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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의 한국문학 전도사
임영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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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 프랑스에 살면서 그 중 거의 20여년을 250여권의 한국작품 번역과 소개에 매진해 온, 1세대 번역가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210 여 페이지의 자그마한 사이즈의 이 책 속에는 정말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이야기 속에서 감동과 존경스러움을 절로 느끼게 된다.
한국에서 교육학 석사를 졸업한 후 유학을 결정하기까지의 정신적인 방황, 유학 후 박사학위를 받기까지의 처절했던 시간들, 그 후 전공과는 전혀 다른 번역의 세계로 들어서기까지의 고난과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의 피나는 노력들, 현재의 삶에 대한 인생 스토리가 마치 한 편의 영화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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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한국에서 프랑스 유학자격을 위한 언어 시험에 통과했다고는 해도, 기본적인 프랑스어로 박사학위를 통과하기란 정말 만만치 않았을텐데..특히나, 초반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맞닥뜨려야만 했던 수치심, 자괴감과 함께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한 저자의 스트레스와 눈물겨운 노력은 읽는 나마저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
이후, 박사학위의 전공과는 무관한 번역의 길로 행보를 변경하면서, 1990년대 말 한국문학에 대한 인지도가 정말 낮았던 시기에 더군다나 타지에서 아는 출판사 하나 없이 하나하나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고, 한국측에도 끊임없는 지원금 시도 등 맨땅에 헤딩해야만 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끈기와 노력 덕분에 점차 저자를 찾는 출판사, 협회, 학교 등이 줄을 잇게 되고, 드디어는 조정래, 공지영, 황석영, 김영하, 정유정 등 내놓라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프랑스에 소개하게 되었고, 특히나 김진경 작가의 '고양이 학교' 와 김탁환 작가의 '방각본 살인사건' 이 문학상을 받는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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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전도사이자 문화 전도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프랑스 도시, 시골 할 것 없이 많은 학교에서 열리는 한국문화축제, 다양한 북콘서트에서도 활동하고, 여기에 더해 프랑스에 소개할 한국작품까지 집필하는 작가로써의 길도 병행한다. 프랑스에서 이 정도로 한국문화와 문학에 관심이 있을 줄이야..
이 책에서는 프랑스에 소개되고 극찬을 받은 국내소설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좋고 부끄러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국내소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좋은 작품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반성을 해본다.
번역가의 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직업적인 조언과 번역세계의 현실적인 상황들, 그리고 진정한 번역가의 길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들려준다.
지금의 삶이 100% 만족스럽다는 저자를 보면서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선배로써 들려주는 삶에 대한 통찰도 저자의 삶과 잘 맞물려 정말 큰 공감을 하게 된다.
올해 읽었던 에세이 가운데 정말로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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