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내가 죽었다 - 끌로드씨의 시간여행
이즈미 우타마로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이상하다. 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프랑스소설같은 느낌을 받는걸까..주인공 이름이 끌로드 여서일수도 있겠고 제목이나 내용이 흔히 볼 수 있는 일본소설과는 조금 다른, 프랑스 소설의 분위기에 더 가까워서 일수도 있겠다.

어느 날 주인공 끌로드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장례식장에서 자신의 영혼이 모든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끌로드는 천국에서 세 명의 천사를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6번의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끌로드가 50세일 때의 시간여행에서 끌로드는, 슈퍼마켓의 점원으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과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고 결국은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순간순간 자신의 삶이 바뀔 수도 있는 매 순간의 선택은 결국 천사들의 계획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이 부분에서 나는 현실의 우리에게 일어나는 우연이라는 것도 어쩌면 모두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것은 아닐까 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 기회를 잡을 수도 있고, 삶의 무수한 한순간처럼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고..

끌로드는 자신의 기억에는 없는 전생으로도 여행을 가게 된다. 이번에는 스페인 농가의 딸로 태어난 끌로드인데. 그 삶에서는 자신이 부모가 되어 딸이 원하는 삶보다는 부모가 보기에 안정적인 삶을 강요하고 결국은 불행한 결과를 낫게 된다.

아내 이레느에게 어느 날 느닷없이 이혼통보를 받게 되었던 기억하기 슬픈 과거의 시간도 가게 된다. 그 시간은 순전히 끌로드의 입장에서 느끼는 삶이고. 그와 연관된 그 다음의 시간여행은 그의 아내 이레느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행이 이어진다.
그 여행에서, 끌로드는 이레느의 급작스런 이혼통보가 순전히 이레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끌로드의 꿈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한 이레느의 사랑과 깊은 배려와 희생이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화가로써 재능이 있음에도 그 꿈을 포기하게 된 11살로 시간여행에서, 끌로드의 모습은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잘난 형에 가려져 재능도 펼쳐보지 못하고 학교에서 자신의 그림에 대한 아이들의 충격적인 비판과 놀림을 받고 그대로 그림을 포기해버린 끌로드를 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는 부모나 선생님의 무관심이, 한 아이의 미래와 재능을 어떤 식으로 사장시켜버리는지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세 천사들과 이렇게 몇번의 시간여행을 다녀온 후 마지막으로 끌로드는 신을 만나게 된다.
신을 만나기 전까지의 시간여행은 꽤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마지막 신과의 만남은 그 내용도 꽤 길지만 조금은 틀에 박힌 내용이라 지금까지 흥미롭게 읽어왔던 내용이 급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내용은 이미 앞의 시간여행에서 많이 느껴왔으니 마지막에서 신은 그걸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면 좋았을 것을..너무 반복되는 내용이라 고루하다.

그래도 이런 시간여행을 통해, 다시 주어지는 새로운 삶은 훨씬 더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끌로드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그것이 벌써 585번째 새로운 삶이라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긴 하지만..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