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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오이시 에이지 지음, 오현숙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어릴 때 가장 흥미롭게 느껴왔던 것 중의 하나가 블랙홀과 4차원의 세계이다. 그런 주제를 다룬 책을 읽을 떄의 그 신비로움과 그에 뒤따르는 다소의 공포감,그리고 궁금증..
그 세계로 빠져든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을까..나도 어느 순간에 그 세계로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그러한 궁금증은 어른이 되어서도 문득문득 상기되고 아직도 경이롭기만 하다.
이러한 주제를 다룬 책을 만나 무척 반가운 마음~
이 책의 설정은 매우 독특하고 흥미롭다. 어느 날 도쿄를 운항하던 비행기가 블랙홀의 시간여행으로 빠져들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되고 갖은 수색작업에도 불구하고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결국 추락사고로 결론지어진다.
그로부터 10년 후 이 실종되었던 비행기가 탑승객을 전원 태우고 다시 현재시간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과연 이런 일을 상상조차 할 수 있을까..그러나 주제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에 더해져 비행기에 탑승했던 사람들 전부는 사흘 후 다시 그 세계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즉 사흘후에는 죽음의 길로 가야만 하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한 상황.
다시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하는 사람들도 너무 불행하고 10년전 불의의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고 마음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살아왔던 가족들에게는 한순간의 커다란 기쁨과 희망을 던져주고 더 큰 아픔이 남게 된다.
이렇듯 내용면에서는 너무도 마음 아프고 슬픈 이야기임에 분명하지만 소설의 분위기는 그렇게 침울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그동안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해주었던 것들을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그러한 상황에 놓인 나의 처지를 원망하기에 급급하지는 않을까...
10년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타난 승객들과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내적 외적으로 많이 변해버린 그들의 가족,친구들 사이의 간극.
10년전 내가 꿈꿔왔던 미래와 현재의 나의 모습을 비교해 보게 되고 또다시 10년후의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말해주고 있다.
예전에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는 이 소설은 언뜻 보면 SF소설인 듯하지만 내용면에서는 사랑과 용서, 시간의 소줌함을 보여주는 감성소설의 성격이 더 강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