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뼈의 방 ' 너무도 직선적이고 섬뜩한 제목과 띠지만 보고도 너무나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이 책은 여느 스릴러 소설이나 추리 소설보다 더 리얼하고 더 세세하고 더 임팩트가 강하다.
단순히 뼈에 대한 분석이나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죽음에 관련된 모든 것 (죽은 후의 인체의 변화과정,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에 따른 시체 분석 둥 )그리고 마치 서프라이즈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내용도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법의인류학자 라는 직업을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법의학자는 시체에서 사망 원인을 찾고, 법의인류학자는 뼈에서 사망의 종류와 원인을 찾아낸다고 한다. 즉, 부패가 시작된 시체를 다루는 직업이 법의인류학자인 것이다. 얼핏 보면 비슷한 것 같아도 분석하는 분야가 전혀 다르다고 한다.
2018년 넷플릭스에서 방영되었던 < 칼날 위에 서다 > 라는 다큐를 예로 들면서, 의료용 삽입물이 경우에 따라서는 인체에 얼마나 큰 해를 입히는지 경고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이 지금처럼 많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각종 약품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도 이야기하고 있다. - 1800년대 영국의 성냥 공장의 노동자들의 '인 중독성 괴사'로 인한 턱뼈의 괴사 사례, 19세기에 벽지,페인트,옷감에 씌였던 비소에 의한 중독 사례, 1950년에 임신부의 입덧을 해소하는데 사용되었던 약물 탈리도마이드로 인한 높은 기형아 발생률 사례 등.
시체가 유골이 되기까지의 단계를 설명하는 부분은, 어떤 부연설명 없이 부패된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깔끔히 설명되어 있는데, 이것은 소설이 아닌, 실제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라 더욱 리얼하고 섬뜩하게 느껴진다.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그 당시의 기준으로) 외모를 인위적으로 바꾼 사례도 들려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전족, 19세기의 코르셋, 태국 치앙마이의 카렌족이다.
특히,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남미 에코도르의 슈아족의 '싼사'라는 풍습인데 사람이 살해당하면 그 영혼이 머리 안에 갇힌다는 믿음으로 인해, 적의 머리를 이 싼사라는 풍습에 이용했는데 그 방법이 참으로 엽기적이다. 두개골을 끄집어 내고 살,귀,코의 연골 제거, 눈꺼풀과 입술 꿰매는 작업을 거친 후, 한두시간 정도 끓인다. 그 후 머리안에 모래와 돌을 집어넣고 다시 건조시킨다. 이 작업 후 성대한 잔치를 연 후, 이 머리는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사용되거나 버려진다고 한다.
저자는 해부학을 수행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인체 구조를 배우는 것이 아닌, 삶과 죽음, 인간의 본질, 존엄성 등 철학적인 문제까지 다루는, 매우 깊이 있는 분야라고 한다.
'뼈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한때 우리 곁에 살아 숨쉬었던 사람'이라는 문구가 맘에 와 닿는다.
책을 통해서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재미는 언제나 새롭고 신기한데, 특히 이 "뼈의 방'을 통해 알게 된 인간의 죽음과 뼈, 그리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오래 기억될 듯 하다.
[ 현대지성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