기와 저자가 만드는 매혹적인 음식들, 그리고 저자의 귀여운 아들, 입양한 개 등등 이야기 속의 모든 것들이 너무도 궁금해서, 인스타에서 검색해보았다.

아 !! 그 인스타 안에는 책 속의 모든 것들이 한눈에 펼쳐졌고, 조금전까지 푹 빠졌던 글자 속 세상이 갑자기 시각적으로 다가왔다. 그

리고, 마치 지구 저 반대편의 '로스트 키친' 에 내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아마도 올해 읽은 에세이 가운데 가장 흥미롭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책인 것 같다.

 




 

 

[ 윌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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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 요리 전문가부터 미식가까지 맛을 아는 사람들을 설레게 할 이야기
장준우 지음 / 북앤미디어디엔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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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스타일의 표지를 만나니 이 책을 받는 순간부터 기분이 참 좋다. (물론 모든 책을 받는 순간은 항상 행복하지만..)

아..그런데 이 책을 출출한 밤에 읽은 건 큰 실수였다.

크고 선명한 맛난 음식 사진들이 계속 나오는 통에 책장을 넘기기가 곤혹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다음 페이지에는 어떤 음식 사진이 나올까 궁금하기도 하다.

 

바로 저번주에 과일 이야기를 만났는데, 이번에는 서른 가지의 특별한 음식 여행 에세이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첫번째 '매력적인 식재료'에서는 우리에게 흔한 호박,오이 등에서부터 후추, 버터,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특히 나에게는 낯설기만 한 아티초크와 샤프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이 극혐인 사람들이 꽤나 많다는 사실을 나는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저자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먹어본 오이를 넣은 칵테일과 오이를 곁들인 볶음밥 나시고렝 이야기를 접했을 때에는, 내가 살았던 곳이기에 오이를 곁들인 이 음식들을 당연시 여겨왔었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흔한 건 아니었나보다.

 

아티초크는 단어만 들어봤지 그것이 꽃인지, 채소인지 뭔지는 전혀 몰랐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아티초크의 생김새와 그 정체(한 엉겅퀴의 꽃봉오리)를 알게 되었다. 

 






두번째 '음식의 속사정' 에서는 카레, 추로스, 케밥에서부터 비둘기 스테이크, 푸아그라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장어젤리, 처트니 등에 대한 이야기이다.

케밥 하면 당연히 터키만 생각났는데, 여기서 소개하는 케밥은 베를린 케밥이다. 왜 터키의 케밥이 베를리너들의 소울푸드가 되었는지..

1961년 서독과 터키가 노동자 이주협약을 맺은 이후, 독일에 터키인이 대거 몰리게 되었고 많은 터키음식 가운데 특히 케밥은 햄버거보다 푸짐하면서 양도 많아 베스트푸드 1위가 되면서 한끼 식사용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어젤리는 열량도 높고, 만들기도 쉽고, 먹기 편리해서 노동자들이 사랑하는 음식이라고 하는데, 런던에만 100여개 했던 식당수가 지금은 열 곳도 채 안될 정도라 150년 전통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 다고 한다. 장어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장어젤리의 전통을 생각해볼 때 웬지 아쉽기만 하다. 

 

세번째 '낯선 듯 익숙한 세계의 맛' 에서는 스페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등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익숙한 요리도 있지만 생돼지고기를 빵에 발라먹거나 빵사이에 끼워 먹기도 하는 메트라는 독일 음식은 생각만 해도 비릴 것 같은데, 의외로 느끼하지 않고 부드럽게 입 안에서 맴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콩 발효 음식인 '템페'를 이 책에서 보니 반갑고 새삼 그립다. 강정같이 생긴 이 템페는 발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서민음식의 구성 가운데 하나인데 맛은 심심하지만 여러가지 조리방법으로 맛이 가미되면 고소하고, 특히 채식주의자들이 많은 발리에서는 이 템페의 용도는 무한하다. 

 


다양한 음식과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데, 그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니 너무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소개된 음식을 서울에서 먹을수만 있다면, 조만간 일부러 찾아가서라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디엔터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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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데니스 존슨 외 지음, 파리 리뷰 엮음, 이주혜 옮김 / 다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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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학작가들을 대상으로, '작가들의 꿈의 무대'로 통하는 미국의 문학 계간지 [ 파리 리뷰 ] 에서 소개되어 왔던 수많은 단편소설 가운데, 지난 반세기 가운데 문학적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하고 그 이유까지 의뢰했다.

그리고, 또 그 가운데서 고르고 골라 최종적으로 15편의 단편소설을 꼽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 덕분에 문학적 가치가 있는 검증된 단편소설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읽어보니, 생각보다 좀 어려운 작품들이 꽤 된다. 원래 문학적으로 검증된 작품들이 좀 어렵긴 한데, 단편이라 더 함축되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듯 하다. 영화의 경우도, 평론가들이 극찬하는 영화가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도 심오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듯이..

다행히, 각 소설의 끝에는 다른 작가가 풀어놓은 해설이 이어져 있어서, 미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해설마저 어려운 작품도 더러 있긴 하지만..) 천천히 곱씹으며 되새김하면서 읽으면 좋을 듯하다.

개성있는 작가들의 대표적 단편이라, 각 단편마다 색깔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른 매력 또한 느낄 수 있다. 

