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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연습 - 돌기민 장편소설
돌기민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2월
평점 :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무무의 좌충우돌 지구 정착기 !!! 정도로 간단히 생각하고 읽은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 두께는 얇은데 그렇게 호락호락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15년동안 지구에서 살면서 인간의 틀에 맞는 보행을 연습하면서 악착같이 지구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식인 외계인의 생존일지인데, 이 생존 과정은 무무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도 힘겹고 외롭기까지 하다. 본능적인 생존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이 지구에 혼자 정착한 무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또한 정신적인 생존이다.
남성과 여성의 몸으로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고, 3개의 다리를 인간의 모습에 맞추느라 1개의 다리를 꾸역꾸역 감추는 것도 고역이고 2개의 다리만으로 걷는 건 너무 힘들다.
데이트 어플로 만난 남성, 혹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은 후 가차없이 먹어치우는데 성관계 묘사도 적나라하고, 특히 인간을 죽이고 먹는 과정이 정말 너무도 리얼해서 비위도 상하고, 구역질이 날 정도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의 입장에서 느끼는 것이고, 모모는 식인 외계인이니 단지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모모가 외계인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올 때는 문법이 엉망이다. 처음에는 응? 왜 갑자기 이런 엉망진창인 문법으로 말하는걸까? 싶었는데 이런 대목이 뒤에도 자주 나오고 나서야 이 때는 모모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국내 출간 전에 이미 영미권에 판권이 수출되어서 2023년에 미국에 출간 예정이라고 하는데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전체적으로 영어로 번역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문장들이라 이런 부분을 과연 어떻게 영어로 번역이 되어질지도 꽤나 궁금하다.
아쉽게도 비록 나와는 다소 맞지 않는 소설이지만, 굉장히 독특하고, 파격적이면서도 주제가 뚜렷한 개성있는 소설임에는 분명하다.
아마 왠만한 공포소설이나 영화를 섭렵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꺼라 생각한다.
[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