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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코코슈카 - 세기의 예술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 색채의 철학자 ㅣ 문화 평전 심포지엄 5
뤼디거 괴르너 지음, 최호영.김하락 옮김 / 북캠퍼스 / 2024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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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이름만 들어본 인물인데 워낙 평전을 좋아하기에, 그의 작품과 생애를 다룬 최초의 평전이라는 책 소개에 반해 읽게 되었다.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로, 같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명한 소설가 슈테판 츠바이크와도 동시대 인물이라는 점이 무척이나 반갑다.
클림트의 유명한 작품 '키스'의 주인공으로도 알려진 알마 말러가 사랑했던 많은 남자 가운데 이 코코슈카도 들어 있는데, 알마와의 사랑과 이별 후의 코코슈카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다.
사실 이 인물에 대한 자세한 이해 이전에, 구스타프 말러의 미망인인 이 알마 말러와의 사랑이 사람들의 기억에는 더 강렬하게 자리매김해 왔을 수도 있다. 나도 자연스레 이와 관련된 내용에 흥미가 가고..
알마와의 짧지만 강렬했던 연애 기간동안 400여통의 편지를 보냈고, 알마를 소재로 한 그림은 무려 450여작에 달했다고 하니, 알마에 대한 그의 사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중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 < 바람의 신부 > 가 그의 대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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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원 입대를 하게 되는데, 머리에 총상을 입는 큰 부상을 입지만 그의 생명력은 정말 강했던 것 같다. 90세까지 살았으니..
알마와의 이별 후에는, 인형제작자에게 알마의 신체 구석구석 구체적인 지침까지 전달해서 완성시킨 '사랑 인형'(결과물을 처음 받고서는 매우 실망했지만) 과 함께 생활하고 외출도 하물며 극장에도 데리고 갔다고 한다. 이 정도면 이건 사랑이 아니라 엄청난 '집착증' 에 해당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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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슈카의 작품 가운데 초상화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는 초상화 속 인물들의 얼굴을 ' 영혼의 이미지' 로 간주하면서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데 주력한다. 전후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초상화가인 서덜랜드와 비교해 볼 때, 서덜랜드가 권력자를 찾아간 반면에, 코코슈카는 권력자와 유명 인사들이 초상화를 부탁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한다.
아 참, 코코슈카는 국가 장학금을 받고 공예학교(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데, 낙방생 중에 히틀러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코코슈카는, 자신이 장학금을 받지 않았다면 히틀러가 입학하게 되었을 테고 그러면 정치에 입문하지도 않았겠기에, 전쟁도, 나치의 만행도 일어나지 않았을꺼라고 스스로 자책했다고 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이 순간의 당락이 역사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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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슈카는 클림트나 에곤 쉴레와 같은 동시대의 다른 화가들에 비해서는 한국에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은데(초반에도 언급했지만 알마와의 사랑으로 더 유명한 듯..), 단지 화가로만 알았던 코코슈카는 시인, 극작가, 철학자로도 알려져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이번 코코슈카와의 최초의 만남으로, 그의 엄청난 예술세계 뿐만 아니라 인물 자체에 대해 완벽히 알게 되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고, 다만 그의 수많은 작품들을 이제부터 하나하나 눈여겨 보면서 익숙해지는 시작이 반갑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