 

꽤나 인상적이고 재밌는 소설들도 더러 있는데, 그 중 가장 재밌었던 소설은 이선 캐닌의 '궁전 도둑' 이다. 

알고 보니, 영화로도 나왔었다고 하는데, '죽은 시인의 사회'를 능가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이고 평점도 매우 좋아서, 꼭 챙겨봐야겠다. 

교육자의 원칙은 무엇인지, 사람은 쉽게 변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다.

 

제임스 설터의 '방콕' 은 아주 짧은 분량의 대화체로 이루어졌는데, 비록 작가가 이 소설에서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대화 자체가 흥미롭고 둘 사이의 관계며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나다. 작품을 읽을 때 꼭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흥미로우면 좋은 소설도 괜찮다.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일은, 존재조차 몰랐던 세계를 발견하는 일과 같다. 라고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00%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책의 내용들이 비록 나에게는 쉽게 읽히는 작품들은 아니지만, 가볍게 휙 읽고 쉽게 잊혀지는 그런 소설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작품들이라고 느껴지기에,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 다른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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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거짓말
박설미 지음 / 비자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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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페이지도 안되는 얇은 분량 안에는 2개의 긴 편지글과 2개의 긴 독백이 담겨 있다.

 

지원이 아들의 가정교사인 미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으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자신이 키우던 개가 살해된 사건은, 타인의 말에 심한 모멸감을 느낀 미라의 엄마와 남동생이 자살하는 사건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 사건은 앞으로 발생하게 되는 더 큰 사건의 전조에 불과하다.

사실이라고 믿어 왔고, 그 사실에 기인하여 복수극을 꾸미는데, 사실은 그것이 오해 내지는 거짓이었다.

그리고, 그 거짓 뒤에는 또다른 거짓과 기만이 도사리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4명의 인물. 지원과 지원의 두 아들 유찬과 유재, 그리고 유재의 가정교사인 미라는 서로를 속고, 속이고, 복수하고, 복수를 당한다.

4개의 챕터를 읽으면서 독자는 매번 각 인물의 입장에서 들려주는 고백에 속고, 이번엔 진짜겠지 싶지만 그 다음 챕터에서는 또 다른 입장의 '사실'이 등장한다.

 

이 짧은 분량 안에서 어쩜 이렇게 강렬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

살짝 일본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면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제목에 대해서이다. 

이 책에서 벌어지는 거짓말은 결코 사소하지가 않다. 철저히 계산된, 계획되어진 거짓말이다. 

제목인 사소한 거짓말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독자 내지는 제 3자 입장에서는 이들의 거짓말이 엄청난 거짓말이지만, 정작 그 거짓말을 내뱉은 본인은 '사소하다' 고 여기는 것일까?

 

신인작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놀랍고, 조만간 이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보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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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위로 - 빛을 향한 건축 순례
김종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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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히 건축 순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면서 많은 사색의 시간으로 이끌어준다.

 

처음에는 '그림자단'이라는 서평단 활동명으로 활동하면서 다섯가지의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매회마다 사색카드에 적힌 사색의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야 할 때마다, 약간의 부담감도 없지 않았고 어떤 말을 어떻게 글로 써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막상 첫번째 미션을 수행하고 나니, 두번째 부터는 아주 짧은 시간일지라도, 그 주제에 대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괜찮은 미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빛과 그림자' 라는 소재로 세계의 건축물을 답사, 순례하는 여정을 독자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건축물 자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빛과 그에 따라 생성되는 그림자를 따라가면서 건축물을 관찰하는 시간은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독일의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편에서는 대도시에 상업적으로 지어진 미술관이 아닌, 자연 속의 살아있는 미술관을 짓고자 소망했던 건축주 뭘러가 건축가와 오랜 시간 그 땅을 거닐며 건축의 계획안에 대해 의논하고 고심하는 과정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뮐러는 방문객을 자신의 집에 초대한 손님이라는 생각으로, 미술관 내의 카페테리아의 모든 음식과 차를 무료로 제공한다. 정말 멋진 사고방식을 가진 건축주이시다. 

표지의 장소가 어디인가 궁금했었는데 바로 이 미술관이다. 표지의 벽돌 부분은 벽돌의 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끔 되어 있는데 센스만점인 표지 !!! 

 

스위스의 테르메 발스 온천장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마을 공동체가 운영해오던 온천장의 재정적, 운영 등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사업현장으로 바뀌게 되고, 고즈넉한 알프스 시골에 381미터의 80층짜리 초고층 호텔이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같은 높이의 빌딩이 알프스 시골에 지어질지도 모른다니.. 제발 아름다운 알프스 마을이 대규모 개발로 피폐해지고 쓰레기 더미로 전락하지 않기를..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다. 

 

건축가 칸의 '건축은 인간과 사회에 바치는 봉헌' 이라는 멋진 철학에 의해 탄생한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도서관' 은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등학교 도서관이자, 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1년에 단 하나의 건물에만 수여하는 '25년상'을 받기도 했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이런 멋진 도서관을 통해 절로 큰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할 듯 하다. 

 


 

 

건축에 대한 책에 아주 조금씩 흥미를 느끼는 단계였는데, 이 책은 이러한 나의 초보적인 관심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이제 나는 '매우'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의 다른 건축책인,  공간과 예술을 소재로 한 '미지의 문' 도 꼭 읽어봐야겠다. 

 



 

 

 

 

[ 효형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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