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 연쇄살인범의 딸이 써 내려간 잔혹한 진실
에이프릴 발라시오 지음, 최윤영 옮김 / 반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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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2번의 탈옥, 4번의 방화...그리고 5건의 살인사건을 저지른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 에드워드 웨인 에드워즈 ' 는 FBI의 10대 지명수배자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책의 저자 에이프릴은 바로 이 웨인의 첫째 딸로, 성인이 되고 자신의 가정을 꾸린 후에야 자신의 아빠가 악마의 탈을 쓴 살인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그를 고발하기에 이른다. 그녀의 동생들은 고발 후에 자신들의 삶에 미칠 영향이 두려워 극구 반대하고, 고발 후에는 에이프릴과 연을 끊는다.


이 책은 4명의 동생과 함께 아빠의 기이한 행동과 극과 극을 달리는 성격으로 인해 불안의 나날을 보내는 한편으로는 아빠에 대한 사랑의 감정도 품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그린 범죄고발 실화 에세이이다.


일반적인 사이코패스들의 경우처럼, 웨인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고 신뢰감을 주고(이러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엄청난 사기도 부리지만) 자상한 이미지를 부여하지만, 집안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애정과 폭력의 양극을 보여준다.

자식들을 끔찍히 사랑하는 것 같으면서도, 2살부터 7,8살 먹은 에이프릴까지 5명의 어린 자녀들의 고통에 즐거워하는데, 맘에 들지 않을 때는 어린 딸의 머리채와 팔을 순간 들어올려 반대편 벽에 던져버리고, 벌의 일종으로 어리디 어린 자녀를 인형처럼 천정의 줄에 매달고, 전기가 흐르는 곳에 오줌을 싸게 하고,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쏘는 등의 가학적인 행동까지 서슴치 않는다.

엄마 또한 가정폭력의 피해자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어린 자녀들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당하는 순간에도 전혀 그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 어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

사이코패스가 가정에서는 과연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장 가까운 가족의 위치에서 오랜 세월 경험했던 이야기들이 읽는 내내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밝혀진 것만 5명이지만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빨리 신고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자신의 아빠를 신고했다는 죄책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통을 받지만, 그녀의 큰 용기와 행동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재 자체가 원체 파격적인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내용이나 전개면에서도 몰입감이 장난 아니다.

500쪽이 넘는 두께임에도 순식간에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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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저택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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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너무 궁금했던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를 드디어 만나보았다.

기타기타 시리즈라는 것도 이번에 첨 알았는데,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어떤 분위기이길래 그토록 이 시리즈의 팬이 많은건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에도시대 배경의 작품은 내겐 너무도 낯설어서 선뜻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첨에는 제목만으로 굉장히 쫄았었는데, 사실 제목과 관련된 사실적인 귀신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예상과는 달리 분위기도 무겁지 않다. 오히려 인간적인 분위기가 많이 느껴지고 캐릭터들이 입체적으로 통통 튀는 느낌이다.

에도시대의 신분제도를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 많고, 특히나 그 시대의 먹거리가 정말 많이 등장해서 이야기와는 별개로, 하나하나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제목의 귀신 저택의 내용은 두 번째 이야기에서 등장하는데, 이야기가 단독인 듯 싶지만 첫 번째와 이어지는 부분도 있어서 연작의 느낌이 더 크다.

나는 이 시리즈가 첨이라 잘 몰랐는데, 책 속 주인공들이 이 시리즈에서 계속 등장하나보다.

주인공 기타이치는 예리한 탐정의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멀지만 인간미가 팍팍 느껴지는 정겨운 캐릭터이고, 짱구라는 인물은 이름 자체로 쉽게 잊히지 않을 듯하다. 특출한 능력을 가진 기타지와 기카이치의 티각태각하면서도 서로를 챙기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고, 앞을 보진 못하지만 뛰어난 청력을 지니고 지혜롭게 사건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마쓰바 마님은 든든하기만 하다.






없어져도 찾는 이 조차 없고, 누구 하나 걱정하는 사람이 없는 여성을 상대로 행해지는 연쇄살인사건은 소설 속 에도시대 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서양에서도 동양에서도, 먼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런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두 편의 이야기 다 흥미로웠지만 갠적으로는 특히 1편의 이야기가 재밌다.

