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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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표지에서부터 섬뜩함이 묻어나는게, 표지를 집으면 왠지 곰의 거친 털이 만져질 것만 같은 입체북의 느낌마저 난다.


이 책은 시베리아 캄차카 반도를 탐험하던 중, 동행하던 친구들과 잠시 떨어져 홀로 걷다가 곰의 습격을 받은 프랑스의 한 인류학자의 회고록이다.

광대뼈와 턱의 반이 날아가고 얼굴 전체가 찟기고 한 쪽 다리마저 물린 채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찰나에, 저자는 가지고 있던 얼음도끼로 간신히 곰을 쫓아낼 수 있었다.






영화 <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 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회색곰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이 너무도 리얼하고 끔찍해서 이 영화 이후 곰이 너무도 무서운 동물로 각인되어졌다.

그래서 저자가 공격당하는 짧은 문장을 읽으며, 그 극한의 공포와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했던 저자가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 과정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는 엄청난 고통의 연속이었고, 주변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 또한 그녀가 겪어야 할 고난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후의 저자의 행보는 더 놀라울 따름이다. 트라우마도 엄청날 테고, 산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능일텐데, 저자는 피해자가 아닌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다시 그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 날의 사건은 한 마리의 곰과 한 여성이 만나 세상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인간이 확신하고 인간의 기준에서 정한 세계 말고도, 이 세상에는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실 나같이 평범한 한 인간이, 곰의 습격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 엄청난 사건으로부터 이러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과, 그녀의 심오한 내면의 가치관과 인류학자로써 바라보는 세계관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녀가 내뱉는 한 문장 한 문장, 특히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서술은 크게 공감할 수 있다.

정말 대단한 여성이라는 생각을 내내 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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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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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빼곡한 글씨와 묵직한 두께에 조금 부담이 됐었는데, 저자의 매끄러운 글솜씨와 유쾌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낸 스토리 덕분에 굉장히 재밌게 읽힌다.

초반부터 트럼프 이야기가 나와, 소설임에도 마치 실제 트럼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해서 시작부터 흥미롭다.


파키스탄에서 의대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 온 아버지는 기회의 땅인 미국을 너무도 사랑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주치의로 일했던 짧은 기간을 내내 자랑스러워하며 대선 때는 남몰래 트럼프를 지지하기도 한다.

그의 아들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작가 자신이기도 한 아야드는 미국에서 태어났기에, 이민자 1세대인 아버지와는 또 다른 입장이고, 미국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무슬림으로써 겪게 되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며, 정말 그 당시 미국 내 무슬림( 저자처럼 실제로는 무슬림이 아니어도 )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힘들었을꺼라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친절한 경찰한테까지 자신의 고향은 (테러보다는 발리우드 영화와 요가를 떠오르는) 인도라고 거짓말을 할까..

그 외에도 아버지와의 갈등, 미국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토로하는 한편, 무슬림의 폭력성,배타성과 미국 사회의 자본주의 문제성과 인종차별을 동시에 비판함으로써 결국에는 양쪽 나라로부터 배척의 대상이 된다.


그토록 미국을 사랑했지만 결코 미국에 속할 수 없었고, 항상 자신은 미국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상태를 열망했고 그런 척 연기했다고 고백하는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애잔하기만 하다.

주인공 아야드 또한 미국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지만, 그렇게 싫으면 미국을 떠나면 되지 않냐는 한 미국인의 말에, 미국은 자신의 고향이고, 좋든 싫든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살고 싶진 않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결코 완벽한 미국인으로 살아갈 순 없음을 깨닫는다.






이민자 배척정책을 펼치는 트럼프 시대를 사는 지금, 아야드와 같은 이민자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런지..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 있지만 읽는 내내 마치 저자의 회고록 같은 느낌이 들고, 생생한 이민자의 삶과 미국의 리얼한 현 상황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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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크라임 이판사판
덴도 아라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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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아주 예전에 읽었던 < 영원의 아이 > 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텐도 아라타'라는 이름은 내가 풀네임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몇 안되는 일본 작가 중 한 분이다. (그 후 읽었던 < 가족 사냥 > 은 뭐 소소였지만..)

