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펠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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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오컬트 미스터리 소설은 어떤 분위기일까..요즘 오컬트, 호러..요런 쪽을 조금씩 기웃거리고 있다.

​사실 나는 이런 장르 소설은 거의 읽어보질 못해서 이런 구성의 호러 미스터리 소설이 꽤나 많은 줄로만 알았다.

띠지에 적힌 '호러와 미스터리는 이런 식으로도 만날 수 있다' 라는 문구를 보고, '이런 식' 이라는게 어떤 식인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띠지에서부터 이렇게 대놓고 얘기하는 거 보면,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전개방식이나 구성이 흔한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컬트 애호가인 유스케와 그런 유스케에게 이성적 판단과 논리정연한 이론으로 맞서는 사쓰키, 이 둘을 중재하며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맡은 미나.

이렇게 초등학교 6학년 친구 3명은 사쓰키의 사촌언니가 불의의 사고로 죽으면서 남긴 마을의 '7대 불가사의 미스터리 괴담' 을 파헤치게 된다. 마침 학교신문 제작을 맡게 된 이들은, 오컬트 이야기를 실을 수 있어 좋은 명목까지 갖추고 있다.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괴담들은 하나같이 오싹한데 이들 괴담이 사촌언니의 죽음과 다 연관이 있다는 사실에 궁금증이 증폭된다. 게다가 오컬트 매니아인 유스케만 실제로 괴상한 존재와 마주하기도 한다. 믿는 사람 눈에만 보이는 걸까, 아니면 유스케만이 마주하게 되는건 단순한 우연인걸까..

괴담 자체들은 무섭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걱정했던만큼 많이 무섭진 않다. 다만, 바로 전에 봤던 영화 '긴키 지방...' 의 몇몇 장면들이 오버랩되기도..

​이 괴담에 복잡하게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과정들은 초등학생들이 과연 이 정도로 똑똑하게 추리를? 하는 반감이 살짝 들긴 하지만, 그 부분에 너무 집요하게 파고들지 않고 읽는다면 내용 자체는 꽤 흥미롭게 전개된다.

읽다보니 초등학생이 아니라 만약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아마도 작가가 생각했던 방향으로는 조금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다보니, 뒤로 갈수록 이런 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

추리의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기법에 대한 설명도 이들의 추리과정의 일환으로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나는 아무래도 유스케와 비슷한 오컬트파인것 같다.
무섭다는 것은 어느 정도 믿기 때문에 더 무서운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 작품도 영화로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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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 것 버릴 것 간직할 것 - 공간의 가치를 되살리는 라이프 시프트 정리법
정희숙 지음 / 큰숲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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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불필요한 건 다 버리고 싶어하는 신랑과 쓸모가 있으니 보관하고 싶어하는 나.

매일은 아니지만 이런 문제로 가끔 실랑이를 벌이곤 하는데 그나마 최근 이사오면서 대부분의 짐을 정리하고 간소하고 심플한 공간이 마련되었다...고 나는 만족했지만 신랑 입장에서는 아직도 부족한가보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진심 찔리는 나. 구구절절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

사실 쇼핑을 좋아하지도 않고 충동구매 같은 건 잘 하지 않아, 같은 용도의 물건이 많다거나 물건에 치이는 정도는 아니지만, 문제는 기존물건에 대한 미련이 커서 잘 버리질 못한다는 점이다.

반 정도 읽고 마침 신발장에서 옛날 신발 몇 개가 눈에 띄었다. 언젠가 신겠지 했던 게 2년동안 계속 신발장에서 잠자고 있었던 듯.

고민하면 또 미룰까봐 당장 꺼내서 신랑한테 버린다고 하니 너무 좋아하는걸.


그런데 저자는 정리가 곧 버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물론 버리는 것도 정리의 '일부'이긴 하지만, '비우기'라는 관점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잘 비우는 사람들이 절대 하지 않는 말은 바로 '언젠가' 라는 것.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에 대해 '망설임 없이 선택' 한다고 한다.






