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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평점 :
오랜만에 읽어본 영미장편소설 !!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장르소설도 좋지만 이런 분위기의 소설을 특히 좋아하는데 한동안 잊고 지냈었네.
표지도 완전 내 취향이다.
니나는 내슈빌의 성공한 사업가의 아내로, 엄청난 부를 자랑하며 남부러울 것 없는 상류층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런 그녀의 삶에 균열이 생기게 되는 하나의 사건이 터지게 되는데, 바로 아이비리그 프린스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아들이 연관된 SNS 사건이다.
인종차별을 암시하는 한 문구와 함께 올라온 그 사진은, 취중에 반은 벗은 같은 학교의 여학생을 찍은 것으로, SNS를 통해 일파만파로 번지고, 탄탄대로를 걷고 있던 아들의 앞날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SNS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이 이 사건을 처리하고자 하는 방식은 다 제각각이다.
-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남편 커크는 모든 것이 돈으로 해결된다고 믿기에 이번 사건도 돈으로 무마시키려 하고, 또 당연히 성공하리라 믿는다.
- 니나는 아들의 장래에 악영향을 끼칠까 두려워하면서도,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중시하기에 내면적 갈등을 겪는다.
- 사진 속 피해자인 라일라는 이런 사건은 흔한 거라고 치부하고, 더 크게 확대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라일라를 애지중지 홀로 키워온 아빠 톰은, 내세울 것 없는 집안에서 자라나 특권 계층의 세계로 입문한 딸이, 이 사건의 피해자가 됨으로써, 상류층에 맞서 싸우고자 한다.
- 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아들 핀치는 전형적인 상류층 자제의 모습을 보이는가 싶으면서도, 중간에는 전혀 다른 모습을 비추고..정말 가해자가 맞는걸까..
이 소설은 대화장면, 독백내용 등에서 심리묘사가 매우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표현되어져 있는데, 다른 무엇보다 부모의 입장에서 상당히 공감가는 장면들이 많다.
가해자 아들을 둔 상류층 부모와, 피해자 딸을 둔 한부모 가정의 아빠.
이 책을 읽은 독자 가운데 부모라면 당연히 생각해 봤을 문제일테고, 나 또한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내 아들이, 앞으로 탄탄대로의 길을 걷게 될 아들이 핀치의 경우가 된다면, 또 내가 니나라면 과연 어떻게 처리하게 될까..
그냥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한 것에 불과하고, 성폭력까지 간 것도 아닌데 이 한순간의 실수로 한 아이의 장래를 망치게 하는게 과연 적절한 조치일까...
부모가 볼 수 있는 자녀의 모습은 극히 한정적이다. 그래서 흔히들 자기 자식을 가장 모르는 사람이 부모라고 하는데 이 소설에서도 그러한 상황이 다분하다. 니나가 알고 있는 아들 핀치도, 톰이 생각하는 딸 라일라도 그동안 알고 왔던 내 자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당황해하고 받아들이질 못한다.
어리숙하고 순진하기만 한 라일라. 그런 피해를 입었음에도 핀치를 좋아하는 마음에 계속 끌려 다니는 그 아이가 참 안스럽기만 하다.
처음부터 아주 몰입해서 페이지가 쓱쓱 넘어가다가 중간 즈음에 살짝 내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내용으로 은근슬쩍 흘러가는 분위기이다.
속으로..안돼 !!! 지금까지 너무 재밌게 읽어왔던 그 분위기대로 흘러가주길 바랬고. 다행히도 다시 몰입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후반부로 가면서 결말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면서, SNS사건의 전말과 가해자가 또 한번 뒤집히게 된다.
이 소설의 결말은 매우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소설 영화로 나와도 꽤 재밌을 것 같다.
두꺼운 책임에도 순식간에 읽을 정도로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 미래지향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