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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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러 오브 워터 > < 어메이징 브루클린 > 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나보는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신간이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는 일본 힐링소설이라 생각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장르라 살짝 실망하려던 찰나에 작가의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오면서 갑자기 책에 대한 기대감이 샘솟는다.


아프리카계 흑인 아버지와 유대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앞서 두 작품에서와 같이, 이번 < 하늘과 땅 식료품점 > 에서도 작가 자신의 삶과 경험을 많이 투영하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전후의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치킨힐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 소설 속에는 그야말로 수많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누가 주인공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각자의 삶이 독자적으로 전개되지만, 읽다 보면 인물들마다 조금씩 연관성이 보여지고 어느 누구하나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그 많은 인물들 사이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한 여성이 있다. 


치킨힐에서 ' 하늘과 땅 식료품점 ' 을 운영하고 있는 유대계 백인 ' 초나 '는 결혼 후 더 좋은 마을로 이사해서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여건임에도, 그 곳에 남아 유대인,흑인 주민들을 차별없이 대하고 자신 또한 유대계라는 제약이 뒤따름에도 불구하고 이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삶을 주도해 나간다. 이 강인한 여성 초나를 보면서 역시 유대계 백인이자 정말 강했던 (' 컬러 오브 워터' 에서 소개되었던) 저자의 어머니가 자꾸 오버랩된다. 


이 작은 마을에 모여 사는 유대인, 흑인, 백인 이민자들간에 행해지는 다양한 차별들 - 백인과 다른 인종간의 드러나는 차별과, 유대계 이민자들 간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게 행해지는 차별 - 과 흑인들의 삶을, 작가는 특유의 글솜씨로 너무 무겁지 않게, 잔잔하게 때로는 위트있게 그려내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화로 확정이 되었다는 반가운 문구도 보이는데, 이 거대한 서사소설이 몇 시간짜리의 스크린에서는 과연 어떻게 표현이 될지, 다양한 인물들은 또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사뭇 궁금해진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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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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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빼놓고는 '더글라스 케네디' 라는 작가를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 작가의 대표 작품 < 빅 픽처 >

정확히 2010년 6월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읽었었는데, 그 당시 꽤나 드라마틱하면서도 스릴러적 요소도 가미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고 현재까지도 기억에 남는 몇 안되는 소설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이번에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리커버로 출간되었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다시 읽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14년만에 다시 읽는 빅 픽처는 역시나 흥미롭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그 무엇보다 스토리에 푹 빠져 읽었다면 이번에는 '벤'이라는 캐릭터가 좀 더 분명하게 다가옴과 동시에, '앤'이라는 캐릭터에 관심이 가면서 연민과 공감을 듬뿍 던져본다. 

아내와의 불안한 결혼생활과 이어지는 아내의 외도, 그리고 외도의 대상을 알게 된 후 벤이 느껴야 했던 배신감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리고 순간의 분노로 인한 행동으로, 단 5초 만에 벤의 인생은 끝없는 추락에 추락을 이어가게 되는데 벤의 행동은 분명 용서받을 수 없는 끔찍한 범죄이고, 응당 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이 캐릭터에 왠지 연민이 느껴지고 꼭꼭 숨어서 제 2의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맘이 간절한데, 그의 인생은 어쩜 이다지도 꼬이고 꼬이는 걸까 !!!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또다시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앤의 마지막 선택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겠지만 그 감정에 있어서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범죄소설임에 분명한데, 작가 특유의 위트와 유머스런 문장(14년 전 처음 읽었을 때는 몰랐던 이 작가의 특징) 들로 인해 결코 무겁지 않지만 또 가볍지도 않은,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면서 책장 술술 넘어가는 완벽한 페이지 터너 소설이다. 


흥미롭게 두 번째 완독을 마친 후, 궁금해서 예전 내가 썼던 리뷰를 찾아 다시 읽어보니,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소설인 것 같은데..라는 문장이 눈에 띈다. 지금은 정말 유명한 이 작품과 작가 !! 여전히 더글라스 케네디의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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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카즈무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2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임소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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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어로 '무뚝뚝경' 혹은 '퉁명 공' 이라는 뜻의 < 동 카즈무후 > 

제목도 생소하고 작가명도 생소하고, 더군다나 브라질 문학은 아마도(?) 처음 접해보는 거라 어떤 분위기일지 내심 궁금한 작품이다. 

작가가 브라질의 대문호이자 심리소설의 대가라고 하는데, 브라질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이 작품을 알고 있고, 현재까지도 영화,드라마,연극 등으로 끊임없이 선보인다고 하니, 국내에 브라질 작품이 얼마나 적게 소개되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가늠해볼 수 있겠다. 


오셀로 증후군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중년에 이른 주인공 벤치뉴의 회고 비슷한 내용으로 전개된다. 태어날 때부터 사제의 길을 걸어야 할 운명을 타고난 벤치뉴는 어린 시절 서로 좋아했던 '카피투' 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주변인물의 조언과 도움을 얻어 길고 긴 길을 거친 후 드디어 카피투와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된다. 그 조언과 도움의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 중 하나는 신학교 때 알게 된 벤치뉴의 가장 친한 친구 '에스코바르' 이다. 


