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으로 하는 작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 사피엔스21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련한 슬픔..이라는 건 이런걸 두고 하는말인가 보다.
이 책 왜 이리도 사람마음을 슬프게 만드는지..
지금 누군가가 느끼고 있고 앞으로 느끼게 될 인생의 섭리에 대해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문장들로 가득 채워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물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어느새 훌쩍 커버려 자신의 품을 떠나버린 두 아들에 대한 생각,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 치매에 걸려 자신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사랑.그리고 나이듦에 대한 인생의 고독 등에 대해 너무도 잔잔하고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해해가고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부모와 자식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점차 멀어져가는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가 아닐까?""
이 문장을 읽고 또 읽으면서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를 이보다 더 적절히 표현한 것이 있을까 싶다. 자신의 어깨에 기대고 포근히 잠자던 어린시절의 아들을 떠올리며 이제 커버려 자신과 손잡는것도 꺼려하는 지금의 아들을 보면서 동시에 40일때도 50이 되었을때도 아버지에게 똑같은 행동을 했던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본다.
여든의 나이가 된 어머니를 모시고 홍콩의 거리를 거닐면서 여든의 어머니에게 맞는 서점,옷가게, DVD가게,영화관을 찾으며 이 거리는, 이 세상은 여든의 노인에게는 철저히 단절된 세계임을 감지한다.
50에 겪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공허함과 홀로 남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느끼는 애절한 사랑을 간직하는 저자가 자신만큼 따스하지 못하고 점점 멀어져만 가는 두 아들을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그러나 이런것이 인생인걸까..결국에는 떠나가는 자식들..홀로 남는 인생의 길..이 책을 읽으면서 멀게만 느껴지면서도 어느새 훌쩍 다가올것만 같은 나의 노년에 대해 나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지.그리고 무엇보다 살아계시는 부모님에 대해 나중이 아닌 바로 지금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아주 절실히 느껴진다.
참으로 따스하면서도 애절하고 감동적인 에세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