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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롱 시한부
김단한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책장 책 중에서 오래전 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 책 저 책에 밀려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에세이를 이제서야 읽어보다니..
저자가 글을 참 잘 쓰신다.
시한부 인생을 사시는 외할머니와의 아름다운 추억에 저자의 진솔하고 감칠맛 나는 문장들이 더해져, 짠하고 따스하고 먹먹하고 아련한 맛을 선사한다.
어릴 때 엄마 대신 할머니와 살았었기에 저자한테는 외할머니가 엄마 이상의 존재였을 것 같다.
원래 할머니의 손주 사랑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더군다나 손수 키운 손녀이니 안나 할머니의 그 사랑은 오죽할까..
안나 할머니와 손녀의 알콩달콩 서로를 생각하고 아끼고, 이 세상의 모든 존재 중에서 가장 의지하고 사랑해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그런 할머니가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을 마주하는 저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처음 초고를 쓰던 시기에는 할머니의 병세가 그리 깊지 않아 글을 쓰면서, 할머니를 만나고 나서 매번 일기처럼 기록하고 사진찍고 하는 일이 무척이나 재밌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준비할 때 즈음에는 병세가 심해지셨고, 마지막 교정을 보는 날은 안나 할머니의 장례식 마지막 날이었다고 한다.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분과의 추억의 글들을 마주하니 조금 더 슬프고 인생이란 뭔지..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할머니가 떠난 후의 저자의 공허함을 어떻게 상상조차 할 수 있을까..
아직 곁에 계신 엄마한테 좀 더 잘해 드려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좀 더 따스한 말을 건네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늦게라도 이 책을 잊지 않고 읽게 되서 참 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