그리고 참 오랜만에 이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것도 따끈한 신간으로..(' 애도하는 사람' 은 위시 리스트에서 잠자고 있고 ! )


두 손이 묶인 채 알몸으로 발견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범인의 흔적을 찾지 못해 수사에 난황을 겪던 중, 시바라는 한 경찰의, ' 남성의 시체에서는 왜 강간을 의심하지 않는가?' 라는 의문에 의거해, 남성의 항문에서 ' 눈에는 눈 ' 이라는 단어가 씌여져 있는 쪽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살해된 남자의 아들이 몇년 전 집단강간의 가해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서, 수사는 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게 된다. 수사과정에서, 가해자 3명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채 풀려났고, 피해자는 그 어떤 사과도 듣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가 살해된 사건과 피해자의 연관성이 언뜻 떠오르게 되는데, 또 이야기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너무 밋밋하지 않은가..역시 결말까지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성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러한 부조리한 이해불가의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도 정말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그 외의 이야기들, 성폭력 후 경찰취조 과정에서 피해자 여성이 겪어야만 하는 수치심도 그렇고, 가정 내 폭력에서의 여성들의 피해사건들은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너무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 영원의 아이 > 이후 오랜 기간 이러한 젠더 폭력, 남녀 불평등 등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고민을 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의 소재도 그렇고 이야기 속에서 종종 이에 관련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일본에서 당연시 여겨왔던 부인이 남편을 부르는 호칭에 대해서도 소설 속 주인공들의 대화를 빌려, 가정 내 남녀간의 불평등을 언급하고 있다.


" Stop Killing Women "


표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 문구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의 방향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접적인 살인 자체도 포함될 수 있겠고,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혀 인생이 망가지게 만든 간접적 살인 모두..





이 책은 북스피어 출판사의 ' 이판사판 시리즈' 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시리즈 이름도 참 재밌다. 시리즈 이름은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기억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절대 까먹지 않을 이름으로 정한 것이 이판사판이라고 하는데 정말 절대 안 잊힐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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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줍는 아이들 1
로자문드 필처 지음, 구자명 옮김 / 리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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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전 세계 천만 독자의 인생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로자문드 필처의 < 조개 줍는 아이들 >.

그 천만 독자 가운데 나도 포함된다. 나 또한 20년 전에 이 책을 나의 인생 소설로 주저없이 꼽았었지 !


출판사의 신간 소식에서 이 책의 제목을 접하는 순간, 20년 전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감정들이 한순간에 몰려오면서 정말로 그리워졌다.

간혹 옛날에 너무 좋았던 책을 세월이 지난 후 다시 읽으면 그 때의 그 느낌과는 다른, 조금은 실망스러운 책도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좋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64세의 페넬로프라는 여성이다.

그리고, 초기 라파엘 화풍의 대가였던 아빠 로런스 스턴이 딸의 결혼 선물로 그려준 < 조개 줍는 아이들 > 과 몇 점의 유작들이 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다.


페넬로프의 세 자녀 중 첫째 낸시와 셋째 노엘은 우연한 기회에 이 할아버지의 그림들이 엄청난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끊임없이 엄마 페넬로프를 설득시킨다. 평소 엄마와 가장 돈독하고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한 둘째 올리비아만이 이런 형제들의 행동을 저지하고 엄마의 편에 선다.


그러나, 굉장히 강인하고 독자적인 여성인 페넬로프는 이러한 자녀들의 속내를 간파하고 자신의 주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데, 이렇듯 이 그림을 둘러싼 엄마와 자녀간의 갈등이 마지막까지 굉장히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그렇다고, 이 두꺼운 책의 내용이 이 부분만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페넬로프의 부모 이야기, 페넬로프의 어린 시절, 결혼, 사랑 등 과거의 이야기가 파노라마 같이 펼쳐진다. 더불어 그녀의 다양한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한 챕터씩 등장하는데, 읽다보면 이 모든 인물들도 이 소설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주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페넬로프의 인생에 있어서 가족, 인연의 끈은 쉽게 놓을 수 없는, 그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물이다.