목욕탕이라는 다소 독특한 배경도 그렇고,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는 재미도 꽤나 좋다.


혼자 생각해 왔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지만, 소박하고 인간적인 서민들의 모습을 마주하는 즐거움이 컸던 작품이다. 이제 조금씩 이 작가의 작품도 도전해봐야겠다.

그나저나 원서의 표지는 국내표지와는 분위기가 정말 다른데, 왠지 코믹스럽고 가벼운 소설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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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고 - 세계사를 훔친 오류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글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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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아메리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콜럼버스인데, 왜 그의 이름을 따서 콜럼비아라 칭하지 않고, 뜬금없이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을까?

그에 대한 믿지 못할 역사적 오류에 대한 이야기가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아메리고 베스푸치. 수업시간에 이 이름을 들은 기억이 전혀 없고, 아메리카라는 명칭을 이 사람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베스푸치는 다른 탐험가들처럼 돈과 황금 등의 물질에 대한 욕심도 없었고, 그저 신대륙을 찾고 싶다는 일념 하나만 가지고 있었던 항해가였다. 정작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는 그 땅이 신대륙이 아니라 인도였다고 믿었고, 베스푸치는 그 땅이야말로 신대륙, 신세계임을 세상에 인지시켰다.


몇 가지 역사적 오류가 있지만 신대륙이 베스푸치의 이름으로 명명된 가장 큰 계기는, 바로 지도 제작자인 마르틴 발트 제뮐러가 자신의 책인 < 지리학 입문 > 에서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을 베스푸치로 기록한 데에 있다.

그 후 베스푸치의 명성은 나날이 하늘로 치솟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이 점에 대한 의혹을 가지며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베스푸치를 사기꾼으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등장하게 되고, 동시에 콜럼버스라는 이름이 다시 인기를 얻게 되기도 한다.

정작 본인들은 죽고 난 후라, 후대에 자신들에 대해 이렇게 왈가왈부할꺼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듯 하다.






츠바이크는 이렇듯 말도 안되는 순간적인 오류와 우연으로 인해 아메리카로 불리게 된 사연을 낱낱이 추적하고 풀어가는데, 누가 옳고 그른지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지지하는 견해를 나열하고, 콜럼버스와 베스푸치의 인간적 관계도 조명하고 있다.


일단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의 신간이라 정말 반가운 맘으로 신나게 읽어 내려갔고, 내용 자체도 매우 흥미로워서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역사에 있어서 진실이란 존재하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과연 어느 부분까지 믿어야 할까..등등에 대한 의문도 가지게 된다.


츠바이크가 쓴 평전들을 가장 좋아하지만 소설도 그만의 매력적인 문체 덕분에 아주 재밌게 읽히는데, 이번 책 역시 츠바이크가 뛰어난 스토리텔러 작가라는 사실과 정말로 해박한 역사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역사의 숨겨진 진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특히 재밌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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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니카의 아이들
미치 앨봄 지음, 장성주 옮김 / 윌북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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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의 작가 미치 앨봄의 신간을 만나보았다.

원제는 ' Little Liar ' 인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원제 그대로 썼어도 내용과 잘 어울려서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의 항구도시 살로니카에 살고 있는 세바스찬과 니코 형제,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파니를 주인공으로, 나치 시대의 희생양이 된 이들을 비롯한 셀 수 없이 많은 유대인들의 비극을 '진실'이라는 화자의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유대인의 외모와는 거리가 먼, 금발에 뛰어난 미모를 지니고 언어에도 소질이 있는 매력적인 소년 니코는 형 세바스찬에게 있어 항상 질투, 부러움, 열등감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짝사랑하는 파니조차 니코에게 더 맘을 주는 듯하다.






