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통당한 몸 -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크리스티나 램 지음, 강경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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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아프고 끔찍해서 읽기가 참 힘들었다.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꼭 알아야만 할 이야기들이라 이 책의 출간이 참 고맙기만 하다.

전쟁 자체만으로도 너무 끔찍한데...그 끔찍한 전쟁에서 죄 없은 여성, 여자아이들이 당하는 성폭력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듯 하다.

그러나, 나 자신만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세상의 모든 전쟁과 이 성폭력을 하나로 연결지어서 생각하지는 못했다.

 

22세 때 우연한 기회에 파키스탄에 간 이후 30년동안 분쟁지역의 전문기자로 활약해 온 저자는, 온갖 전쟁의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참상을 파헤치고 폭로함으로써 현재까지도 여전히 진행형인 이 전시 중 성폭력에 대한 끔찍한 현실을 전세계에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인터뷰하고 자신들이 겪었던 고통을 이야기하는 여성들은 그.래.도 어떻게든지 살아서 다행이라고 얘기한다면 너무한걸까..이 책에서 언급되는 성폭력 피해는 실제 일어나는 사건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될 듯 하고, 너무도 수많은 여성들, 어린 여자아이들이 성폭력 후 무참히 살해당하거나 성폭력 도중 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본군의 위안부 사건을 비롯해서 르완다 집단 강간,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성폭력, 보스니아 전쟁...크고 작은 전쟁, 분쟁이 어디 이 책에서 언급된 것뿐이랴..그럼에도 국제형사재판소에서는 설립 이후 지난 20여년간 전시강간에 대한 유죄판결을 한 건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왜일까? 그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성이라 이러한 피해의식에 대한 자각이 없는걸까..

 

어떠한 기록에도, 기념비에도 남아있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실리게 되었지만 나는 책의 힘을 믿고 싶다.

이 책의 고발을 계기로 전세계에서 전시 성폭력의 실태를 직시하고, 더 이상 여성만의 목소리가 아닌 전세계 사람들이 나서서 더 이상 전시 중에 이러한 성폭력 피해가 난무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가장 좋은 것은 전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것이겠지만..

 

[ 한겨레 출판으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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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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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적어도 1권은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만나는 것 같아 신난다. 그것도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

이번에 읽은 책은 조인계획. 

등단 4년차인 젊은 신인일 때, 그러니까 무려 30여년 전에 쓴 작품인데 신인 때부터 이미 일본추리소설계의 1인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역량이 돋보인다. 

 

제목의 조인이 처음에는 Join 으로 생각했었는데, 鳥人 즉, 이 소설의 주인공인 천재 스키점프 선수 니레이를 일컫는 단어이다. 

바로 이 천재선수가 합숙 도중 독살당하는 사건이 터지고, 주변인물들을 중심으로 차례차례 수사망을 좁혀가고자 하지만, 알리바이를 가진 인물들도 있고, 사건발생으로 예측되는 시간대에 어떤 식으로 독살이 이루어졌는지를 조사하는 것 부터가 큰 난제이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것은, 소설의 반이 지나기도 전에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나게 되는데, 그렇다고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범인 자신은 완전범죄를 계획했기에 자신을 밀고한 자, 그리고 자신에게 편지를 쓴 자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범행을 알게 되었는지를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꽤나 흥미롭다. 마치 형사가 추리하는 것처럼 치밀하고 빈틈이 없다. 

 

범인의 살인동기를 추적해나가면서 스포츠 세계의 비도덕적인 수단과 행위를 접하게 되고, 이야기가 끝나는가 싶으면 또 다른 인물이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된다. 피해자는 언제나 안됐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는 특히나 이 작품 속 피해자인 니레이 선수가 참 안된 마음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느 작품처럼 스피드, 가독성, 몰입성, 재미 이 모두가 충족되었던 재미난 추리소설이었다. 

 





 

 

 [ 현대문학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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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 - 길바닥을 떠나 철학의 숲에 도착하기까지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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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뻔한 자기계발서인줄 알고 패스할 뻔했는데, 패스한 채로 이 책을 못 만났다면 너무 억울할 뻔했다.

표지와 제목만큼이나 띠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책 읽는 기쁨을 모르는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적 문화비평가가 된 토머스 윌리엄스의 감동실화' !!

사실 세계적인 문화비평가로 유명한 저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지만, 실화를 엄청 좋아라 하는 내가 놓칠 수 없는 책이었고, 이 한 권의 책으로 '토머스 체터턴 윌리엄스'라는 이름은 내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는 혼혈의 입장이 아닌, 자신은 흑인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성장해왔다. 