그러나, 벤치뉴가 어릴 때는 그저 카피투를 좋아하는 마음이 큰가보다 싶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애인을 향한 그리움을 접하면서 또 그 정도로 사랑하나 보다 싶었다. 그러나, 훗날 아내가 된 카피투를 너무도 신성시하는 마음과 동시에 끊임없는 질투와 의심을 달고 사는 모습을 보면서는 이 벤치뉴라는 남자가 참으로 너무도 유약해보이기도 하고, 답답하게도 느껴진다.

이런 도를 넘어서는 애착은 급기야는 사랑하는 아내와 죄없는 자신의 아들을 한 방에 불행의 늪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동시에 벤치뉴 자신도 세상과 단절된 채 쓸쓸한 중년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독자로써는 이 파국이 정말로 벤치뉴의 오해로 인한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다. 

자신의 외도로 아들조차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믿는 남편에게 강한 항변도 하지 않고 그의 처신에 맡기는 수동적인 카피투의 반응은 작품의 2/3를 차지하면서 보여줬던 당차고 적극적인 카피투라는 인물을 놓고 봤을 때 정말 의아하기 짝이 없다. 그만큼 질투에 눈이 멀어 선을 넘는 의심까지 하는 남편 벤치뉴에게 단번에 마음이 돌아선 걸까..아니면 정말로 남편의 의심이 맞았던 걸까...

그 어떤 쪽이라도 참으로 마음 한 켠이 착잡해진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혀 어둡지 않고, 책의 결말에 닿기 전까지는 벤치뉴의 인생과 카피투에 대한 사랑과 심리묘사가 굉장히 섬세하게 그려지고,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가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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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미술관 여행 - 자연 친화적이고 혁신적인 북유럽 미술관을 가다
이은화 지음 / 상상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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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출판에서 참으로 멋진 미술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북유럽의 느낌이 확 드는 표지를 보는 순간 어찌나 맘이 설레던지..

( 이 표지는 노르웨이의 '키스테포스 뮤지엄' 이라는 곳의 내부 사진이다. )

 

미술에세이를 자주 접하다 보니 북유럽 화가들의 이름도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꽤나 익숙해지게 됐는데, 이 책을 통해서는 북유럽의 멋드러진 미술관을 제대로 만나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었다.

맨 처음 소개되는 노르웨이의 뭉크 미술관은 2021년에 새로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 압도적인 외관을 접하면서, 아 처음부터 너무 멋진 미술관을 소개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나의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그리고 네덜란드까지 5개국 북유럽의 미술관은 하나같이 그 도시의 문화의 아이콘이 될 정도로 독창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이고, 무엇보다 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로 지어졌다는 점이 가장 크게 와 닿는다.

책 속의 내용도 해당 미술관을 독자들이 간접적으로 경험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설명이 잘 되어 있지만, 특히나 기재된 사진들이 정말 좋아서 그 어떤 미술에세이보다 사진에 시선이 머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스웨덴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 일컬어지는 '에우옌 왕자 발데마르수데' 에서는, 권력 대신 예술을 선택한 스웨덴의 에우옌 왕자의 삶과 일상이 스며들어 한층 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전해진다.

 



 

덴마크의 '뉘 칼스버그 클립토테크' 미술관은 칼스버그의 창업자인 야콥센 부자의 맥주 생산과 상호로 인한 장기간의 법정 다툼 등 부자의 싸움과 경쟁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상당히 독특하다. 이 부자의 유일한 공통점이 예술품 수집과 사회 공헌이었던 덕분에 덴마크 코펜하겐의 문화예술 산업이 한층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미술관을 뽑으라고 한다면? 쉽게 선택하지 못할 정도로 제각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북유럽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이 더할 나위 없이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 책 덕분에 북유럽 미술관을 간접적으로나마 생생하게 체험을 할 수 있어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써 매우 행복한 시간이었고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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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아이 묘보설림 15
우샤오러 지음, 심지연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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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사립 초등학교 부유층 엄마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욕망의 반전 드라마 ' 라는 책소개가 무색하지 않을만큼 정말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상류아이라 !! 제목에서부터 딱 그 느낌이 전해진다.

 

결혼 당시 꿈꿔왔던 호화 아파트 입주가 무산되고 기대했던 여유로운 결혼생활은 점점 멀어져만 가는 학부모 천윈셴은, 남편 회사의 사장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제안을 받게 되는데 이 제안을 수락하면서 그녀의 외아들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그녀 또한 그 곳의 상류층 학부모들의 세계에 초대되면서 그들의 삶에 소속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신분상승의 달콤함은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급기야 천윈셴은 이 상류층의 일원에 머물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해 순간의 잘못된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이야기는 막힘없이 술술, 진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부모의 욕망,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잘못된 길을 걷는 부모의 모습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비슷비슷하다.

대만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읽어보는데 내용이 내용인지라 오랜만에 소설 다운 소설을 만난 기분이다.

 

이 작품은 저자의 데뷔작인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의 후속편 격이라고 하는데 이 데뷔작도 꽤나 재밌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찾아보니 이 책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 5부작 단편에 약간 판타지적인 요소도 가미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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