나치 장교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순진하고 순수한 니코를 유대인 축출 목적의 도구로 이용하고, 니코는 자신이 건네는 말이 무시무시한 거짓말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그들을 죽음의 길로 안내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 후 40년이라는 세월동안 마음 속에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니코와, 그런 니코를 평생 용서하지 못하는 세바스찬. 이들 형제가 각자 품고 살아가는 감정들, 오해로 빚어진 증오가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니코를 좋아했던 소녀 파니 또한 수용소 기차에서 타의에 의해 홀로 탈출한 후, 쫓기고 숨어 지내고 어른이 된 후에도 결코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아간다.


용서를 구하고 싶어도 그 대상이 없어 한평생 죄책감으로 살아가야 했던 니코도 안됐고, 홀로코스트의 악몽을 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치 전범을 축출하는 일로 한평생 과거의 악몽 속에서 살아가는 세바스찬 또한 안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세바스찬의 마음 또한 이해가 간다.


홀로코스트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장르 불문하고 마주할 때마다 그 끔찍한 참상에 맘이 저려온다.

이 소설의 문체는 담백하고 꽤나 순한 맛으로 표현된 듯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맘이 아픈건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표현하더라도 유대인들이 겪었던 지옥의 시간들은 결코 희석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 영화로 만나보고 싶은 작품이다. 조금은 긴 런닝타임으로 만나보고 싶다.

최근에 몇십년 만에 다시 관람했던 인생영화 < 인생은 아름다워 > 도 갑자기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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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명 패션 디자이너 50인
르쁠라(박민지) 지음 / 크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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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책을 받아보고, 금박벨벳 고급양장의 퀄리티와 고급스러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와 !! 이건 소장가치 100%야 !

패션 디자이너로 현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직접 그린 100 여점의 풀컬러 일러스트가 이 책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저자가 그린 인물들을 네이버에서 찾아봤는데 그림의 이미지가 실물과 꽤 흡사해서, 패션 디자이너가 이렇게 인물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만 하다.


저자의 이름이 왠지 낯이 익어 찾아보니, 예전에 < 패션 디자이너, 미래가 찬란한 너에게 > 의 저자다.

물론 나는 옷을 잘 입을 줄도 모르고, 패션엔 전혀 관심이 없지만 다양한 직업이 궁금해서 만나봤던 책이었는데 의외로 비전공자가 읽어도 굉장히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 책에서는 샤넬, 발렌시아가, 루이비똥, 돌체 & 가바나, 랄프 로렌, 프라다, 발렌티노, 구찌, 지방시, 베르사체, 아르마니(내가 아는 브랜드명만 언급해봤음) 등 세계의 유명 브랜드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20세기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유명 디자이너 50인을 담고 있다. 그들의 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고, 해당 제품이 탄생하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엿볼 수 있다.


' STELLA MCCARTNEY ' 라는 브랜드명은 첨 들어보는데, 이 브랜드의 CEO는 바로 폴 매카트니의 딸이라고 한다. 일간에서는 아버지의 후광 덕분에 이 세계에서 쉽게 성공한 것으로 말하지만, 또 반대로 말한다면 아버지의 후광 때문에 그녀의 실력이 평가절하된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아버지의 이름 덕을 좀 봤을 수도 있겠지만 진짜 실력이 없다면 오래 못가는 법인데, 2001년 자신의 브랜드를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지속 가능한 패션을 선도하고, 대영제국 훈장도 받았다고 한다.







'꽃무늬 옷은 진짜 촌스럽고 왠만해서는 소화하기 힘든데, 돌체 앤 가바나의 프린트 드레스는 화려하고 원색의 꽃무늬가 너무 멋스럽다. 사실 그 드레스는 종종 봤지만 브랜드명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셈인데, 명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도 그 드레스가 꽤나 멋스럽게 느껴졌던 걸 보면, 명품이라는 이름으로 겉포장되어져 괜히 더 좋아보이는 건 아닌 것 같다.





브랜드명은 잘 모르지만 어디선가 많이 봤던 디자인을 이 책에서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덕분에 해당 제품들의 브랜드명도 조금은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명품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이 책은 명품 소개가 아니라, 그러한 명품이 탄생하고 자리잡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전문가들에 대한 이야기라 꽤나 흥미롭다. 물론 50인을 소개하다보니 그다지 길지 않은 분량일 수 밖에 없지만, 오히려 지루하지 않고 핵심만 마주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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