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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ㅣ 무대 위의 문학 1
하타사와 세이고.구도 치나쓰 지음, 추지나 옮김 / 다른 / 2012년 11월
평점 :

이 소설의 원작은 희곡이다. 2012년 희곡낭독 공연장에서 발표된 후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된 후, 한 극단에서 정식 연극으로 발표되면서 공식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그 후 다른 출판사의 제안으로 원작인 희곡이 소설로 탄생하게 된다.
최근 영화로 개봉되면서 10여년만에 다시 한번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나도 이렇게 읽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한 여중생이 집단 따돌림으로 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가해자 학생들의 이름을 지목하는 유서를 남기고, 그로 인해 가해자의 부모들이 학교 회의실에 모이게 된다.
내 자식만은 아니겠지, 내 자식이 그럴 리가 없어. 내 자식은 누구보다 착하고 남을 괴롭힐 애가 아니야..이 세상의 모든 부모가 한결같이 가지고 있는 이 생각. 부모는 자기 자식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가장 알지 못하는 사람 또한 부모가 아닐까 싶다.
피해자는 이미 죽었기에, 자신의 자녀를 보호하려는 정말 이기적인 마음에 증거 인멸과 사건을 은폐하는데 여념이 없다. 자식을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더니 바로 이런 경우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결코 소설로만 치부할 수 없는 부끄러운 부모의 현주소이다. 이 소설에서처럼 끝까지 자녀의 잘못을 받아들이지 않는, 아니 어쩌면 맘 속으로는 인정하지만 자녀의 장래, 그리고 자신들의 평판 등으로 부정하고픈 생각이 더 크기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모의 행동은 당연히 있어서는 안되지만, 그런 부모들의 반응에 질질 끌려 다니는 학교측의 대응 또한 상당히 문제가 많다.
결국 집단 따돌림, 학교 폭력은 단편적으로는 학생들 간의 문제이지만 더 크게 본다면 사회적인 문제,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때마침, 최근에 총기사건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가 만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 '매스'를 봤었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는 점차 가해자의 부모한테도 일말의 동정과 측은함을 느꼈었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이런 뻔뻔함과 이기심을 가진 부모들의 행동에 가해자 학생들의 행동 못지 않게 치가 떨린다.
일본 고등학교의 교사이자 학교의 생활지도사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가 25년 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일들이 작품 속에서 많이 인용되었다고 하는데, 저자가 한 학생에게 한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집단 따돌림을 받고 괴로워한다면 나에게 아니면 다른 누구에게라도 상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혹시 상담도 못하고 괴로움에 견딜 수 없게 되더라도 결코 죽지만은 말아달라고, 네가 죽어도 가해자 학생들은 반성 따위 하지 않으니 죽음으로 그들에게 앙갚음 할 수는 없다. 조금만 더 참고 졸업을 하게 되면 상상도 하지 못할 큰 세상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 집단 따돌림의 좁은 세계 따위 다 날아가버린다고..그러니 절대 죽지만 말아달라고..
집단 따돌림으로 괴로워하는 모든 학생들이 이 말로 큰 힘을 얻었으면 정말 좋겠다.
아니, 그 전에 무엇보다 이런 집단 따돌림이 발생하지 않는 학교 분위기가 조성되는게 최우선이겠다.
[ 다른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