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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자격 - 고씨 부자의 유럽 42일 생존기
고형욱.고창빈 지음 / 사월의책 / 2011년 7월
평점 :
여자들만 아는 모녀간의 알콩달콩한 정. 남자들만 느낄 수 있는 부자간의 그 끈끈한 정..
딸이 없는 나로써는 이 알콩달콩은 물건너갔고 대신 남편과 아들 둘만의 여행을 평소에도 많이 바라던 참에 이 '아빠의 자격'을 읽게 되었는데...아 내가 우리집 남자들에게 바라던 바로 그 여행이야'라는 느낌이 팍팍 온다.
사실 이 책의 저자와 아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살뜰한 관계는 아니다. 여러 활동으로 바쁜 관계로 아들과 대화다운 대화조차 나눈 기억이 별로 없는 아빠와, 고 나이또래 남학생의 전형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는 아들이다 보니, 초반부터 서로에게 아주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겠지.
일단, 이런 여행을 계획한 저자의 결단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들이 더 커버려서 아예 대화의 길이 막히기 전에 이렇게 둘만의 기나긴 여행길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시도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여행내내 부러웠던 것은 저자가 문화칼럼니스트이다 보니 유럽여행도 하나의 컨셉(미술관 기행)을 가지고 아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전공부와 아빠의 풍부한 설명이 담긴 현지답사가 이루어진 점이다. 이런 시간이 없었다면 10대 남학생이 과연 여러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하고 화가의 삶이나 작품세계에 대해 눈여겨 볼 시도조차 할 수 있었을까..
그동안 조금씩 벌어져왔던 아빠와 아들의 간극을 이 여행이 조금씩 메워주고 있다. 여행 중간중간 아들의 단답형 대답이나 무표정. 수동적 태도에 화도 치밀어 오르지만 귀중한 여행길인만큼 아빠의 속내는 타들어가지만 참고 또 참는다. 아들을 상전 모시듯이 조심조심..
이러한 아빠의 눈물겨운 노력과 인내의 여행길은 조금씩 그 성과가 보여지기 시작한다. 같은 그림을 몇번 관람하고 다른 도시에서 다시 마주치게 되면서 아들의 기억속에 그림이 남게 되고, 주변환경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무엇보다 더이상 아빠와의 대화가 단답형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로의 세계를 전혀 알 길 없는 아빠와 아들이 만나 좌충우돌 긴 여행을 경험하는 과정이 참 재미나다. 도무지 아들의 생각을 읽을 길 없어 답답하기만 한 아빠의 마음, 때로는 몸만 컸지 생각은 아직 어리기만 한 아들을 바라보는 그 애틋한 시선. 음식 앞에서는 사죽을 못쓰는 한창 나이의 아들을 바라보는 흐뭇함..이러한 복잡다양한 아들에 대한 감정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있다.
(참 애 많이 쓰셨어요^^)
이 책~~세상 모든 아빠들 가운데서도 특히나 너무도 바쁜 한국의 아빠들이 꼬~옥 읽어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들과 대화가 없다. 아들의 속을 전혀 모르겠다 생각하시는 아빠들. 별방법 없다. 이렇게 아들과 단둘만의 시간을 자주 갖는 것이 가장 좋다는, 단순하고 쉬우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방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