그렇기에, 그녀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두 젊은이들에게 자녀 이상의 무한한 사랑과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각자의 입장을 독자가 공감할 수 있게끔 하는 디테일하고 섬세한 심리묘사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또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영국의 아름다운 시골 풍경에 행복함이 젖어드는 서사적 표현은 한 편의 수채화를 들여다보는 것 같고, 과거의 시간을 서술하는 내용에서는 마치 흑백 필름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주옥같은 문장이 곳곳에서 툭툭 튀어나와서 읽다가 멈춰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되새김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마치 이 세상에 페넬로프가 살아 있을 것만 같은, < 조개 줍은 아이들 > 그림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당당하고 마음이 풍요로운 노년의 삶, 인생을 조망하는 너무도 아름다운 책이다.

다시금 확고히 자리매김한 나의 인생소설 !!!


영화가 있었네 !!! 너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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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 - 공학 박사가 들려주는 한강 다리의 놀라운 기술과 역사
윤세윤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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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외국인들이 서울을 방문하면 가장 인상적인 장소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 한강이라고 한다. 실제로 예전 근무회사에서도 외국출장자들이 이 한강을 마주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는 꼭 누군가 출장자가 오면 이 한강을 구경시켜주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남기도 했었다.

그만큼 세계 그 어느 도시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한강이 서울에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 서울을 잇는 한강 다리에 대한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공학박사님이신 저자가 직접 곳곳을 답사하면서 현장감 있게 소개하고 설명해준다.

총 33개의 한강다리 중(한강에 이렇게나 많은 다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8개 다리를 선정해서 다루고 있다.


영화 < 괴물 > 에서 괴물이 숨어 있었던 곳은 바로 원효대교 북단의 복개된 만초천이라고 한다.

저자가 한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뽑고 있는 이 원효대교는 원래는 공사비가 저렴하고 실용성을 우선으로 하는 기존 공법을 이용할 계획이었으나, ' 한강에도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 는 사회적 요구에 의해 새로운 구조와 공업으로 변경되면서 수려한 대교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최초의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되었던 까닭에 초반에는 통행료 징수를 시행했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대부분의 차량이 우회하면서 투자금 회수도 어렵고 여론도 부정적이라, 결국에는 무료 통행으로 바뀐 거라고 한다.





한강 다리 하면 가장 먼저 '성수대교의 붕괴' 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성수대교 붕괴 이전까지는 한강 다리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이 시행되지 않았었고, 실제로 사고 이후 확인 결과 많은 다리가 붕괴 직전이었다고 하니, 성수대교의 큰 희생 덕분에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강남의 개발을 촉진하고 오늘날의 서울을 만든 주역은 바로 한남대교라고 한다.

시공 당시에는 '제3한강교'로 불리웠고, 88 서울 올림픽 유치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거쳐 1984년에 '한남대교' 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는데, 초반에는 양화대교와 마찬가지로 전시에는 군사 목적에 사용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 기술진에 의해 만들어진 첫 번째 한강 다리인 양화대교, 우리나라 근대기 한강의 첫 다리인 한강철교, 6.25 전쟁, 5.16 군사정변의 총격전이 발생한 우리나라 현대사의 중요한 현장인 한강대교, 한강 최초의 2층 구조 다리인 반포대교, 한강에 처음으로 케이블을 이용해 만든 올림픽 대교가 소개되고 있다.


그동안은 한강의 다리에 대한 책이라고는 대부분 전문용어로만 채워진 교량 관련 전문 서적 뿐이었기에, 저자는 연구년까지 누군가 한강 다리 관련책을 쓰지 않는다면 본인이 직접 쓰겠다고 다짐하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이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에서 소개된 한강 다리를 통해 서울의 근대화와 발전상, 역사와 사회상을 돌아볼 수 있고, 저자의 답사를 통해 각 다리와 연결된 핫 스폿도 소개해주고 있어서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다.

각 다리마다 공법이라던지 다리의 구조나 기술적 특성이 등장하는데, 뼈속까지 문과생인 나한테는 어려운 내용이라 이 부분은 과감히 스킵했다. 그 부분은 패스해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전철, 혹은 자동차로 한강 다리를 건널 때, 이 아름다운 다리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의미있게 다가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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