아이들과 신랑의 물건들로 가득찬 집 안에서 자신만의 유일한 공간은 '화장실' 인 전업주부, 이혼 후 혼자 사는 남성의 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깔끔하지만 이혼 전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집에 있는 시간이 불편했던 40대 남성, 자녀의 독립 후 여전히 남아있는 자녀의 방에 묶여 사는 50대 중반 여성, 남편을 떠나 보낸 후 8개월이 지났지만 큰 침대, 서재 등 여전히 남편과 생활했던 구조 그대로 살고 있는 60대 중반 여성...


한국 1세대 공간 정리 컨설턴트인 저자는 이같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진정한 정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준다.

생각 외로, (집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편안해야 할 집에서 제대로 쉬지도, 앉지도 못하고 자신만의 공간조차 없이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공간에서 정리가 주는 위로와 휴식의 힘이 얼마나 큰지도 새삼 느끼게 된다.


' 원 씽 원 아웃 ' 규칙 요거 기억해둬야겠다.

새 물건이 하나 들어올 때마다 기존 물건 하나를 정리하는 방식인데, 나의 경우에는 가장 큰 짐인 책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한 권 들어올 때마다 책장책 가운데 한 권을 나눔, 기증 등의 방식으로 내보내기 !!!


정리는 수납이 아니라는 말도 인상깊다.

수납은 깔끔하게 보일 수는 있지만 문제해결은 안되고, 오히려 수납공간과 정리함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물건을 채우고 쌓아두게 된다고 한다.

또한, 수납은 가리는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진짜 필요한 물건과 불필요한 물건의 구별이 힘든 채 계속 보관하는 습관이 생기기도 한다고 한다.

나의 경우에도, 새 집에 이사오면서 현관 옆의 빈 공간에 큰 수납장을 두면 편하다는 주변사람들 말을 듣고 고민을 좀 하긴 했는데, 그 큰 수납장을 채울 만큼의 먹거리나 물건들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지 않았는데, 이 책에서 이 부분이 많이 와 닿는다.


이 책을 읽었다고 단번 나 자신이 정리의 달인이 되는 건 아니지만,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고, 읽으면서 인생에 대한 생각도 잠시 하게 된다.

독립을 앞두고, 결혼을 앞두고, 자녀의 독립 후, 사별 후, 퇴직 후 등 인생의 큰 전환점에 있는 사람에게 특히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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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않은 삶도 명작이 된다 - 이주헌 미술 에세이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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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친절한 해설을 따라가며 명작을 만나보는 시간도 즐겁지만, 이번처럼 예술가의 삶을 다룬 책을 읽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독서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곰브리치의 말을 인용한 문구가 꽤나 인상적이다.

'약간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그림을 감상하지 않고, 그 그림에 대한 설명서를 기억해내는데 몰두한다고..어디선가 듣거나 읽은 내용을 떠올리며 유식한 척 아는 척 하고 바로 그 다음 그림으로 옮겨간다고 하는데, 이는 미술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미술의 역사는 곧 미술가의 역사라고 말한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예술가의 삶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화가 25명의 인생 가운데에는 모로, 부셰, 세잔과 같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인정받는 예술가의 삶을 살았던 사람도 있고, 실레, 와토처럼 갑작스런 병으로 요절한 예술가도 있는데, 자라온 환경이나 삶의 배경이 작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예전에 '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라는 미술 에세이에서도 프란스 할스의 그림이 가장 맘에 들었었는데, 이번에 만난 그의 또 다른 그림 역시 생동감 넘치고, 다른 화가의 초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리얼한 표정, 미소가 보기좋다.







시민 사회가 일찍 발달된 네덜란드는 부유해진 시민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미술품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자유시장을 통해 화가들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할스는 전문 분야인 초상화에서 자신만의 강점인 인물의 표정 등의 순간 포착과 살아있는 듯한 생기있는 인물을 그림으로써, 이 분야에서 인정받게 되는데, 현대에까지 매우 혁신적인 대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퐁파두르 부인' 그림으로 너무도 유명한 프랑수아 부셰의 또 다른 그림을 보면서는 미소가 절로 난다.

신화 주제를 즐겨 그린 탓에 그의 작품에서는 육감적인 누드가 많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이런 통통하고 귀여운 누드가 한데 모인 그림을 어디서 또 만나볼 수 있을까 !!!!