저자는 힙합, 싸움, 섹스, 무지를 배경으로, 거친 흑인친구들과 어울리지만, 집에서는 아버지의 지도하에 지적이고 수준높은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지금의 저자를 있게 한 원동력은 바로 이 아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흑인 인종차별이 매우 심했던 시대에 태어났던 아버지는 지식을 건져서 자신의 인생을 발전시키고 싶었지만, 모르는게 너무 많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지식을 얻기 위해 오로지 책만 파고들었다. 그렇게 해서 힘겹게 모은 책이 1만여 권 !! 그러나, 독서의 즐거움은 모른 채, 오로지 지식을 얻기 위한 책읽기만을 해왔던 아버지였다. 어찌됐든, 저자의 아버지는 정말 훌륭하고 위대하시다. 그 시대에 대놓고 차별을 받았던 흑인의 위치에서 엄청난 지식과 우러러볼만한 인성을 지니다니!! 몸가짐도 바르고, 언성 한번 높이지 않는 이 높은 지성을 가진 아버지가, 흑인친구들과 자꾸만 저속적이고 나쁜 길로만 빠져드는 아들을 바라보는 심정이 어땠을까..

 

그래도, 결국 아들은 아버지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다. 좋은 대학교에서 비록 1학년 한동안은 방황하고 고향에서 지냈던 그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점차 책과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그러면서 어릴 때 그토록 자신에게 강조했던 아버지의 말씀들이 하나둘씩 머리 속에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성공해서 그토록 아버지가 바래왔던 지성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보면,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가족의 믿음과 조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또한 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p.s : 저자의 서문에서도 살짝 언급되었고, 또 거친 흑인사회였던만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외로 욕설과 문란한 생활의 고백이 꽤 많다. 그만큼 그 시대 흑인들의 문화가 어땠는지를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 다산책방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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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스
나가우라 교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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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책에 무한한 기대감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블루홀식스 출판사에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바로 이 '언더독스'를 꼽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을 받아보니, 인터넷상에서 봤던 이미지보다 훨씬 더 무게감이 있고, 얼핏 재난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하는 표지가 굉장히 압도적이고 인상적이다.

겉표지도 좋지만, 속표지는 더욱 분위기 있다. 달이 표지 한가득 채웠다가 작게 뒤로 물러나는 겉과 속의 표지의 대조도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딱 어울리는 표지는 바로 이 속표지가 아닐런지..

 

비자금 조성사건에 휘말려 억울하게 희생된 후 가진 것을 모두 잃고 관료직에서 쫓겨난 후, 증권회사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주인공은 홍콩의 은행지하에 숨겨져 있는 국가기밀 자료를 빼오는 임무를 반강제적으로 맡고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비밀스러운 계획 뒤에 여러 국가가 얽혀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자신의 팀마저도 의심하게 되는 상황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쫓고 쫓기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목숨을 내놓는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1996년 말 - 1997년 초의 중국반환을 앞둔 혼돈의 홍콩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한 편의 첩보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 속도감, 몰입감이 대단하다.

읽으면서 일본작가가 썼다는 사실을 계속 잊게 되는데, 흔히 우리가 읽어온 일본 소설과는 분위기와 스케일 면에서 상당히 두드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드보일드 소설이라고도 하는데, 하드보일드 소설을 아주 선호하지는 않음에도 이번 소설이 그런 색깔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고 꽤나 잘 읽히는 걸 보면, 기존의 하드보일드 소설과도 또한 조금은 차별화된 느낌도 받았다. 

 

나는 이번 작품이 이 작가의 첫만남인데, 이 작품의 소개글이나 독자들의 리뷰에서 전작 << 머더스 >> 가 많이 언급되는 걸 보니, 그 소설도 우리나라에서 꽤나 인기였었나보다.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 블루홀식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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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연습 - 돌기민 장편소설
돌기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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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무무의 좌충우돌 지구 정착기 !!! 정도로 간단히 생각하고 읽은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 두께는 얇은데 그렇게 호락호락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15년동안 지구에서 살면서 인간의 틀에 맞는 보행을 연습하면서 악착같이 지구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식인 외계인의 생존일지인데, 이 생존 과정은 무무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도 힘겹고 외롭기까지 하다. 본능적인 생존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이 지구에 혼자 정착한 무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또한 정신적인 생존이다. 

 

남성과 여성의 몸으로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고, 3개의 다리를 인간의 모습에 맞추느라 1개의 다리를 꾸역꾸역 감추는 것도 고역이고 2개의 다리만으로 걷는 건 너무 힘들다.

데이트 어플로 만난 남성, 혹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후 가차없이 먹어치우는데 성관계 묘사도 적나라하고, 특히 인간을 죽이고 먹는 과정이 정말 너무도 리얼해서 비위도 상하고, 구역질이 날 정도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입장에서 느끼는 것이고, 모모는 식인 외계인이니 단지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모모가 외계인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올 때는 문법이 엉망이다. 처음에는 응? 왜 갑자기 이런 엉망진창인 문법으로 말하는걸까? 싶었는데 이런 대목이 뒤에도 자주 나오고 나서야 이 때는 모모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국내 출간 전에 이미 영미권에 판권이 수출되어서 2023년에 미국에 출간 예정이라고 하는데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전체적으로 영어로 번역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문장들이라 이런 부분을 과연 어떻게 영어로 번역이 되어질지도 꽤나 궁금하다. 

아쉽게도 비록 나와는 다소 맞지 않는 소설이지만,  굉장히 독특하고, 파격적이면서도 주제가 뚜렷한 개성있는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아마 왠만한 공포소설이나 영화를 섭렵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꺼라 생각한다.

 

 

 

 [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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