이 책에 담긴 25명의 화가 가운데 에곤 실레, 카라바조 정도만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다룬 평전을 접해 봤는데, 확실히 그런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의 작품 세계가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른 누구보다 < 마담 X > 로 유명한 존 싱어 사전트, 표지의 그림을 그린 제임스 휘슬러 의 생애를 다룬 책을 좀 더 읽어보고 싶어진다.

한동안 미술 에세이가 식상해져서 좀 멀리했었는데, 다시금 미술 에세이의 유혹에 빠질 듯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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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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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무척이나 섬세하고 감성적인 소설이다.

한편으로는 에쿠니 가오리의 분위기도 느껴지는, 내가 참 좋아하는 스타일의 문체가 담긴 소설이다.

편지, 우체국, 우편배달부, 우체통, 눈, 홋카이도, 음식, 음악...더할 나위 없이 일본스러운..

아날로그 갬성이 묻어나는 문장들은 글로만 끝나지 않고 한 편의 영화 속 장면을 상상케 한다.


도쿄 회사에서 근무하던 30대 중반의 주인공 게이코는 그 곳 월급의 반도 못 받는 홋카이도의 한 우체국에 비정규직 우편배달부로 근무하게 된다.

도쿄에 살던 젊은 여자가 혼자 시골에 와서 생활한다는 사실에 모두들 의아해하고 궁금해 하지만, 게이코는 어릴 때 잠시 머물렀던 홋카이도의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었던 꿈을 드디어 이루게 된 것이다.


그 곳에서 우편배달부 일을 하면서 한 남자에게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고 그렇게 그들의 사랑, 연애..가 시작되는데, 사랑의 행위에 대한 문체마저도 너무도 감각적이고 서정적이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가 매번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음악을 들으며,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불안감이 싹트기도 하지만 자신의감정에 충실하고자 한다.


프랜시스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했던 단어이다.

여자이름인가? 장소명인가? 뜻밖에도 프랜시스의 정체는 홋카이도 작은 마을에 전력을 공급하는 수력발전소의 이름이다.


350쪽의, 그동안 읽어왔던 소설에 비하면 비교적 얇은 편에 속하지만 문장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게 되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참 힘들지만, 소설 속 남녀 주인공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서로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은 채, 느낌으로 알아가는 과정이 묘하게 설레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하기 그지없다.


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꽤 관심이 간다.

비채에서 앞으로도 이 마쓰이에 작가의 작품을 계속적으로 선보인다고 하니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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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시한부
김단한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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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책 중에서 오래전 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 책 저 책에 밀려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에세이를 이제서야 읽어보다니..


저자가 글을 참 잘 쓰신다.

시한부 인생을 사시는 외할머니와의 아름다운 추억에 저자의 진솔하고 감칠맛 나는 문장들이 더해져, 짠하고 따스하고 먹먹하고 아련한 맛을 선사한다.

어릴 때 엄마 대신 할머니와 살았었기에 저자한테는 외할머니가 엄마 이상의 존재였을 것 같다.

원래 할머니의 손주 사랑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더군다나 손수 키운 손녀이니 안나 할머니의 그 사랑은 오죽할까..


안나 할머니와 손녀의 알콩달콩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고, 이 세상의 모든 존재 중에서 가장 의지하고 사랑해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그런 할머니가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마주하는 저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처음 초고를 쓰던 시기에는 할머니의 병세가 그리 깊지 않아 글을 쓰면서, 할머니를 만나고 나서 매번 일기처럼 기록하고 사진찍고 하는 일이 무척이나 재밌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준비할 때 즈음에는 병세가 심해지셨고, 마지막 교정을 보는 날은 안나 할머니의 장례식 마지막 날이었다고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분과의 추억의 글들을 마주하니 조금 더 슬프고 인생이란 뭔지..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할머니가 떠난 후의 저자의 공허함을 어떻게 상상조차 할 수 있을까..

아직 곁에 계신 엄마한테 좀 더 잘해 드려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좀 더 따스한 말을 건네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늦게라도 이 책을 잊지 않고 읽게 되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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